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전 사장 사퇴외압 녹취엔 "시장님 명 받았다"..김은혜 폭로

한기호 2021. 10. 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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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기자간담회서 김은혜 3분56초 분량 황무성-유한기 녹취 공개
성남도공 본부장급 유한기, 사장 황무성에 임기 중도 사직서 당일 제출 요구 관철
"정 실장" "시장님 명" 등장..정진상·이재명 간주한 野 "화천대유 걸림돌 제거" 의심
김은혜(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원내지도부와 대장동 TF 위원들이 개최한 '이재명 발언 팩트체크 2021 국정감사 11대 거짓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5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택지개발 직전인 2015년 2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SDC)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초대 사장에게 사퇴 외압을 가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함께 "시장님 명을 받았다"는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까지 공개했다. 녹취 내 '정 실장'뿐만 아니라 '시장님'까지 등장한다는 추가 정황을 직접 폭로한 것이다. 이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을 가리킨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원내지도부와 대장동 태스크포스(TF) 위원들이 함께 가진 '이재명 팩트체크 2021 국정감사 11대 거짓말' 기자간담회에서 황무성-유한기 녹취록을 공개했다. 야당은 이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개입 증거로 간주하며, 이 후보가 최근 경기도지사로서 출석한 국회 행정안전위·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의 위증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공개된 녹취는 3분 56초 분량이다. 국토위 소속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녹취를 직접 공개하면서 "이 후보가 연상되는 대목도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대화는 2015년 2월 6일 SDC 소속이던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는 내용이다.

공개된 녹취에서 유 전 본부장은 사장 임기(2013년 9월부터 3년)를 다 채우지 않은 황 전 사장을 상대로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면서 후일 SDC 기획본부장으로서 사장 직무대행을 하게 될 유동규씨와 함께 "정 실장"을 반복해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 실장'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실제 직함 정책비서관)으로 추정되며,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권력 서열을 암시하듯 '유동규는 유원, 유한기는 유투'라는 별칭으로 불렸단 게 국민의힘 측 설명이다.

대화 당시 유 전 본부장이 "그래서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이 있습니까? 유동규가 앉혀 놓은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자 황 전 사장은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번 만날게"라고 했고, 유 전 본부장은 "아니 주세요"라고 답한다. 이는 '사직서를 달라'는 의미란 게 야당의 해석이다.

황 전 사장이 "당신이 그렇게 할 경우는 아닌 거 같아"라고 답하자 유 전 본부장은 "사장님 그렇게 공식적으로 저거를 해서 들어오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사장님 빽이 있었습니까, 아니면 뭐가 있었습니까? 다른데도 다 그렇게 들어왔고"라며 "그런데 공적이 있고 그런 사람들도 1년 반, 1년이면 다 갔습니다. 사장님은 외람된 말씀이지만 너무 순진하세요. 너무 모르십니다. 이걸 너무 모르세요"라고 비꼬았다.

이에 황 전 사장이 "아니 뭐 그게(사장 자리가) 지꺼야 원래? 뭐 그걸 주고 말고 할 거야"라며 불쾌감을 표하자, 유 전 본부장은 "아 참,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라며 "저기 뭐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고 강조한다. '시장'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칭한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유 전 본부장의 종용이 이어지자 황 전 사장은 "알았어. 그래 알았어. 내주에 내가 해줄게"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아닙니다. 오늘 아니면 오늘 해야 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어느 누구 다 박살이 납니다. 아주 꼴이. 꼴이 아닙니다"라고 맞선다.

황 전 사장은 결국 당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화가 이뤄진 날짜는 SDC가 개발이익 초과환수 조항을 스스로 포기한 대장동 사업에 민간 시행사로 참여해 계열사 포함 4000억원대의 배당 폭리 등 총 8500억원의 개발이익을 취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었다. 또 SDC가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배포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김 의원은 "황 전 사장 사퇴가 화천대유 걸림돌을 제거하는 과정이었다면, 이 배경에 이 지사의 지시가 있었다면, 이는 직권남용 강요 혐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당시 SDC 전략투자팀장으로 공모지침서 작성 등 실무를 담당한 정민용 변호사가 공사 이익을 확정한 공모지침서를 이재명 후보에게 직접 보고하러 갔었다는 언론 보도도 거론했다.

그는 "당시 이재명 시장이 보고를 받고 '공공이익 확보는 좋지만, 민간사업자를 모으려면 민간에 수익을 좀 더 줘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이 확보됐다고 한다"며 "이제 이 지사가 공공의 이익 최대화가 아닌, 화천대유 이익 최대화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여부 또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지사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뒤이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사업 전 도시개발사업단과 공사 등과 합동회의에서) 민간에 과도한 부담을 시켜 문제 삼을 수 있으니 '제소 전 화해, 부제소 특약을 해두라'고 지시했다"면서 "장담하건대 저를 아무리 뒤져도 100% 뭐가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정 전 실장이 황 전 사장의 사퇴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엔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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