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검찰개혁이 불러온 대장동 부실수사

이재용 기자 2021. 10.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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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디지털콘텐츠부장
적폐 수사땐 저인망식 의지보인 檢
대장동 핵심 수사과정 수상한 행보
檢개혁 빙자 정권 편으로 채운 결과
결국 특검해야 국민 믿을 수 있을것
[서울경제]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의혹의 규명 여부에 따라 이 후보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장동 의혹을 밝히는 것은 오로지 검찰의 몫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의 운명이 검찰의 손에 달린 셈이다. 관건은 검찰이 이 후보를 수사 대상에 올릴지다. 만에 하나 검찰이 이 후보를 기소한다면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는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은 낯설다 못해 기이할 정도다. 여태껏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초대형 사건이 여럿 있었는데 대장동 사건처럼 검찰이 대놓고 사건을 뭉개려는 경우는 처음 본다.

검찰의 수상한 행보는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폰 압수 수색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압수 수색 당일 주거지 창밖으로 던진 휴대폰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지만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CCTV 분석 하루 만에 휴대폰을 찾아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구속 때 적용한 배임 혐의를 뺀 것도 낯설다. ‘윗선’ 의혹을 받는 이 후보와의 연결 고리를 차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또 다른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이 성남시청 압수 수색을 주저한 것도 뒷말이 많다.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16일 만에 성남시청을 압수 수색했고 그로부터 6일이 지나서야 시장실에 진입했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키맨’이라는 남욱 변호사를 체포했다가 석방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간 검찰이 대형 사건을 수사하면서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피의자에 대해 체포 기한 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급기야 검찰 수사팀의 내부 갈등설도 불거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수사를 주도한 특수통 부부장검사에게 다른 사건 처리를 맡기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검찰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종합해보면 검찰에 이번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검찰 수사의 성공 여부는 검찰의 ‘능력’보다는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검찰의 잘못된 관행으로 지적돼온 먼지털이식 수사는 모두 특정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충만할 때 벌어졌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적폐 수사’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연루된 ‘사법 농단’ 수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온 국민은 검찰의 연이은 구속영장 청구와 압수 수색 남발, 저인망식 수사를 뉴스를 통해 똑똑히 지켜봤다.

그러던 검찰이 왜 이번 대장동 수사에서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과거 적폐 수사가 ‘죽은 권력’을 상대로 했다면 이번 대장동 의혹은 여당 대선 후보라는 ‘미래 권력’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 이유일 것이다.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 검찰의 ‘하이에나 속성’이다. 아울러 현 정부가 공들여 추진한 ‘검찰 개혁’도 대장동 부실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현 정부가 밀어붙인 검찰 개혁의 본질은 ‘우리 편에 칼을 들이대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였다. 검찰 개혁을 빙자해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수사를 한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됐고 정권 편에 선 검사들은 요직으로 영전했다. 대장동 의혹 역시 끝까지 ‘윗선’을 파헤치려 드는 검사는 좌천을 각오해야 할 수 있다.

검찰의 대장동 의혹 부실·뒷북 수사를 보면 현 정부의 검찰 개혁이 의도한 성과를 충분히 거뒀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우리나라 대선의 향방이 독점적 기소권을 남용하는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섬뜩함도 느낀다.

결국 국민이 대선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정권의 충견’인 검찰은 대장동 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고 특검이 바통을 이어받는 수밖에 없다.

이재용 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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