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라시코 1루는 지옥이었다..이영빈 추평호의 '운수없는 날' [스경X스토리]

이용균 기자 2021. 10. 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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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2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키움 와 LG 트윈스와의 경기. LG 이영빈. 정지윤 선임기자


야구에서 원래 ‘핫코너’는 3루를 뜻한다. 우타자가 많던 시절, 강한 타구가 3루수를 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5일 잠실 ‘엘롯라시코’에서 핫코너는 ‘1루’였다. 입단 때 포지션이 유격수였던 고졸 신인 이영빈이 지키는 LG 1루에서 이날 별의 별 일이 다 벌어졌다. 이날 1루심을 맡은 추평호 심판위원도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이영빈은 19세 신인, 추평호 심판은 1군 1000경기를 훨씬 넘긴 베테랑이지만 이날은 ‘운수 없는 날’이었다.

1회부터 심상치 않았다. 롯데 2번 신용수의 타구가 3루쪽으로 짧게 굴렀고 LG 선발 켈리가 잡아 1루에 던졌다. 추평호 1루심이 아웃을 선언했는데, 롯데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고, 정정됐다.

이어진 1사 1·2루에서 이번에는 안치홍의 타구가 1루와 2루 사이로 흘렀다. LG 2루수 서건창이 쉽게 잡을 수 있는 타구였는데, 1루수 경험이 적은 이영빈이 공을 잡겠다고 뛰어드는 바람에 1루가 비었다. 우왕좌왕 하는 사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켈리와 이영빈이 겹쳤고, 이 과정에서 송구가 다소 늦었다. 추평호 1루심이 이번에는 세이프를 선언했는데, LG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또다시 번복되면서 1사 만루가 2사 1·2루로 바뀌었다.

‘혼돈의 1루’는 3회에도 이어졌다. 롯데 선두타자 마차도의 유격수 깊은 타구 때 송구가 높았다. 추평호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지만 이영빈의 발이 떨어졌다. 롯데의 비디오 판독 요청에 또다시 번복됐다. 연거푸 오심을 낸 추평호 심판의 낯빛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비디오 판독을 마치고 돌아가는 나광남 심판 팀장이 추 심판을 격려하는 장면도 나왔다. 롯데가 안치홍의 내야 땅볼로 3점째를 뽑은 뒤 2사 1루에서 손아섭의 유격수 땅볼도 1루 접전이었다. 추평호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고, 롯데 벤치가 이번에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지 않았다.

9월 3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대 LG 경기. 5회 말 1사 1,2루 때 홈에서 태그 아웃당한 LG 이영빈이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비디오판독 결과 두산 포수 최용제의 진루방해로 이영빈 득점 인정. | 연합뉴스


추평호 1루심이 한 숨을 돌린 사이, 이번에는 1루수 이영빈 타임이 찾아왔다.

LG가 4-3으로 역전시킨 롯데 7회초 공격 무사 1루에서 마차도의 타구가 3유간으로 크게 바운드 됐다. 3루수 문보경이 달려나와 이를 잡아 송구하는 사이 1루주자 추재현이 비어있는 3루를 노렸다. 1루수 이영빈은 문보경의 높은 송구를 잡은 뒤 3루로 송구하려다 타자주자 마차도와 충돌했다. LG 류지현 감독이 송구 방해를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영빈이 주자의 움직임을 보다 잘 읽었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었다.

‘이영빈 타임’은 계속됐다. 1사 3루 신용수 타석 때 1루 파울 뜬공이 떴다. 1루쪽 익사이팅 관중석 앞으로 이동한 이영빈은 3루쪽을 쳐다보더니 마지막 순간 글러브를 거둬들였다. 희생뜬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는데, 자신의 위치 판단이 틀렸다. 3루주자가 도저히 들어올 수 없는 짧은 타구였다. 실수를 깨달은 이영빈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이영빈 타임’의 마지막은 다행히 빅 캐치로 마무리됐다. 이어진 2사 3루, 이대호의 타구는 3유간을 빠질 듯 했지만 오지환이 끝까지 따라가 미끄러지며 잡았고, 포기하지 않은 채 1루에 원바운드 송구를 했다. 1루수 이영빈은 다리를 뻗을 타이밍을 놓치면서도 원바운드 송구를 가슴 앞에서 글러브 포켓 안에 끌어안듯 넣었다. 추평호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고, 롯데 벤치가 마지막 남은 비디오 판독 카드를 썼지만 느린 화면 결과 아슬아슬하게 송구가 빨랐다. 이마저 번복됐다면, 한 경기 같은 심판 4번복이라는 오명이 남을 뻔 했다.

1루수 이영빈과 추평호 1루심 모두 지독한 하루였다. 야구는 운의 종목이고, 끝까지 불운은 없다. 마지막 캐치와 판정은 정확했다.

경기는? 엘롯라시코답게 끝까지 알 수 없는 팽팽한 승부였고 4-4로 비겼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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