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30분 연설.. 부동산 실책은 딱 한문장으로 패싱

김아진 기자 2021. 10. 2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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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7번째, 마지막 국회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 문제이면서 개혁 과제”라며 “더욱 강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역 불균형도 풀지 못한 숙제”라고 했다.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했지만 이날은 사실상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30분 넘는 연설 동안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딱 이만큼만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근들이 연루돼 있는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 요구에도 침묵했다. 연설 대부분은 경제와 백신 등에 대한 자찬으로 채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지나쳤다. /국회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지막 시정연설을 갖고 “불공정과 차별과 배제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며 “미래 세대들이 희망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들이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미해결 과제들을 진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다음 정부로 노력이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폭등한 집값, 전셋값 등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최근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자립하는 역전의 기회로 바꾸었다”고 했다.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는 “K방역은 국제 표준이 됐다”며 “코로나 속에서도 전례 없는 확장 재정을 통해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며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된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관련해선 “북핵 위기는 평화의 문을 여는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며 평화의 물꼬를 텄다”며 “대화는 미완성이다.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설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7번째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국회 연설이다. 문 대통령은 매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것에 대해 “과거에는 국무총리께서 대독한 경우가 많았는데, 전부 다 한 사람은 제가 최초인 것 같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연설 내내 17차례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평생 지지합니다”란 팻말을 들었다. 반면 야당은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과 퇴장할 때 피켓 시위를 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 입장 시 본회의장 앞에 서서 ‘성남 대장동 특혜 비리 특검 수용하라!’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사전환담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대장동 건과 관련해 더 엄격한 지침과 가이드라인으로 수사에 활력이 생기도록 해달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경에 철저 수사를 지시했으나 특검 요구 등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자화자찬과 숟가락 얹기 일색”이라며 “국민의 고통과 현실에 대한 공감과 정책 실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측은 “이러니 ‘달나라 대통령’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화려한 K시리즈에 가려진 K불평등은 외면한 연설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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