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 도시재생 예산 30~70% 삭감
[경향신문]
마을공동체·주민자치 등 예산 대폭 줄여 시의회와 마찰 예상
‘박원순표 사업’ 지우고 ‘재개발’로 시정 기조 전환에 반발도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임 시장의 주요 사업인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등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예산이 최대 70% 이상 깎인 지역이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서울시는 이들 사업 관련 예산을 바짝 죄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예산 심의를 본격 시작하면서 향후 서울시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5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2022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박원순 전 시장 시절 핵심 사업 예산을 줄줄이 삭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도시재생 사업 예산은 지역에 따라 삭감 폭이 30~70%에 이르고 있다. 지역별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해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지정한 중구 신당5동 5개 지역에서는 예산이 사실상 전액 삭감됐다. 이 때문에 재생계획 수립 등 사업의 첫발조차 떼지 못할 상황이다.
도시재생 사업은 보통 예산액이 수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 시와 자치구가 예산을 9 대 1로 분담(매칭)했다. 서울시는 최근 이를 5 대 5로 바꿔 자치구 분담 비율을 높이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서는 서울시가 아예 도시재생 사업의 흔적을 지우려 하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도시재생에서 재개발 규제 완화로 시정 기조를 전환하면서, 서울시가 기존 재생 사업조차 지원을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A지역 재생지원센터장은 “전문가들과 수립한 재생 계획에 따라 지역주민들과 토론하고 설득해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며 “주민들 사이에 재생 사업은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지역 재생지원센터장은 “주민들 스스로 향후 재생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현재 서울시는 재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쪽으로 인력과 사업을 조정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1일 시의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한다. 오 시장이 육성 방침을 밝힌 ‘서울형 뷰티산업’ 등 예산이 대거 새로 포함됐다. 반면 도시재생을 비롯해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등 전임 시장 시절 주요 사업 예산은 삭감됐다.
서울시가 예산 편성 기조를 급격하게 전환하면서 여론 반발에 직면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 공유자전거 ‘따릉이’ 추가 도입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서울시 담당부서엔 ‘따릉이 운영을 지속해달라’는 민원이 쇄도했다. 결국 서울시는 22일 따릉이를 연말까지 3000대, 내년 3000대 등 모두 6000대를 추가 도입하는 ‘따릉이 시즌2’ 계획을 밝히고, 오세훈 시장이 직접 따릉이 대여소를 방문하는 등 여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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