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대금 반토막·주택 매매도 뚝..초단기 상품에만 돈 몰려

이현호 기자 2021. 10.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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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시중자금]단기 부동자금 사상최대
금리인상 폭탄 예고에 개인도 안전한 대체 투자 상품만 찾아
단기채 ETF에 1주일새 3,000억 유입..달러예금도 증가
韓美, 긴축정책 단행 전까지 자금 단기 부동화 지속될 듯
[서울경제]

글로벌 악재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 인상이라는 ‘폭탄’이 예고되면서 시중 자금이 갈 곳을 잃고 ‘단기 부동화’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유동성은 역대 최고지만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도 은행 금리보다 1%라도 높은 안전한 대체 투자 상품을 찾아 돈을 맡기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단기채권형 상품 등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오는 11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빨라진다면 금리가 고공 행진을 할 수 있어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MMF의 순자산 규모는 130조 2,527억 원으로 집계됐다. 1주일 새 4조 3,232억 원이 모였고 1개월 동안에는 6조 6,957억 원이 유입했다. 연초 이후 26조 3,313억 원을 쓸어 담았다.

특히 단기채권형 금융 상품에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CMA 잔액은 2분기 처음으로 70조 원을 돌파한 뒤 주춤하지만 21일 기준 66조 2,004억 원으로 많은 단기성 투자 자금이 몰려있다. 이는 정부가 대출을 옥죄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국내 증시 역시 박스권을 횡보하며 이렇다 할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롯됐다. 뚜렷한 투자자산 대안이 없자 투자자들이 단기자금 시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7월 3,3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8일 3,000선으로 내려온 뒤 한 달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코스피 하루 거래액이 22일 11개월 만에 10조 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급격한 거래 위축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금리 변동 영향을 덜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초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실적이 가장 좋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단기채ETF는 1주일 새 2,059억 원이 들어왔고 KODEX단기채권PLUS ETF에는 994억 원이 유입됐다. 단기채 ETF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발행하는 만기 1년 미만의 국고채와 통안채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채권 금리가 강세를 보일 때도 단기채 ETF는 비교적 금리 변동의 영향이 작다는 강점이 있어 투자자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처를 잃은 자금들이 단기적으로 안전하게 운용하면서도 편리하게 투자할 상품을 찾는 것 같다”며 “MMF보다 간편하고 다소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초단기채권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의 테이퍼링 개시 여부 등 이슈에 따라 채권 금리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해 단기자금 상품에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채 ETF는 1개월 수익률이 0.06~0.07%대, 1년 성과가 0.4~0.5% 수준으로 저조하지만 변동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거론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채권은 금리 변동 시기에 장기채권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 단기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며 “단기채 ETF의 경우 펀드처럼 쉽게 사고팔수 있고 낮은 보수 등으로 단기자금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안전한 성격의 투자처를 선호하는 것은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당장 은행권의 대표적 안전자산 상품인 달러 예금과 요구불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달러 예금 잔액은 7월 말 기준 542억 7,000만 달러에서 10월 22일 현재 586억 2,000만 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빅5 은행의 요구불예금 역시 654조 877억 원에서 688조 6,668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유동성 축소에 따른 시장 상황에 대비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던 부동산 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 역력하다. 오랜 기간 상승세가 이어진 데 따른 피로감에다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량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유동성 축소에 따른 활발한 투자보다는 시장 상황에 대한 관망이 많아진 탓으로 해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2,591건으로 8월(4,186건)보다 38.1% 줄었다. 10월 들어 24일까지 신고된 거래 건수도 643건에 그쳤다.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인 만큼 건수가 추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추세가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급등하던 아파트 값도 상승 폭을 줄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7%로 8월 넷째 주(23일 기준)의 0.22%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6주 연속 하락하면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확대로 매수세가 위축돼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라며 “11월 금리 인상은 매매 거래나 아파트 값 상승 폭에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박시진·김광수 기자 hhlee@sedaily.com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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