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칼럼] 국민의힘, 정권교체 의지 있나

박완규 입력 2021. 10. 2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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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본경선 다가오는데
망언·막말 논란, 국감서 헛발질
잘 싸워 이기겠다는 절박함 실종
당이 갈등 수습하고 대책 세워야

국민의힘 대선후보 본경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가운데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내년 3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건곤일척의 결전을 벌이게 된다.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과연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야당답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에서 실망감을 안겼다. 대선주자들 간에 오가는 말이 전례없이 거칠다.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은 홍 의원 등을 겨냥해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했다. 홍 의원은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몰아붙였다. 경선 룰과 관련해 4지 선다형 방식 여론조사를 선호하는 홍 의원이 “중대 결심” 운운하자 윤 전 총장은 “하든 말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받아쳤다. 심지어 상대편 부인까지 들먹이며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한다. 본경선 이후 내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에서 공정과 상식, 법치를 바로세우겠다고 했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언행이 잦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은 풍파를 일으켰다. 그가 생각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난이 이어지자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인스타그램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또 한 번 논란을 빚자 “실무자의 실수”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이라며 “캠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당이 그의 언행을 제어하지 못한다.

‘대장동 국정감사’로 불린 지난주 국회 국감에서 이재명 후보를 향해 헛발질만 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제보센터까지 만들고 ‘결정적 한 방’을 예고했지만 정작 국감에서 이 후보를 몰아붙일 예리한 질의를 내놓지 못했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엉뚱한 사진을 공개해 관심을 흐트러뜨렸다. 민주당이 관련 증인·참고인 채택을 모두 거부했고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한 게 가려지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무능한 것인가, 무모한 것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정권교체론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가. 국민의힘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정권교체 여론으로 대선 판도가 야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그럴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반(反)문재인을 내세우지만 임기말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40%를 넘나든다. 노무현정부 말기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때와 상황이 다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가 월등히 많은데도 여야 대선주자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에 밀리거나 경합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교체할 능력도, 준비도, 결기도 보이지 않는다. 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야당성을 회복해 잘 싸워 이기겠다는 절박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1997년 대선 패배 이후 10년간의 야당 시절에 수차례 분당·분열의 위기를 극복하고 당과 일체감을 갖는 유권자를 늘리면서 중도 확장성을 높였기에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었다. 이제 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갈등을 수습하고 바람을 일으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저서 ‘대통령’에서 세간의 막연한 기대에 고무돼 대선전에 뛰어들었다가 대통령이 된 인물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비전과 철학이라는 탄탄한 뿌리와 사방으로 뻗은 조직이라는 가지 없이, 이미지라는 화려한 꽃만으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두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 국민의힘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정권교체가 절실하다면 나라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에 관한 국정철학과 로드맵부터 내놓고 조직을 다져나가야 한다. 이게 정권교체의 기본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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