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청년'이 산업부 장관한테 부치는 편지

한겨레 2021. 10.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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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님.

저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청년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현유정입니다.

기후위기는 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가 자녀를 갖게 된다면 그 아이에게는 더욱더 큰 문제인 것입니다.

산업부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극복에 강력한 열쇠를 쥐고 있는 부처임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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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현유정|‘2050 탄소중립위원회’ 청년협의체 참여 청년

안녕하세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님. 저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청년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현유정입니다. ‘2040기후중립청년제안’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20~30대 청년의 앞에는 항상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던 일자리와 집값, 경력단절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후위기로 자녀에게 살 만한 사회를 물려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가 자녀를 갖게 된다면 그 아이에게는 더욱더 큰 문제인 것입니다.

산업부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극복에 강력한 열쇠를 쥐고 있는 부처임을 알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발전과 산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입니다. 또 산업부가 우리나라 산업계의 활성화를 위한 조직이고 그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 부처이긴 하나, 그 상위 목표에 ‘국민 전체 이익의 극대화’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지금까지 발표된 시나리오안과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보면, 특히 산업 부문에서의 감축 수단과 관련해서는 기술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룹니다. 토론회에서 기업 관계자분들은 기술 발전에는 시간이 걸리니 단기에는 줄이기 어렵다는 말씀을 주로 하십니다.

그러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목표관리제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도 있습니다. 이 두 제도가 여태 제구실을 하지 못해왔다는 비판이 높은데, 이는 목표가 불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목표 설정을 확실히 하고 제도를 운영한다면 기업들이 더 효과적인 감축 수단을 잘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에너지 효율에 대하여 항상 우리나라 기업은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지닌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에너지 효율 분야의 전문가들은 효율을 높이고 수요관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존재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기업의 에너지 수요 자체를 낮추는 것은, 감축 부담도 덜고 기후위기 극복 가능성도 높이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을 규제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도 부여해 기업들이 감축을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주십시오.

이런 수단들을 회피하면서 점진적인 감축만을 주장하는 것으로는 우리 사회에 허용된 탄소예산을 지킬 수 없습니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편익 감소와 자녀세대로의 비용 전가를 의미합니다. 점진적인 경로는 기후위기 극복 가능성을 낮출 뿐 아니라 미래의 감축을 더 어렵게 하고 말 것입니다. 과거에 ‘점진적인 노력’을 이야기하다가 탄소배출량이 더 늘어버리고, 석탄화력 발전소도 새로 짓게 되면서, 이것들을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렵게 돼버렸는지 장관님은 아주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현재 세대는 과거의 실책으로 늘어난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실책으로 늘어나게 될 비용은 내일의 저, 그리고 자녀세대가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니 현재의 감축을 그저 고통과 비용이라고만 여기지 마시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점차 강화될 탄소국경세와 새로운 국제 경제체제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라고도 생각해주십시오. 이로써 자녀세대에게 떳떳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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