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린 시티즌이었다' 대전, 한밭운동장과의 마지막

박병규 2021. 10. 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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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대전] 박병규 기자 = 대전하나시티즌이 한밭종합운동장과 이별을 고했다. 1990년대부터 대전 축구 팬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한밭종합운동장은 신축 야구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대전은 지난 23일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35라운드에서 3-1로 승리했다. 대전은 승점 58점을 기록하며 2위 안양과의 격차를 1점으로 좁혔다. 이로써 대전은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를 치렀다. 물론 플레이오프 일정에 따라 홈경기 일정이 추가 확정되면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잔여 경기를 치른다.

대전은 기존에 사용하던 대전월드컵경기장의 잔디 교체 공사로 지난 26라운드부터 한밭종합운동장에서 홈경기를 치렀다. 더욱이 올 시즌 한밭에서 치르는 잔여 경기가 더욱 뜻깊은 이유는 올해를 끝으로 이제 이곳에서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밭종합운동장 부지는 2022년 철거를 진행한 뒤 신축 야구장으로 탈바꿈된다. 대전은 이날 운동장의 완공 연도에 맞추어 1,964원에 티켓을 판매하였다.

대전에게 한밭은 매우 뜻깊은 장소다. 1997년 프로축구단이 창단된 후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홈구장을 옮기기 전까지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며 숱한 역사를 만들어 냈다. 대전의 레전드 ‘샤프’ 김은중과 ‘시리우스’ 이관우를 탄생시켰고 최은성, 공오균, 강정훈, 장철우, 김정수 등을 배출했다.

2014년에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대전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보수 공사로 한밭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적이 있는데 이때 K리그2(당시 챌린지) 우승을 확정 지으며 강등 한 시즌 만에 K리그1으로 승격했다.

중요한 경기이자 의미가 있었던 만큼 다양한 대전 팬들을 만나보았다. 대전 창단 때부터 팀을 응원했다는 전원찬씨는 한밭운동장의 추억을 꺼내 들었다. 그는 “대전이 창단되기 전에는 전국의 다양한 구단들이 순회하며 이곳에서 경기를 펼쳤다. 그때 안양과 포항 등의 다양한 경기를 보았다. 그리고 1997년 대전이 창단되었고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프로에 막 입성한 김은중의 첫 데뷔도 모두 지켜보았다. 나에겐 애증의 팀이다”라고 했다. 희로애락의 순간도 많았다. 그는 “시민 구단으로서 어려운 점도 많았고 준수한 성적과 기쁨의 순간도 많았다. 물론 고질적으로 팀에 외압 문제가 많아서 아쉬움도 많았다. 그러나 현재의 하나금융이 팀을 인수하면서 기업 구단이 되어 한편으론 행복하다. 기존 대전의 컬러와 전통, 정체성을 잘 살려주었고 좋은 선수들도 많이 왔다. 솔직히 팀이 기업구단으로 바뀐 후 난 모든 금융상품을 현재의 모기업으로 변경할 정도로 애정을 많이 쏟는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1부든 2부든 중요하지 않다. 구단이 선수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성적이 떨어져도 응원할 계획이다. K리그1과 K리그2가 절대 쉬운 리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당장 승격에 실패했다고 다시 지원이 줄어들어 다시 대전이 어려운 시기로 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며 팬으로서 당부의 말을 남겼다.

2002년부터 대전의 경기를 본 이종현씨도 만났다. 그는 “한일 월드컵의 영향으로 조금씩 축구를 보게 되었다. 이후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관전 중이다. 특히 2014년 팀이 승격을 할 때 이 장소에서 해서 뜻깊다. 당시에도 잔디 공사 때문에 한밭에서 경기를 치렀는데 우승을 결정 짓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때 우승 시상식을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함께 했다. 팬들이 모두 도열하여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고 트랙을 돌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물론 그때 걱정도 많았다. K리그1으로 승격했지만 지금의 선수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 혹은 다시 강등되지 않을까 하며 걱정이 많았다”라며 추억을 꺼내 들었다.


(2014년 K리그1 승격을 확정 지은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우승 세레머니를 했다)

그 역시 팀의 승격을 희망했다. “올 시즌에도 코로나 때문에 육성 응원을 하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꼭 K리그1으로 승격하였으면 좋겠고 라이벌이었던 수원 삼성과 꼭 만나고 싶다. 또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대전이 유독 약했고 서포터즈간 충돌도 있었다. K리그1에서 만나서 두 팀을 이기고 싶다”라며 만남을 기대했다.

자녀들과 경기장을 찾은 함태훈씨도 오랜 대전의 팬이다. 2003년부터 대전의 경기를 지켜봤고 학창 시절 가끔 한밭운동장에서 열린 대전의 경기를 본 기억이 있다. 특히 이곳은 한 때 대전 팬들의 원정 출발 집결지였다. 그는 “운동장 앞 윤봉길 동상에서 모두 모여 원정 경기를 다녔던 추억이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원정 경기를 갈 수 없는 것에 아쉬워했다. 그 역시 2014년 이곳에서 우승 세레머니를 했던 기억을 꺼냈다. “2014년 우승을 확정 지었고 팬들과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모두 기쁨을 누렸다”라며 잊을 수 없는 장소라 했다.

오랜 팬으로서 대전을 향한 애정도 나타냈다. 그는 “경기 결과나 선수 구성은 감독님의 역할이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다. 솔직히 올 시즌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고 본다. 다만 기업구단으로 전환되었고 과거처럼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구단이 되어 내실을 탄탄히 다졌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대전 축구로 하나된 세 친구도 만났다. 이들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를 보아온 세대지만 학창 시절 한밭에서 육상 경기를 관전했던 기억은 있다. 대전이 올 시즌 출시한 한정판 레트로 유니폼을 나란히 입은 이들은 “역사와 스토리에 대해 알고 있으며 디자인이 예뻐서 샀다. 또 최근 이 유니폼을 입고 팀이 좋은 결과까지 내 나란히 입고 왔다”라고 했다.

팬으로서 솔직한 평가도 내놓았다. 김시환씨는 올 시즌에 대해 “2% 부족했다. 득점력은 좋았지만 수비가 많이 아쉬웠다. 특히 중요한 길목에서 잡고 갈 팀을 잡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희망이 남아있다”라며 응원을 약속했다. 김민호씨는 “(경기 전 상황) 안양과의 격차인 딱 승점 4점만큼 아쉽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가봐야 한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꼭 1등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승격하였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세헌씨는 “개개인의 선수 능력은 좋지만 원팀으로 묶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한 시즌을 기복 없이 치렀으면 좋겠다. 사실 올 시즌도 들락날락이 많았다. 집중력을 갖추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각자 좋아하는 선수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세헌씨는 “박주원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선수이자 원클럽맨이다. 상징성이 크다”라고 했다. 시환씨는 “이웅희 선수의 팬이다. 대전의 아들이지만 돌고 돌아 대전으로 왔다. 축구에서는 정신적 지주 역할이 중요한데 팀이 흔들릴 때마다 중심이 되어 잡아준다”라며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민호씨는 “김민덕 선수를 좋아한다. 팀이 실점이 많았지만 중앙에서 잘해주었다. 만약에 김민덕 선수마저 없었다면 실점이 더 많았을 것이다”라며 남은 경기에서도 맹활약해 주길 기대했다.

경기장 외곽 MD샾 앞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바로 충남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축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방문한 것이다. 독일, 프랑스, 터키, 이탈리아 등 각기 다른 국적이자 대학 내에서도 모두 다른 과지만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한국에 적응하며 친해졌다. 한국에 온 지 길게는 약 1년이 된 친구부터 짧게는 3달이 된 친구들이 있었다.

독일 출신이자 도르트문트 팬이라는 다닐로는 “축구 경기가 보고 싶어서 온라인으로 검색을 해보니 일정이 맞았다. 한국인 친구가 티켓 구입을 모두 도와주었다”라며 경기장을 찾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자 이탈리아에서 온 학생은 “알다시피 유럽인들은 축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대전을 알게 되었다. 사실 오늘 한국에 온 후 축구를 처음 보는 날이다. 그래서 친구들 모두 경기장에 들러 기념으로 각자의 옷을 샀다”라며 각자 구매한 유니폼부터 구단 상품들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이어 또 다른 친구는 인터뷰에 관심을 가지며 “대전 경기를 처음 보지만 무조건 이길 것이다. 응원한다. 대전 파이팅”이라고 했다.

터키에서 온 학생은 본인이 갈라타사라이의 팬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김민재가 페네르바체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페네르바체는 우리에게 라이벌이 아닌 적이지만 김민재는 수비수로서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며 칭찬했다.

이들 외에도 이날 한밭운동장을 찾은 관중은 총 2,623명이다. 가족과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대전을 응원했다. 팬들의 응원에 힘입은 대전은 대승을 거두었고 승격이라는 목표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경기 후 이민성 감독은 팬들에게 “올해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정규 시즌에는 이렇게 되었지만 목표로 세운 승격을 꼭 이루어 해피 엔딩의 결말을 이루겠다”라고 했다. 박진섭 선수는 “플레이오프가 남아있지만 꼭 원하는 목표를 이루겠다”라고 했다.


(과거 대전의 팬들과 2021시즌 안양전이 끝난 후 대전의 팬들)

대전은 이제 한밭의 좋은 기억을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가려 한다. 올 시즌 한밭으로 옮긴 후에는 5승 1무로 무패를 기록 중이다. 정규 리그 종료 후 순위에 따라 플레이오프 일정이 정해지지만 최근 좋은 흐름을 발판 삼아 K리그1 승격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다.



(대전한밭운동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된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대전하나시티즌 제공, 골닷컴 박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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