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통계착시', 경기도의 체감 실업률 더 높을것
팬데믹 속 정확한 수치 반영 안 됐단 지적도..경기 등 수도권, 통계와 격차 커 체감 실업률 높을 것
(시사저널=나선리 경기본부 기자)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1.3%로 전년 동월대비 1.0%p 상승, 실업률은 2.7%로 0.9%p 하락해 전반적인 고용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다양한 변수가 측정되지 않아 일시적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7만1000명 증가해 7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확대되며 뚜렷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고용 충격 발생 이전 고점(지난해 2월)에 근접(99.8%수준)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과 비교하면 고용률은 61.2%에서 61.3%로 0.1%p 증가, 소폭 호전됐으나 실업률도 2.6%에서 2.7%로 0.1%p 증가했다. 고용률은 제주·전남이 높았고, 실업률은 서울·경기 지역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반적인 성적은 좋아졌지만 백신 접종 증가 등으로 인한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됐고, 비교 대상인 1년 전 나빴던 고용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맞아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조치가 크게 강화된 시기다.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취업자 수 감소 폭은 39만2000명에 달해 당시 고용시장 악화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청년·노년층 대상 공공 일자리가 수십만 개 수준으로 늘은 데다 코로나19 직전 취업자 수 증가폭이 매달 40만~50만명대(전년 대비)였음을 고려하면 아직 고용 회복을 논하기에 섣부르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2월까지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월별 20만~90만명대에 달해 고용 착시 현상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30대 취업자수는 감소...고용률 제주·전남, 실업률 서울·경기 순 높아
연령대별로 보면 9월 대부분의 나이대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30대는 1만2000명 감소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32만3000명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정부가 대량으로 마련한 일자리인 이른바 '공공 알바'가 20대 청년층과 고령층에 집중된 결과다. 30대 취업자가 비교적 많은 도·소매업과 제조업 고용시장 개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제주(66.5%)가 가장 높았고, 이어 전남(66.3%), 충남(65.2%) 순이었다. 실업률은 서울(3.6%)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경기와 경남이 동률(3.1%)을 이뤘다. 인구가 집중돼 있는 서울·경기 지역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자살률, 범죄율, 가족해체율 등의 지표도 같이 올라간다.
한편 서울은 실업률이 3.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8월에 비해서는 4.0%에서 3.6%로 0.4%p 감소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는 8월 2.7%에서 3.1%로 늘어나 0.4%p 증가했다.
최근 경기도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근거로 지난 3개월(7~9월) 경기도가 전국 취업자 수 증가의 60% 이상을 기여해 고용시장 회복을 크게 견인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9월 경기도 취업자 수는 726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만6000명이 증가해 코로나19 위기 전 고점(2019년 11월) 취업자 수(705만8천명)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9월 기준 고용률(61.9%)이 전국 평균(61.3%)보다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고 실업률은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경제 담당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꿈의 실업률 0%'를 통계적으로 달성한 곳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남 진도군에서는 취업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 1만9000명이 모두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 진도군 실업률은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0.5%p 낮아졌다.
경북 울릉군(0.1%)과 의성군(0.2%)도 실업률 0%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다만 통계청은 상대표준오차 값이 25% 이상이므로 통계를 활용할 때 유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코로나 팬데믹 속 수도권 실제 실업률은 통계와 격차 더 클 것
한편 지난 9월 한국은행은 실업률 통계 수치와 관련, 착시 현상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 실업률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실업률보다 소폭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9월말 공개한 '코로나19와 실업률 하향 편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조정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에 비해 약 0.29%p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실업자는 일을 하지 않음, 취업 가능, 구직 활동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이지만, 방역 조치로 구직 활동이 제한되면서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구직 단념자)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설명했다. 영업 제한, 육아 부담, 자가 격리 등 이유로 구직 활동을 중단하면서 기존 실업자로 분류됐을 사람이 구직 포기자로 분류되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취업을 희망한 사람'으로 실업자의 범위를 확대해 실업률을 재산출했다. 지난해 4월(0.29%p)과 8월(0.78%p), 올 7월(0.68%p) 등 코로나19 유행기 때는 공식 실업률과 조정 실업률 간 격차가 더 커졌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구직 활동 제약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두 실업률 지표 간 격차는 여성(-0.40%p)이 남성(-0.30%p)보다, 청년층(-0.74%p)이 중년층(-0.23%p)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후 공식 실업률에서 여성과 청년층의 실업자가 실제보다 적게 파악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다. 또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맞아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서울·경기 지역의 실제 실업률은 통계보다 격차가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차장은 "공식 실업률은 올 2분기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조정 실업률은 4분기 이후에나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구체적 데이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서울·경기 지역의 실업률은 차이가 더 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특수 상황에서 노동시장 동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용보조지표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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