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산불로 속태운 미 캘리포니아에 반갑지 않은 '물폭탄'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입력 2021. 10. 25. 21:40 수정 2021. 10. 2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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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태평양 연안에 홍수·산사태
‘기후변화 영향’ 극단적 날씨
국지적 폭우, 해갈 도움 안 돼

대형 산불 ‘딕시’로 큰 피해를 입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스 카운티에 24일(현지시간) 폭우가 쏟아지자 산에서 흘러내린 암석과 토양이 고속도로를 뒤덮고 있다. 플루머스 카운티 | AP연합뉴스

수년째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태평양 서북부 연안 지역에 24일(현지시간)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일부 지역에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고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이상 고온과 가뭄, 이로 인한 산불과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폭우 등 미국 서부 지역이 겪고 있는 극단적인 날씨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지역과 워싱턴주 시애틀, 타코마 등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을 관장하는 국립기상청(NWS) 사무소들은 홍수와 강풍 피해에 대비할 것을 주민들에게 경고하면서 특히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의 경우 산사태의 우려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바다주의 경우 폭설이 예보됐다.

NWS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와 태평양 연안 서북부 지역을 강타한 강풍과 폭우는 ‘대기천’과 ‘폭탄저기압’으로 불리는 기상 현상이 동시에 도래했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인 대기천은 수증기가 응축된 공기 통로가 열대성 대양 상공에서부터 육지로 연결된 현상을 말한다. 대기천 현상이 발생하면 짧은 시간 안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폭탄 저기압은 말 그대로 폭탄이 터졌을 때 생기는 충격파처럼 강풍을 동반한 저기압을 가리킨다.

실제로 지난 3월 이후 222일 동안 전혀 비가 내리지 않았던 새크라멘토 지역은 1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으며, 이날 오후 현재 50㎜ 이상의 비가 내렸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지역에는 63~76㎜가 내렸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 지역에 최대 200~250㎜의 폭우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등은 20년째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며 2018년부터 해마다 여름이 되면 큰 산불 피해를 입고 있다. 올해도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인 딕시와 콜더가 삼림을 불태우고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은 나무가 불에 타 토양이 노출됐기 때문에 폭우가 내리면 토양과 암석 등이 흘러내리면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딕시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지나는 70번 고속도로 일부가 산사태 피해를 입었다.

대기천이 쏟아내는 폭우는 비가 쏟아지는 지역이 국지적이고 일시에 많은 비를 쏟아낸 다음 그치기 때문에 미 서부 지역이 겪고 있는 가뭄의 근본적인 해갈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NWS는 이번에 미국 서부를 덮친 강풍과 폭우는 25일까지 이어진 다음 잦아들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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