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넘는 말러의 '대지의 노래'[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2021. 10.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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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은 말러에게 위기의 시간이었다.
왜 말러는 중국의 옛 시를 두고 작곡한 것일까.
말러는 자신의 상황, 맥락을 지우고 실존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자 했던 것이다.
말러는 언젠가 괴테가 읊은 것처럼 "증오 없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닫으려" 한 게 아닐까? '대지의 노래'는 교향곡과 가곡의 경계, 동양과 서양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는 '혼종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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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은 말러에게 위기의 시간이었다. 장녀 마리아를 잃었고, 10여 년간 재직하던 빈 오페라 예술감독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심각한 심부전증으로 언제 심장마비가 올지 모른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었다.
의사의 권유로 시골에 여름 요양을 떠난 말러는 그때 중국 이백(李白·701∼762)의 시를 처음 접했다. 취흥이 올라 천재와 같은 번뜩임으로 시를 쏟아냈다는, 세상의 온갖 비탄을 짊어진 유랑객으로서 결국 달그림자를 잡으려다 익사하고 말았다는 이 전설적인 인물은 말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말러는 한스 베트게의 번안 시집 ‘중국의 피리’에 곡을 붙이게 된다. 왜 말러는 중국의 옛 시를 두고 작곡한 것일까.
말러는 유명 지휘자였지만 평생 이방인으로 살았다. 어딜 가든 유대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은 뒤 그는 자기 삶을 회고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이 작품에는 경계를 지우고 한계를 넘어서려는 마음과 더불어 근원과 본질, 곧 인간성에 대한 그리움이 들어 있다. 그는 배경을 먼 나라 중국의 당나라 시대로 옮긴다. 말러는 자신의 상황, 맥락을 지우고 실존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자 했던 것이다.
첫 곡 ‘대지의 비탄에 관한 권주가’와 다섯 번째 ‘취한 사람의 봄’은 취객의 노래다. 거리낌 없이 취흥의 격정과 끝 모를 애상에 자신을 맡긴다. 인생무상에 대한 체념의 정조가 맨 정신으로 하는 말보다 더 진실하게 귓가에 울린다. 두 번째 곡의 주제는 고독이다. 가을의 정경은 아름답지만 음악은 기하학적으로 떠돌기를 반복하며 무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벗 없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곧 고독의 위력 아닌가. 그에게도 한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 세 번째 곡 ‘젊음에 관하여’와 네 번째 곡 ‘아름다움에 관하여’는 좋았던 시절을 그린다. 하지만 이도 찰나처럼 지나고 인생에는 작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마지막 곡 ‘고별’은 그 자체로 반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이다. 중간에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장송행진곡’이 들어 있다. 마치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죽음은 하나의 정화 과정이다. “사랑스러운 대지처럼… 저 머나먼 곳 또한 영원히 푸른 빛깔일 게야. 영원히…!” 메조소프라노의 독백에는 더 너른 지평을 향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말러는 언젠가 괴테가 읊은 것처럼 “증오 없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닫으려” 한 게 아닐까?
‘대지의 노래’는 교향곡과 가곡의 경계, 동양과 서양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는 ‘혼종 음악’이다. 동방적인 5음계와 복합박자에서, 관현악과 솔로 성악의 조합에서 그런 뒤섞임을 느낄 수 있지만, 실은 우리 존재 자체가 뒤섞여 있지 않은가. 경계를 긋지 말자. 삶은 뒤섞여 있고 외로운 우리는 인간다움이 그립다. 영원히 그럴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말러가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말이었으리라.
의사의 권유로 시골에 여름 요양을 떠난 말러는 그때 중국 이백(李白·701∼762)의 시를 처음 접했다. 취흥이 올라 천재와 같은 번뜩임으로 시를 쏟아냈다는, 세상의 온갖 비탄을 짊어진 유랑객으로서 결국 달그림자를 잡으려다 익사하고 말았다는 이 전설적인 인물은 말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말러는 한스 베트게의 번안 시집 ‘중국의 피리’에 곡을 붙이게 된다. 왜 말러는 중국의 옛 시를 두고 작곡한 것일까.
말러는 유명 지휘자였지만 평생 이방인으로 살았다. 어딜 가든 유대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은 뒤 그는 자기 삶을 회고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이 작품에는 경계를 지우고 한계를 넘어서려는 마음과 더불어 근원과 본질, 곧 인간성에 대한 그리움이 들어 있다. 그는 배경을 먼 나라 중국의 당나라 시대로 옮긴다. 말러는 자신의 상황, 맥락을 지우고 실존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자 했던 것이다.
첫 곡 ‘대지의 비탄에 관한 권주가’와 다섯 번째 ‘취한 사람의 봄’은 취객의 노래다. 거리낌 없이 취흥의 격정과 끝 모를 애상에 자신을 맡긴다. 인생무상에 대한 체념의 정조가 맨 정신으로 하는 말보다 더 진실하게 귓가에 울린다. 두 번째 곡의 주제는 고독이다. 가을의 정경은 아름답지만 음악은 기하학적으로 떠돌기를 반복하며 무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벗 없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곧 고독의 위력 아닌가. 그에게도 한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 세 번째 곡 ‘젊음에 관하여’와 네 번째 곡 ‘아름다움에 관하여’는 좋았던 시절을 그린다. 하지만 이도 찰나처럼 지나고 인생에는 작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마지막 곡 ‘고별’은 그 자체로 반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이다. 중간에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장송행진곡’이 들어 있다. 마치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죽음은 하나의 정화 과정이다. “사랑스러운 대지처럼… 저 머나먼 곳 또한 영원히 푸른 빛깔일 게야. 영원히…!” 메조소프라노의 독백에는 더 너른 지평을 향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말러는 언젠가 괴테가 읊은 것처럼 “증오 없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닫으려” 한 게 아닐까?
‘대지의 노래’는 교향곡과 가곡의 경계, 동양과 서양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는 ‘혼종 음악’이다. 동방적인 5음계와 복합박자에서, 관현악과 솔로 성악의 조합에서 그런 뒤섞임을 느낄 수 있지만, 실은 우리 존재 자체가 뒤섞여 있지 않은가. 경계를 긋지 말자. 삶은 뒤섞여 있고 외로운 우리는 인간다움이 그립다. 영원히 그럴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말러가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말이었으리라.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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