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R&D 협력의 장'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2021. 10. 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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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현 성신전기공업 대표·신기술기업협의회 회장
이기현 성신전기공업 대표·신기술기업협의회 회장

과거에 기업들은 기술과 노하우를 철저히 숨기고 내부 자원만을 활용해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닫힌 혁신'을 했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명확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혁신방식도 바뀌었다. 외부로부터 아이디어와 기술을 도입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오픈 이노베이션'(열린 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활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조사에 따르면 연구개발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기업은 83.1%에 달했다. 사업화에 관건이 되는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외부와 공동 혹은 위탁 연구를 하는 과제 비율도 33.4%를 차지했다. 지난 30년간 무정전전원장치(UPS) 분야 사업을 해온 필자 역시 산학협력을 통해 코어 기술을 공동개발하여 상용화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파생 기술을 만들며 성장해 왔다.

이제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들의 중요한 혁신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사례가 그 중 하나이다.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협업 파트너로서 함께 신규사업을 발전시키는 기업들이 있다.

한편으로는 인큐베이션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엑셀러레이팅 기업을 설립하여 필요한 스타트업을 찾아 입주시키고 함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은 다양한 지원을 통해 성장에 속도를 낼 수 있어 '윈윈' 전략이 가능하다.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 자사의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활용하게하고 성장을 돕기도 한다. 또한 협의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 간 협력을 촉발하기도 한다. 정부로부터 신기술(NET) 인정을 받은 기업들이 모여 신기술기업협의회로 활동하고 있는데, 다양한 업종의 회원들이 모인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기술애로 해결방법을 찾거나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자의 기업 또한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후배 기업의 성장을 돕는 방법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협력활동을 하는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가장 어려운 것은 협력을 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정보 부족이다. 아마도 모든 기업들의 공통 애로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정부가 나서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지금도 협력에 필요한 기술정보를 제공하는 많은 플랫폼들이 있다. 하지만 영역별로 따로 서비스되는 데다 공급자 중심의 플랫폼이 많아 기업들이 활용하기 어렵다.

기업 간 협력에 필요한 정보를 한데 모아서, 기업이 쉽게 접근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절실하다. 플랫폼에는 협력의 주체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정부, 해외기업 등이 모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 안에서 기업들이 R&D에 필요한 기술이나 아이디어, 투자, 인력, 기술정보, 특허, 연구장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7월 산업기술진흥협회가 7만5000개 기업 연구소의 의견을 바탕으로 만든 16대 산업기술혁신과제에도 이러한 개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제안한 바 있다. 기업들은 민간 수요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기술혁신체계 설계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산업 전반에 디지털 혁명으로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새로운 가치창출과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이다. 소용돌이가 거세지는 만큼 기업에서는 빠른 혁신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외부를 활용한 혁신이 대세가 된 시기, 이제 오픈 이노베이션을 구호로만 외칠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국가 차원의 'R&D 협력의 장'을 만들고 지원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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