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0] 다시 문 연 리움 미술관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1. 10.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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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보타, 렘 쿨하스, 장 누벨, 리움미술관, 2004년 개관, 서울. /리움미술관

고(故) 이건희 회장이 한국 휴대폰 역사에 ‘애니콜 신화’를 썼다면, 미술관의 역사에는 ‘리움 신화’를 썼다. 2004년 리움(Leeum)미술관은 1960년대에 설립된 삼성문화재단의 소장품을 한자리에 전시하기 위한 공간으로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 세 명-스위스 출신 마리오 보타(Mario Botta·1943~ ), 네덜란드 출신 렘 쿨하스(Rem Koolhaas·1944~ ), 프랑스 출신 장 누벨(Jean Nouvel·1945~ )이 각각의 개성적 면모가 뚜렷이 드러나는 건물 세 동을 서로 맞물리게 지었다. 당시 하나도 모시기 어려운 거물 셋을 모은 것 자체가 건축계의 국제적 화제였다.

주로 벽돌을 써서 기하학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마리오 보타는 고미술 상설 전시관을 맡아 둥근 천창(天窓) 아래 거꾸로 선 원추형 건물을 세워 나선형 공간을 따라 내려오며 작품을 감상하는 긴 동선을 만들었다. ‘빛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장 누벨은 바깥의 빛과 정원의 나무를 내부 풍경으로 끌어들이는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로 거대한 직육면체 공간을 조성했다. 기둥 없이 유동적인 누벨의 전시장은 현대미술이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 형식을 극도로 파괴하며 자유를 추구했던 렘 쿨하스는 굴곡이 많은 부지의 형태를 따라 진입로를 만들고 이어진 건물 내부에 검은 콘크리트 상자가 부유하는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매체의 기획전을 가능케 했다.

현대 건축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리움을 두고 혹자는 조화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고려청자와 백남준, 김환기와 데이미언 허스트, 김홍도와 앤디 워홀이 한데 모인 공간이 조화롭기만 하다면 그야말로 부조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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