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페북이 짐싸서 몰려간 ‘시애틀의 매력’은

시애틀/김성민 특파원 2021. 10. 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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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들 우르르… ‘제2의 실리콘밸리’ 된 몇가지 이유
시애틀에 자리잡은 구글 빌딩 - 시애틀 사우스레이크유니언 지역에 있는 구글 빌딩 전경. 시애틀에서도 낙후된 지역이었던 이 지역은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이 들어오며 도심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성민 기자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 시애틀 인근 위성도시인 벨뷰 다운타운 108번 거리엔 터 파기가 한창이었다. 아마존의 31층짜리 새 건물이 들어설 자리다. 사거리 건너편엔 ‘밸뷰 시티홀 역’이라고 적힌 경전철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거리에서 교통 지도를 하던 경찰 마세스씨는 “네 블록 떨어진 곳에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며 “시애틀 지역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피디아(여행) 등의 본사가 있는 시애틀이 테크 산업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이나 실리콘밸리 지역은 코로나 상황 속에 테크 기업들의 사무실 임대가 감소했지만 시애틀은 예외다. 글로벌 부동산 업체 CBRE에 따르면 작년 시애틀은 테크 기업들의 사무실 임대 면적 순위에서 미국 도시 중 1위에 올랐다. 올해 초에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력을 위한 최고 도시로 꼽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레드몬드 본사 옆에 건물 17동을 새로 짓고 있고, 구글은 작년 8월 인근 커클랜드에 3만7000㎡ 규모의 빌딩 2개를 매입했다. 애플은 지난 4월 시애틀에 12층짜리 빌딩을 마련했다.

테크 업계에선 시애틀이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된 이유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대형 테크 기업이 만든 산업적 토양과 인재 유입, 주정부와 시의 인프라 개선을 꼽는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미 전역에서 인재를 끌어들이고, 이 인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업이 들어서며, 정부는 기업들 마음껏 일하게 지원하는 선순환이 작동하는 것이다.

인재 끌어들인 아마존 본사 -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 아마존은 다양한 인센티브로 이곳에 인재를 끌어들였고, 인근 벨뷰시에 2개의 고층 빌딩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인재 끌어들인 기업

시애틀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업 입장에선 별 매력이 없는 도시였다. 하지만 시애틀의 한 창고에서 시작된 아마존이 급성장하자 도시 전체가 바뀌었다. 시애틀 지역 한인 IT 전문가 모임인 ‘창발’의 여상호 이사는 “아마존은 학부 졸업생이 아마존에 취업하면 1년 치 렌트비를 지원했고, 아마존 주식도 시가보다 싸게 사도록 하며 인재를 끌어모았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 클라우드(가상 서버) 시장 1~2위를 차지하며 관련 인재가 더 많이 몰려들었고 시애틀은 ‘전 세계 클라우드 수도’가 됐다.

보잉(항공), 스타벅스·코스트코(유통), T모바일(통신) 등 쟁쟁한 기업들이 시애틀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도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됐다. 실제로 제프 베이조스의 민간 우주항공업체 블루오리진은 시애틀 근방인 워싱턴주 켄트에 있다. 워싱턴주 상무부 우주항공산업 디렉터인 로빈 토스씨는 “보잉이 만든 항공 우주 공급망 덕분에 현재 워싱턴주에는 항공 우주 관련 회사 1400여 곳이 있고 관련 인력도 13만명에 이른다”며 “최근엔 민간 우주 스타트업들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시애틀이 폭넓은 인재 풀을 형성할 수 있게 된 배경엔 대학의 역할이 컸다. 워싱턴대 경영대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기업이 직접 참여해 교육 과정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한다. 성소라 전 워싱턴대 경영대 교수는 “워싱턴대학에서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의 문제를 학생들이 컨설팅하게 하는 수업이 필수 강의”라며 “기업 임원이 직접 심사하고, 뛰어난 학생에겐 직접 러브콜을 보낸다”고 했다. 스탠퍼드대가 실리콘밸리에 좋은 인재를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워싱턴대가 시애틀의 인재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정부의 인프라 지원

주 정부와 시는 젊은 인재들을 위한 교통 인프라 개선에 심혈을 쏟고 있다. 지난 2일엔 시애틀 시내에서 북쪽 노스게이트 지역까지 연결하는 경전철 역 3개가 문을 열었다. 2023년엔 시애틀 공항부터 시내, 워싱턴 호수 건너편 도시인 벨뷰를 잇는 경전철이 가동을 시작한다. 차가 없어도 출퇴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제니 더컨 시애틀 시장은 “우리는 더 많은 주민과 기업을 끌어당기는 도시가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미래로 이끈다고 믿는다”고 했다.

실리콘밸리보다 상대적으로 싼 생활비도 시애틀에 인재가 몰리게 한다. 박영진 윈더미어 부동산 중개인은 “벨뷰와 시애틀 다운타운 방 2개짜리 아파트 렌트비는 2500~3000달러 수준”이라며 “최근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실리콘밸리보다는 싸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린시플 디자인 매니저인 이상인씨는 “시애틀 생활비는 실리콘밸리의 85% 정도 수준”이라며 “시애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에 산업과 높은 생활수준 등이 갖춰진 균형잡힌 도시라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세금 정책도 시애틀 부흥의 이유다. 시애틀은 실리콘밸리나 뉴욕과 달리 개인소득세가 없다. 소득세가 없으니 근로자의 실수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뉴욕타임스는 “시애틀 지역은 골디락스(이상적인 상황)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이 지역은 더욱 성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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