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어디서나 환대받는
신발, 좋아하십니까? 저는 ‘신발’이라고 하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의 마법 구두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뒤축을 세 번 딱딱딱 치고 가고픈 곳을 이야기하면 그 곳으로 데려가주는 신발이요.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가준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신간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는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 등 네 유형의 신발의 역사와 그 신발이 우리 문화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샌들이 19세기에는 저항의 상징이었고, 하이힐은 승마용 발걸이에 걸 수 있도록 뒤축이 있어 특권층 남성들을 위한 승마용 신발로 신었던 것이며, 부츠 역시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이야기 등이 화려한 화보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하이힐과 부츠는 원래 남자의 자부심이었다
‘여기에 정말 서점이 있는 걸까?’
서울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친 지지난 주말 밤,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헤매며 생각했습니다. 아는 분이 서점을 열었단 얘기를 듣고 ‘한 번 가 봐야지’ 하던 것이 석 달째.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맹추위에 용기 내 집을 나선 참이었거든요.
주소가 선릉로이길래 선릉역 인근인 줄 알았더니, 카카오맵 안내에 따라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압구정로데오역이었습니다. 큰 소리로 음악이 울려퍼지고 길바닥엔 클럽 호객 전단이 널린 가운데,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들이 모여앉아 술 마시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코로나가 벌써 끝난 걸까’ 눈을 의심하게 되더군요. 도무지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환락의 거리 한가운데 고요하게 불 밝힌 자그마한 서점이 있었습니다.
여행작가인 주인장은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자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결심하곤 서점을 열었다는군요. 이 동네 토박이지만, 유흥가 분위기가 싫어 입구를 가릴까도 생각했답니다. 그 얘길 들은 친구가 “왜? 술 취한 사람은 책 사면 안 돼?”라고 하길래 정신이 번쩍 들어 전면에 통유리창을 냈다는군요. 그 덕분일까요? 간혹 취객들이 술김에 호기롭게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10만원어치 책을 사 가기도 하고, 인근 음식점 발레 파킹 해 주시는 분들도 “이 동네에서 책이 팔리다니 신기하다”며 들여본다고 하네요.
“서점은 어디에서나 환대받는다는 걸 깨달았다”는 주인장 말에,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벽에서 본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낯선 이를 홀대하지 말라.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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