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돈.. 꼭꼭 숨어라, 신사임당 보일라

정석우 기자 2021. 10.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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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도 금고도 2배 넘게 팔려.. 돈이 숨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대기업 임원 이모(53)씨는 작년 말 주식을 팔아 생긴 현금 2000만원을 안방 금고에 넣어두고 있다. 이씨는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데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고, 은행에 예금하기에는 금리가 너무 낮아 그냥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25일 KT 통신 장애로 신용카드 결제 등이 마비됐다는 뉴스를 본 뒤에는 “현금을 더 찾아놓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자금 경색을 막고자 시중에 돈이 대거 풀렸지만,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이 물건을 팔고 받은 현금을 은행에 넣지 않고 직접 보유하려는 분위기 때문이다. 금 거래량도 지난해 2620만951g으로 늘면서 2019년(1071만3306g)의 2.4배가 됐다. 현금이나 금을 가정에서 따로 보관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금고 판매량이 전년의 2배로 늘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부자들 사이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부풀어 오른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면서 “현금 보유를 늘리고, 금 등 안전 자산이나 미술품 등을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고 판매 1년 새 2배로 급증

지난해 급증했던 금고 판매는 올 들어서도 늘어나고 있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부가가치세 매출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고 제조업의 매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2566억2100만원으로 2019년(1273억1200만원)의 2배가 됐다.

올 들어서도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금고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5% 증가했다. 윤영주 신세계백화점 금고 바이어는 “현금이나 고급 시계 등 고가 물품을 보관하려는 수요가 최근 들어 늘어났다”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혼수품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는 5만원권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시중에 풀린 현금 통화는 125조4691억원으로 2019년 108조6669억원보다 15.5%(16조8022억원) 늘어났다. 코로나 사태로 재난지원금 등 현금 지급이 늘어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16년 81조4959억원이었던 현금 통화 규모는 2017년 91조5714억원, 2018년 99조977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지난해 증가 폭이 확연히 뛰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 액수 대비 다시 한은으로 돌아온 화폐의 비율을 뜻하는 화폐 환수율은 작년 40%로 2019년(71.3%)보다 31.3%포인트나 급감했다. 특히 5만원권 환수율은 2019년 60.1%에서 작년 24.2%로 급락했다. 시중에 뿌려진 100조원대 현금 가운데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은 돈이 늘어난 것이다.

◇“자산 거품 꼈다” 불안 심리에 현금 보유

김충화 한국은행 발권정책팀장은 “화폐 환수율 하락은 시중은행 지점에서 개인 고객이나 기업 고객의 현금 입금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경제 위기로 불안 심리가 커진 식당 주인이나 중소기업 사장이 손님이나 거래처에서 받은 현금을 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김 팀장은 “금을 판매한 사람이 금 구입자에게 받은 현금을 은행에 넣지 않고 보유하면 한국은행으로 돈이 회수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경숙 의원은 “회수되지 않은 5만원권과 시중에서 사들이는 금괴들이 금고 안에 쌓여 지하경제를 키워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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