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이 살아났다.. 이승엽 대신 양준혁처럼
삼성 라이온즈는 국내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왕조를 구축한 팀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정상에 모두 오르며 최초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삼성 왕조에 균열이 간 것은 2015시즌이었다. 88승 56패로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에 오른 삼성은 정규 시즌 3위(79승 65패)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두산에 1승 4패로 맥없이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해 신인왕이 바로 삼성의 구자욱(28)이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12년 삼성에 2라운드 12순위로 지명된 그는 일찌감치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다. 전역 후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한 구자욱은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으로 맹활약하면서 팀의 정규 시즌 1위를 이끌었다. 잘생긴 용모와 뛰어난 타격 실력을 겸비한 그는 이승엽 이후 삼성을 대표하는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 때만 해도 2015 한국시리즈가 지금까지 구자욱의 유일한 가을야구 무대가 될 줄은 스스로도 몰랐을 것이다. 삼성은 2015년을 끝으로 5년 동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2016시즌부터 작년까지 순위는 ‘9-9-6-8-8위’로 처참했다. 구자욱은 “지난 5년간 삼성의 가을은 너무 추웠다”고 했다.
삼성 왕조의 마지막 후예로 불리며 암흑기 시절 삼성을 지탱해온 구자욱은 꾸준히 성장했다. 2017년엔 21홈런 107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 역시 슬럼프에 빠졌다. 2019시즌을 앞두고 팀 선배이자 전설적인 홈런 타자 이승엽처럼 되고자 벌크업의 길을 택했다. 하루 6끼를 먹는 등 피나는 노력 끝에 10㎏ 이상 몸무게를 늘렸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2018년 20개였던 홈런이 2019년 15개로 줄었고, 시즌 타율도 0.333에서 0.267로 뚝 떨어졌다. 장타가 늘기는커녕 특유의 정교한 타격감마저 잃어버렸다.
구자욱은 2020시즌을 앞두고 다시 원래 호리호리한 몸매로 돌아왔다. 이승엽처럼 홈런을 많이 쳐야겠다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안타를 많이 때리고 잘 달리는 자신만의 야구를 펼치기로 했다. 작년 잠시 부침을 겪은 그는 올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타율 0.304(리그 11위), 22홈런(10위), 86타점(12위), 104득점(1위), 27도루(4위)로 잘 치고, 잘 달렸다. 그의 올해 활약상을 보면 이승엽보다는 삼성이 배출한 또 한 명의 레전드 양준혁에 가깝다. 파워와 정확성을 겸비한 양준혁은 재치 있는 주루 실력도 뽐내며 ‘20-20 클럽’에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삼성은 구자욱의 활약과 함께 6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그는 23일 KT전과 24일 SSG전 두 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삼성의 선두 탈환을 이끌었다. 24일엔 코로나가 덮친 지난 2년간 정규 시즌 최다 관중인 8576명이 대구 라이온즈파크를 찾아 구자욱의 홈런에 열광했다.
75승 57패 9무의 삼성은 2위 KT(74승 57패 8무)에 0.5경기 차이로 앞서 있다. 삼성이 3경기, KT가 5경기를 남겨 놓은 터라 삼성의 한국시리즈 직행도 가능하다. 삼성은 27일 키움, 29~30일 NC전이 예정돼 있다.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이 강렬했던 구자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열린 고척돔을 찾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하지만 ‘남들의 잔치’에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구자욱은 “2015년 한국시리즈 땐 형들에게 얹혀가는 느낌이었다”며 “이젠 함께하는 느낌이라 더 특별하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1위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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