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웹자서전
[경향신문]
출판·서점 업계에서는 5년마다 대선 후보의 책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 책 간의 판매부수 경쟁은 대선판의 또 다른 신경전이다. 화제를 모은 책은 2012년 대선 때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이다. 당시 ‘안철수 바람’을 타고 출간된 이 책은 김영사의 기획으로, 누적 7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대담이라는 독창적 형식이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대선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실패한 대선 자서전 사례라면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래전 펴낸 자서전에 돼지 흥분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사실이 2017년 대선 당시 후보가 되면서 뒤늦게 부각돼 홍역을 치렀다. 선거에 도움을 받고자 낸 책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이다.
이번 대선을 즈음해서도 후보들이 책을 펴냈다. 그런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조국 전 장관의 책 <조국의 시간>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추미애의 깃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더 많이 팔렸다. 지지도와 책 판매량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웹자서전을 연재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페이스북에 그가 살아온 길을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출간된 <인간 이재명>(김현정·김민정 저)을 바탕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글을 재구성해 올리는 방식이다. 4개월에 걸쳐 총 50여회 실을 예정인데, 하재욱 작가의 삽화도 곁들여진다. 이 후보는 “일은 잘하는데 싸움닭에다 독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싶다고 밝혔다. 웹이라는 이름을 달기는 했어도 일반 웹소설처럼 웹소설플랫폼에 태우는 게 아니라 이 후보 페북이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만 싣는다.
공짜에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자서전이 색다른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선거운동의 새 장을 열지 아니면 다른 많은 정치인들의 책처럼 발간 자체에 의미를 두는 데 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동안 사례에서 보듯 자서전 인기와 대선 승리는 별개이다. 대선 승리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후보가 시대정신과 함께하느냐이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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