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정처도, 재계도 "채무 증가 속도 빨라.. '재정준칙' 시급"

박세인 2021. 10.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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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국회 앞두고 재정건전성 지적 잇따라
현재 '재정운용계획'은 구속력 없어 강력한 '준칙' 필요
2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국회 시정연설을 시민들이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내년 1년간의 나라 살림을 결정할 '예산국회'가 본격 시작된다. 이번 예산국회에서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확장재정과 이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관리할 재정준칙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예정처는 “확장재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재정준칙 마련 등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년 치 재정계획 실효성 없어… ‘구속력’ 필요”

2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2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국가채무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에서 2025년 58.8%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정처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재정준칙을 언급한 것은 현재의 ‘재정운용계획’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제출할 때 향후 5년간의 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는데, 2018년까지는 5년 뒤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가 2019년에는 40%대 중반으로, 지난해와 올해는 50% 후반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예정처는 “중기재정운용목표가 자주 완화되는 것은 국가재정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국회가 심의, 의결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에 기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의 적정성도 검토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세수의 20.79% 규모로 정해져 실제 지출과 무관하다. 그러다보니 2015년 이후 교부금은 연평균 7.4% 증가하는 동안, 학생 수는 2.4% 감소했고, 학생 1인당 교부금도 2015년 635만 원에서 2021년 1,128만 원까지 늘어났다.

예정처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고 교육 여건이 개선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정된 정부 재정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학계도 “재정준칙 시급”

25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이 '한국의 재정건전성 전망 및 관리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와 학계에서도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이날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항구적 복지지출 비중이 높아져 재정 악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원장은 “위기 극복 이후 빠르게 재정이 정상화되던 과거 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만성적 재정 악화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재정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내년에는 사상 최초로 나랏빚 1,000조 원, 국가채무비율 50%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재정은 한국경제 최후의 보루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나라살림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세금, 예상보다 8.7조 더 걷힌다

정부의 보수적인 세수추계 문제도 예산 국회에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세수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전망한 것보다 8조7,000억 원, 내년 세수는 정부 예측보다 2조3,000억 원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예산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세수가 부족할 경우 그만큼 국가채무를 더 찍어내야 하는 부담에 세수를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정부는 이미 올해 예산에 대해서도 전망한 것보다 더 걷힐 것이라는 점을 시인한 상태다.

이처럼 정부의 수입이 남는 경우 다음 해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그 전에 △교부세·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상환 △채무 상환 등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그 시기도 늦춰지는 만큼 예산 집행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세종 =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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