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처럼 걸린 아코디언 '영종도 바람'을 연주한다

이한나 2021. 10.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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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작가 허먼 콜겐 인터뷰
변화무쌍 공기흐름 데이터를
전기신호로 바꿔 소리 내
초미세 바이러스 담은 영상도
자연을 미디어아트로 승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서 전시
`어번 윈드(URBAN WIND)` 작품 앞에 선 캐나다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허먼 콜겐. [사진 제공 = 파라다이스문화재단]
거대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코디언 13개가 마치 줄에 걸린 빨래처럼 널려 있다. 평범한 설치작업으로 보고 지나치려는 찰나 묘한 소리가 '연주'돼 발길을 잡는다. 전시장이 있는 영종도 바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기신호로 바꾸고 악기와 연결된 고무관을 통해 소리가 나온 것이다.

바닥에는 마치 우물처럼 하늘을 가득 담은 커다란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이 두 개 놓여 있다. 하늘 속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데 갑자기 화면 초점이 바뀌기도 하지만 대체로 평온하다. 화면 속 숫자 데이터도 떠다닌다. 기묘한 시각·청각적 체험에 한참을 서 있게 된다.

이 사운드 설치작품 '어반 윈드(URBAN WIND)'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허먼 콜겐(64) 작품이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막힌 순간 작가가 거주하는 캐나다 몬트리올 하늘과 전시장이 속한 영종도 바람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그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인스케이프-보야지 투 히든 랜드스케이프' 전시에서 신작 5점을 포함해 대형 미디어작품 8점을 선보였다. 콜겐은 '오디오 시네마틱 아트'라는 장르의 창시자로 통한다. 실험영화와 음악 제작은 물론 베니스 비엔날레 등을 통해 다채로운 미디어아트 작업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으로 뜻깊다.

콜겐은 인간의 삶과 주변 환경 사이 상호 관계에 집중해 작업해온 융합예술 아티스트여서 코로나 이후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주제전에 낙점됐다.

그는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 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몰고 온 팬데믹을 경험한 이후 특히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녹고 있는 알래스카 빙하를 주제로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인데 이번에 생중계 공연을 함께한 한국 뮤지션도 관심을 보여 놀라운 경험도 했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멀리 있어도 연결된다는 전시 주제가 실제로도 구현된 셈이다.

일찌감치 융합예술을 추구해온 배경에 대해 콜겐은 "음악과 시각예술(visual art) 어느 하나 선뜻 결정할 수 없던 상태에서 컴퓨터가 나타나 나를 구했다"며 "초기엔 백남준 같은 미디어아트 대가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다른 전문가들과의 협업 작품도 선보였다. 작품 'ISOTOPP'는 중이온을 초속 10만㎞로 핵을 충돌시키는 실험을 진행 중인 프랑스 국가핵물리연구센터(GANIL)로부터 그 충돌로 생성된 데이터를 실시간 전달받아서 빛과 음향 데이터로 변환해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인간과 물질, 자연의 본질인 핵 입자를 가지고 작품화한 시도가 흥미롭다.

또 다른 작품 '박테리움'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바이오아티스트 탈 다니노와 협업해 미생물을 매개로 한 영상을 만들었다. 미세한 핵, 바이러스 등 작은 기초물질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지만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 느낌이다.

콜겐은 "관객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에 내 작품을 배치한 것에 특히 만족한다"며 "씨메르 수영장 안에 삼면이 미디어아트로 구현된 작품 '오쿨라(OKULA)'는 관객이 수영하면서 반사되는 환영까지 온몸으로 미디어아트를 즐기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아주 기뻤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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