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없이 손준성 영장..공수처, 尹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속도
영장 발부 여부, '고발 사주' 수사 갈림길
(과천=연합뉴스) 이대희 최재서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는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올해 1월 출범한 공수처가 사건 관련자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손 전 정책관을 소환 조사하지도 않고 곧바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둔 것도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이는 공수처가 손 전 정책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 등 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수사가 지연된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선 정국에서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사건 중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두고는 사건의 '키맨'들이 속속 조사를 받는 반면 또 다른 축인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별다른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공수처가 손 전 기획관 신병 확보를 시도하면서 수사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 한편 다른 사건 관련자들에게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은 약 두 달가량 진행돼 온 수사의 성과물이 담긴 것이기도 한 만큼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고발사주 의혹 수사의 성패를 가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준성에 '압박 카드'…수사 지연 부담 느낀 듯
공수처는 25일 손 전 정책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내세워 출석을 미루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사유를 밝혔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등에 대한 압수물 분석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공수처는 대검과 미래통합당 측 연결고리로 지목된 손 전 정책관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전 정책관은 작년 4월 대검 소속 검사들에게 고발장 작성과 자료 수집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이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에게 전달한 고발장 메시지에도 '손준성 보냄'이 표시돼 있었다.
공수처는 최근 사건 당시 손 전 정책관의 지휘를 받던 파견 검사와 수사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당시 업무와 손 검사의 지시 과정 등을 파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수처에 따르면 손 전 정책관은 협의를 통해 정해진 출석일이 다가오기 직전 변호인 선임을 이유로 조사를 미루는 등 반복해서 출석 일정을 늦췄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수사가 지연되는 데 대해 "법과 원칙이 정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구속영장 청구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공수처가 수사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이 내달 5일 최종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고, 공수처가 언제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 사건의 다른 핵심 인물인 김 의원에 대해서도 국정감사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는 시기이므로 조사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10월 내 조사 일정을 잡기 위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고발장 작성에 대검 개입 의혹' 증거 찾았나…영장 기각 땐 동력 상실
공수처가 소환 내지 체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점을 두고 이미 손 전 정책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외견상 그간의 수사에서는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 작성 및 전달 과정에 개입했다는 직접적 물증이 나오지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공수처가 손 전 정책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김 의원이 고발장을 받았다는 메시지의 '손준성 보냄'도 손 전 정책관이 직접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물증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손 전 정책관과 함께 근무했던 검사 등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고발장 작성 경위를 파악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고발장에 언급된 유튜브 채널을 사건 당시 모니터링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같은 수사 과정이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는 결국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전망이다. 손 전 정책관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대검의 고발 사주 개입 의혹 수사가 얼마나 소명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장이 발부된다면 대검의 고발장 작성 관여 의혹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되고, 기각될 경우 공수처가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형사소송법(70조·201조)에 따른 적법한 청구이며, 이에 따른 영장실질심사 절차를 통해 법관 앞에서 양측이 투명하게 소명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공정한 처리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주 고발 사주 수사팀에 수사기획담당관실 검사 1명과 수사관들도 추가로 투입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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