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반딧불이 보호..환경파수꾼 되겠다"

박용근 기자 2021. 10. 2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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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삼천보존협의체' 발대

[경향신문]

전주 삼천의 환경파수꾼으로 나선 시민들이 지난 17일 삼천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송석문 회장. 삼천생태문화발전협의체 제공
수달·너구리·쉬리 등 서식
시민 20여명 생태정화활동

전북 전주에는 삼천이라는 하천이 있다. 전주 시내를 관통하는 이 하천에는 반딧불이가 서식한다. 삼천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 일부가 ‘환경파수꾼’이 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시민 20명이 의기투합한 ‘삼천생태문화발전협의체’(협의체)가 지난 22일 발대식을 가졌다.

“계절이 사라진 것만 봐도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거창한 구호보다 집 앞 삼천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부터 하자는 데 마음을 모았지요. 삼천에 꽃나무를 심고, 삼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삼천을 거닐면서 하천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꿔나가는 운동을 할 것입니다.”

협의체 송석문 회장(56)은 25일 “시민의식이 높아져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쉽고, 간단한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그 해답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천 환경파수꾼들을 이끌게 된 송 회장은 음악을 전공한 예술인이다. 삼천생태문화축제를 5년째 열고 있는 (사)한국문화예술교육연구원 대표다. 그는 삼천 생태보존을 위한 자생 단체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삼천 보존운동을 제안했다. 송 회장은 “흥미로운 것은 ‘삼천과 함께 공생해 보자’는 얘기를 들은 사람 대다수가 환영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라며 “삼천에 대한 애정이 컸지만 선뜻 나서기 어려웠던 것이다. 준비과정을 거쳐 공식 창립하는 데 2년여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회원 20여명의 직업도 다양하다. 음식점을 운영하거나 용달차를 모는 주민도 함께했다. 숨가쁜 생업 와중에도 삼천을 가꾸는 데 기꺼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삼천에는 수달을 비롯해 1급수에 서식하는 쉬리도 산다. 청정 산간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있고, 너구리 등 야생동물들도 삼천 습지를 거점으로 들락거린다. 협의체 회원 주지종씨(55)는 “아름다운 삼천의 생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전주시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성공하면서 모습을 갖추게 됐다”면서 “많은 시민들이 삼천을 찾기 때문에 앞으로 자연과 생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협의체는 앞으로 월 1회 정기 환경정화활동을 펼친다. 봉사활동뿐 아니라 인근 아파트 공동체나 자생단체와 교류하며 삼천의 환경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문화 콘텐츠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회원 박재경씨(47)는 “마음만 먹고 있던 일을 여러 주민들과 함께해 성취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환경정화활동을 벌이는 날에는 아이들도 데리고 나와 산 교육장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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