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고속 성장의 이면에 그늘 많다"는 문 대통령의 자성

한겨레 입력 2021. 10. 25. 18:16 수정 2021. 10. 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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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초고속 성장해온 이면에 그늘도 많다"면서 미해결 과제를 하나하나 열거한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불공정·차별·배제를 꼽았는데, 코로나 위기 탓에 심화된 불평등은 코로나를 물리치더라도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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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정부 수반으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임기 마지막 해의 연설이라 여느 해와는 무게가 달랐다. 편성은 했지만 집행은 대부분 차기 정부가 맡게 될 마지막 예산안에 담긴 뜻을 밝힘으로써, 현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 과제의 성과와 미흡한 점, 차기 정부가 계승하길 바라는 점을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초고속 성장해온 이면에 그늘도 많다”면서 미해결 과제를 하나하나 열거한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과 노인 빈곤률, 자살률, 산재 사망률을 거론하며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모두 성장지상주의에 짓눌린 상처에서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들이다. 우리 사회가 오래전부터 해결을 부르짖어왔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난제들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면서 개혁과제”라며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역 불균형도 풀지 못한 숙제”라고 말했다. 집값 불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훨씬 심해졌다.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이런 그늘을 더욱 짙게 했다.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는 세계적 규모의 플랫폼 독점을 낳으며, 정보기술(IT) 혁신 뒷면의 폐해를 드러냈다. 코로나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초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는 자산 불평등을 한층 더 키웠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불공정·차별·배제를 꼽았는데, 코로나 위기 탓에 심화된 불평등은 코로나를 물리치더라도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공정과 정의를 향한 창의적인 해법들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현대 인류 문명의 짙은 그늘이다. 문 대통령은 “이 중대한 도전을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이제 겨우 만든 형편이다. 눈앞의 어려움을 피하려고 소홀히 다루었다가는 더 큰 짐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는 이제 6개월 남짓 남았다. 그 뒤에는 내년 3월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이 이 숙제들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 정치세력마다 해결의 우선순위를 달리 보고, 다른 해법을 추구할지언정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자체를 피해갈 수는 없다. 대통령 선거 과정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토론하며 해결책을 놓고 경쟁하는 장으로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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