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1박2일 캠핑해볼까

한겨레 2021. 10. 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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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도서관으로 떠나는 가을여행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미술도서관
요리교실 운영하고 악기 빌려주기도
캠핑장·숙박시설 갖춘 도서관도
의정부미술도서관은 미술관처럼 꾸민 공간에 예술서적 1만여권을 갖추고 있다. 김아리 객원기자

최근 1∼2년 사이에 전국에 ‘음악’ ‘미술’ 또는 ‘미식’을 주제로 한 전문 도서관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관 마당에서 캠핑을 하면서 1박2일 숙박을 할 수 있는 도서관도 늘어나고 있다. 독서의 계절, 색다른 도서관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 운영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누리집 등을 통해 운영 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다.

미술관인가, 도서관인가! 의정부미술도서관

2년 전 개관한 경기 ‘의정부미술도서관’(www.uilib.go.kr/art)은 건물 외관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세련된 공간이다. 3층짜리 건물의 한 면이 통창이어서 개방감이 뛰어나고 건물 중앙에 1층부터 3층까지 굽이치며 연결돼 있는 나선형 계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덕분에 <하이클래스> <사이코지만 괜찮아>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등의 드라마 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했다. 미술, 건축, 디자인 등 예술서적 1만여권과 예술 전자책 등 예술 디지털 콘텐츠 1600점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에 소속된 큐레이터들이 주요 미술관에서 공수한 도록도 대거 확보하고 있다. 1층 미술관에서는 도슨트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미술 전시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매년 신진 작가들을 뽑아서 도서관 3층에 마련된 스튜디오를 제공하는데, 이들 작가가 도서관에서 작품 전시회를 하거나 시민들 대상으로 미술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팝아트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집을 대형 사이즈로 출간한 <호크니 빅북>은 전세계에 총 9천부만 제작·판매된 한정판인데, 이 도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주말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에는 <호크니 빅북> 등을 찍은 도서관 방문 인증샷이 넘쳐난다.

클래식 감상하고 악기 빌리는 도서관들

경기 파주의 ‘가람도서관’(lib.paju.go.kr/grlib)은 시공 단계 때부터 음악 및 음향 전문가가 참여하고 음악을 전공한 음악사서가 상주하고 있는 음악 특화 도서관이다. 클래식 오페라 시디(CD)와 공연 실황 디브이디(DVD) 등 1만여점의 음악자료를 도서관에서 보거나 들을 수 있다. 클래식 공연장도 2개나 갖추고 있어서 신진 음악가부터 세계 정상급 음악가까지 다양한 연주자들을 초청해 공연을 열어왔다. 음악 특화 도서관인 만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음악 읽어주는 도서관’ 같은 음악과 독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낙소스(NAXOS) 디지털 음원 서비스’로, 이는 낙소스와 산하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 소니 클래식 등 세계 클래식 음원 261만여곡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다. 원래는 도서관에 방문해야 들을 수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누리집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게 전환했다. ‘재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는 22만여곡의 재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가람도서관은 오디오와 헤드셋을 갖추고 있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가람도서관 제공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소리울도서관’(www.osanlibrary.go.kr/soriul/main.do)은 2년 전에 개관한 악기 전문 도서관이다. 입구의 바흐와 헨델, 베토벤 동상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이 도서관은 국악기부터 현악기, 타악기, 전자악기까지 총 265종의 악기 140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태평소부터 트럼펫, 플루트, 하프시코드까지 185종의 악기는 직접 보거나 만져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다. 또 바이올린, 첼로, 기타, 세트 드럼 등 87종의 악기는 월 단위로 소정의 대여료를 내면 빌릴 수가 있다. 국악연습실과 밴드연습실, 보컬연습실, 음원편집실뿐만 아니라 1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실도 갖추고 있다. 악기는 오산 시민만 대여가 가능하지만, 연습실은 예약 절차만 밟으면 누구나 무료 대관이 가능하다.

265종의 악기를 갖추고 있는 소리울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악기를 체험, 대여할 수 있다. 소리울도서관 제공

미식을 즐기거나 과학을 즐기거나

경남 통영의 시립도서관을 단장해 올해 5월 문을 연 ‘꿈이랑도서관’은 국내 최초 어린이 미각 도서관이다.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은 충무김밥, 꿀빵, 다찌(선술집의 안주), 우짜(우동과 짜장을 합친 음식) 등의 음식으로 유명한 맛 고장이기도 하다. 꿈이랑도서관은 통영의 맛을 보존하고 체험하게 하는 지역 음식문화 특화 도서관이다. 자료실에는 전세계 다양한 음식과 요리법을 담은 책들을 갖추고 있고, 통영의 음식문화를 맛보고 체험하는 전시실과 주방을 갖춘 요리교실도 가지고 있다. 미각 도서관답게 성인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쿠킹 클래스가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통영의 토속 향토 음식 수업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보는 지구촌 요리 수업,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출신의 파티셰가 가르치는 디저트 수업까지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고 있다.

‘의정부과학도서관’(www.uilib.go.kr/science)은 별도 보고 책도 보는 도서관이다. 과학 분야 특화 도서관인 이 도서관은 지난해 도서관 전체를 리모델링하면서 어린이 과학체험실도 새로운 체험들로 단장했다. ‘4D 영상체험실’에선 3D 영상과 함께, 비행, 이동 등 동체적인 움직임 및 다양한 특수효과를 이용한 공간적 입체효과를 통해 실감 나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천체투영실’에선 원형 돔에 가상 천체를 투영해, 실제에 가깝게 재현된 밤하늘과 우주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무중력 체험실’은 수직 상승하면서 우주로 출발하는 로켓 안에서의 느낌을 체험하고 수직 하강하면서 우주 공간에서의 무중력 상태 느낌을 느껴보는 곳이다.

캠핑장·숙박시설 갖춘 도서관들

경남 합천 해인사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가야산독서당 정글북’은 폐교한 숭산초등학교 자리에 지난해 문을 연 도서관이다. 올해 5월부터는 도서관 마당에 자리한 방갈로를 빌리거나 캠핑데크에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하면서 도서관 책을 읽을 수 있는 ‘가족 북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주말 캠핑을 운영하고 방학 중에는 주 3회 운영을 하고 있다. 캠핑을 하면서 인형극, 버블쇼 등 도서관에서 준비한 다양한 행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경남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족만 참여할 수 있다. 북캠프는 누리집(junglebook.gne.go.kr/junglebook)에서 매달 15일 오전 10시에 다음달 예약을 받는데, 3∼5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

가야산독서당 정글북은 도서관 마당에 있는 방갈로에서 숙박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가족 북캠프’를 운영한다. 가야산독서당 정글북 제공

오산에 위치한 ‘꿈두레도서관’도 도서관 마당에 독서캠핑장을 갖추고 있다. 나무로 지어진 캠핑동에서 가족끼리 1박2일 숙박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상은 5살 이상∼중학교 3학년까지 자녀를 동반한 오산 시민 가족이다. 숙박비가 무료인 대신, 퇴실할 때 자녀와 함께 작성한 독서소감문을 제출해야 한다. 오산시도서관 누리집(www.osanlibrary.go.kr)에서 이용 예약을 받는다. 코로나19 4단계가 실시된 이후 캠핑 프로그램은 중단된 상태인데, 언제 재개할지 현재 논의 중이라고 한다.

꿈두레도서관은 도서관 옆에 독서캠핑장을 갖추고 있다. 꿈두레도서관 제공

충남 금산에 위치하고 있는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www.grimbook.net)은 우리나라에 만들어진 첫번째 그림책 마을이다. ‘0세부터 100세까지 3대가 함께 읽는 그림책 마을’답게,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다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을 갖춘 4개 도서관과 서점, 갤러리, 음악감상실, 정원과 산책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어른들이라면 110년 된 전통 한옥 도서관에서 차를 음미할 수 있고, 어린이들은 미국 셔틀버스를 가져와서 만든 노란버스 도서관에 열광한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으면 모든 곳을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마을 안에 있는 5채의 고택 또는 현대적 숙소에서 머무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고택스테이와 북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책만 읽기는 아까운 전국 이색도서관 4’에 꼽히기도 했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은 도서관과 서점, 숙박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제공

충북 충주 ‘맥타가트 도서관’(cafe.naver.com/mctaggart1)은 10여년 전에 폐교한 동량초등학교 하천분교를 도서관으로 바꾸어 문을 연 곳이다. 미국 유학 시절 은사의 이름을 따 ‘맥타가트’ 도서관으로 이름을 지은 오성현 관장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좀 더 많이 찾게 하고자 운동장을 캠핑장으로 개방했다”고 말했다. 운동장에 텐트를 쳐도 되고 캠핑카를 세워도 되고, 날씨가 추울 때는 도서관 안에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해도 된다. 어린이책 4천여권과 관장의 개인 소장 서적 등 총 1만여권의 책을 비치하고 있다. 예약 전화는 043-855-5250.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맥타가트 도서관은 마당이나 도서관 내부에 텐트를 치고 숙박할 수 있다. 맥타가트 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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