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문화혁명 - 야마모토 요시타카 [이승우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10여년 전부터 서양 중세 사상과 역사에 대해 나름의 공부를 진행하면서 책도 기획해오고 있다. 기존 ‘서양 중심’의 중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중세 서양에 큰 영향을 끼친 이슬람과 중세 후기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집중하게 된다. 그 가운데 흔히 서양 근대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3R’(르네상스, 종교개혁, 고대로마법)이 거론되곤 하는데, 이와 더불어 17세기의 ‘과학혁명’ 역시 그것들과 비견될 만하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에 젬병이던 내게 과학혁명 분야는 접근하기 두려운, 즉 포기의 독서 영역이었다.
우연히 접한 이 책은 충격 그 자체였다. 1차 통독에, 두 번째 읽을 때는 중요한 부분과 궁금한 부분에 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었다. 이 책의 핵심을 말하자면, 17세기의 ‘위대한’ 과학혁명은, 사실 16세기에 대학과는 인연이 없던 숱한 이름 없는 직인, 예술가 등에 의한 방대한 분량의 ‘경험’에 기초해 축적된 결과물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들은 지식인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자신들의 언어인 속어로 과학책과 기술책을 썼다. 누구나 실험과 경험지식을 통해 자신의 언어로 ‘과학’의 세계를 넓힌 것이다. 묻혀 있던 16세기의 복원이랄까.
직업병처럼 읽은 책에서 반드시 찾아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저자의 집필 역량을 데이터로 볼 수 있는 ‘참고문헌’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임에도, 중세 후기부터 근대 초까지의 방대한 관련 라틴어 문헌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저자의 책을 출판할 수 있다면, 단 한 권의 편집자로 편집 경력을 그만두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이에 버금가는 책 <과학의 탄생>도 썼으니, 가히 최고봉이다. 그런 그가 사실 1960년대 말 열혈 운동권 학생이었다 하니….
이승우 | 도서출판 길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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