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못 이룬 '그 어려운 걸' 해냈다..키움 이정후 '사이클링 히트'

[경향신문]
한화전서 단타·2루타·3루타·홈런
한 경기에서 모두 때린 ‘대기록’
데뷔 처음이자 KBO 역대 29번째
4안타 6타점 맹활약…5점차 승리

이종범은 한국야구 최고 스타였다.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답게 태풍 같은 기록을 여럿 남겼다. 한 시즌 도루 84개는 앞으로도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시즌 타율 0.393 역시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들다. 124경기만 뛰고 때린 196안타(통산 4위) 역시 엄청난 기록이다.

그런데, 이종범도 하지 못한 기록이 ‘사이클링 안타(히트 포 더 사이클·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기록하는 것)’였다.

‘바람의 손자’라 불리는 아들 이정후(23·키움·사진)가 아버지도 못해본 진기록을 완성했다.

이정후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7-1로 앞선 8회초 1사 1·2루에서 한화 좌완 이충호로부터 우중간 담장을 맞히는 커다란 2타점 타구를 날렸다. 뒤도 보지 않고 달린 이정후는 한화 외야진이 공을 잡았을 때 이미 2루와 3루 중간을 달리고 있었다. 3루에 슬라이딩한 이정후는 굳이 인사이드 파크 홈런을 노릴 필요가 없었다. 5회 홈런을 때린 이정후는 3루에 멈추면서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정후는 1회 안타를 때렸고, 5회 솔로홈런에 이어 6회 만루 기회에서는 3타점짜리 싹쓸이 2루타를 더했다. 8회 3루타를 때리며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29번째 사이클링 안타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 이종범이 KBO리그에서 1706경기를 뛰는 동안 한 번도 하지 못한 기록이다. 이종범도 호타준족을 상징하는 타자였지만 사이클링 안타는 한 경기에 다 쏟아지는 ‘운’이 따라야 하는 기록이다.

강백호, 전준우 등과 타격왕 경쟁을 벌이는 이정후는 4타수 4안타를 기록하면서 타율을 0.358로 끌어올렸고 이날 경기가 없던 KT 강백호(0.350)와의 차이를 더욱 벌렸다. 이정후가 타격왕에 오른다면, 메이저리그에도 없던 ‘부자 타격왕’이 탄생한다. 이종범은 1994년 타율 0.393으로 타격왕에 올랐다.

키움은 이정후의 4안타 6타점의 맹활약 속에 한화에 9-4로 이겼다. 5위 SSG와의 승차를 0.5경기로 좁히면서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갔다. 키움과 SSG 모두 4경기씩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가을야구의 마지막 티켓은 안갯속이다. 2경기 더 남겨둔 7위 NC도 SSG와의 승차는 1경기다.

잠실에서는 LG와 롯데가 4-4로 비겼다. 3위 LG는 최근 7경기에서 승리 없이 4무3패를 기록하며 사실상 선두 경쟁에서 멀어졌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