“프로기사에게 치명적인 ‘덜컥수’, AI 덕에 58% 줄었다”
韓청년학자 4명이 쓴 바둑 논문, 美전략경영학회 최고융합연구상
제1저자 “알파고전이 연구 계기… 기사 1200명·75만990手 분석”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젊은 한국인 학자 4명이 AI(인공지능)와 바둑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AI가 인간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AI기반 바둑 프로그램과 프로기사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이 논문은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 AI학회 등 여러 국제 학회에 발표됐다.
미국 전략경영학회(SMS) 인적자본분과는 최고 융합연구상 수상 논문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세코 버미스 교수(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분교)는 “연구 질문의 중요성과 참신성, 방대한 자료가 인상 깊었다. AI가 어떤 상황에서 인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분석한 논문”이라고 극찬했다.
AI가 신약 개발, 의료 진단, 금융 등 다방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AI를 통한 인간의 학습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게 이 논문의 목적. 연구팀은 AI의 압도적 우월성이 입증됐고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바둑을 실험 대상으로 선택했다.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 이세돌을 꺾은 이후 첫 오픈소스 AI 기반 바둑 프로그램(APG)으로 등장한 ‘릴라제로’를 이용했다. 연구는 2017년을 기준으로 이전 2년과 이후 2년 프로기사들의 착점별 승률 변화를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 프로기사 1242명이 둔 2만5,033국, 총 75만990개의 착점을 일일이 분석했다.
연구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됐다. 첫째 AI 승률이 가장 높게 나온 착점과 프로기사 착점 간의 승률 격차가 평균 30.5%나 좁혀졌다. 프로들의 ‘착점 품질’이 그 숫자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단 이 항목은 초반 30수까지 분석으로, 중반 이후 국면이 복잡해지면 인간과 AI 착점 일치율은 훨씬 낮아졌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벤트가 없었던 일본을 대조군(群)으로 살펴본 결과, 이세돌 및 커제가 나섰던 한·중이 일본에 비해 각각 9.3%, 12.8%의 실력 향상(일치율 상승)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AI 노출을 직접 겪은 나라 프로들이 훨씬 큰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다.
둘째, 기사 연령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시니어 그룹과 대비해 주니어의 기력 향상이 약 11% 높게 나타난 것.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AI에 더 열려 있고 적극적이란 방증이다(대상자 연령 중간값인 26.5세를 기준으로 그 이상을 시니어, 이하를 주니어로 구분했다).
셋째, AI 학습 이후 기사들은 학습 이전보다 실수(승리 확률이 10% 이상 떨어지는 경우)를 범하는 빈도가 2.2% 감소했다. 중대한 실수(패착 등 승률 최대 낙폭점) 빈도는 57.8%나 줄었다. 실수와 패착 모두 연령, 초⋅중⋅종반 등과 관계없이 감소해 AI가 ‘덜컥수’ 탈출에 크게 기여했음을 입증했다.
논문에 참여한 최석웅(35·MIT 연구원), 김남일(37·하얼빈 공대 부교수), 김준식(31·하버드 연구원), 강효석(35·남가주대 조교수) 씨 등 4명은 전원 박사 학위 소지자다. 최 연구원과 김 교수는 카이스트서 기술경영, 강 교수는 UC버클리서 경영학으로 학위를 땄고 김 연구원은 카이스트 전자공학 박사 출신이다.
제1저자 최석웅씨는 “2016년 알파고·이세돌 대결 때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창립자가 카이스트를 방문했다. 강연을 들으며 AI가 바둑계, 나아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이 논문을 쓰게 된 계기”라고 했다. 그는 “AI를 통해 변화된 기보들을 살펴보는 추가 연구를 동료들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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