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시대의 한국 홍보법..'한국의 진짜 얼굴' 담은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유경선 기자 2021. 10. 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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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서울 2편 영상에 등장하는 종로 탑골공원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K-콘텐츠’는 부정할 수 없는 대세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지금 한국을 홍보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즌2 영상 8편은 그 일단을 보여준다. 그간 숱한 관광홍보영상에서 비춘 유명 관광지들을 가급적 덜어내고, 한국의 ‘속살’을 감각적으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시즌1은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와 댄스크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춤사위로 ‘대박’을 낸 바 있다.

시즌2도 시즌1 못지않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음악 콘셉트는 힙합이다.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AOMG가 곡 작업에 참여했다. 이현행 감독(서울 1·2편, 강릉·양양, 경주·안동편 제작)과 정용준 감독(서산, 대구, 부산·통영, 순천편 제작)이 관광공사, 광고대행사 HS애드와 함께 했다. 전화로 만난 두 감독은 “한국인이 봐도 ‘진짜 한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상,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서울은 두 편에 나뉘어 담겼다. 1편에서는 경복궁역, 광화문, 성수동, 서울식물원 등이 런웨이로 펼쳐진다. 모델들은 한복의 요소가 들어간 모던한 의상을 입고 힙합 음악에 맞춰 워킹한다. 1편이 ‘힙한’ 서울이라면 2편은 ‘올드스쿨’이다. 동묘 벼룩시장, 탑골공원, 황학동 가구거리, 을지로, 낙원상가를 배경으로 오랜 시간 서울의 구도심을 지킨 어르신들이 비친다. 특히 2편은 그동안 ‘자랑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담았다. 골동품이 쌓인 벼룩시장, 어르신들의 패션, 화환을 실은 오토바이의 모습을 드러내보인 경험은 아직 우리에게 없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서울 2편 영상에 나오는 동묘 벼룩시장 상인의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서울 2편 영상에 나오는 동묘 벼룩시장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서울 2편 영상의 한 장면. 낙원상가 앞 화환 배달 오토바이의 모습이 담겼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서울 2편에 대해 이 감독은 “관광지로 조명받지 못한 장소에 깊숙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사람을 보여주자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꾸밈 없는 모습을 미학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현장 섭외도 했다. 이 감독은 “실제로 종로와 황학동에서 볼 법한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진정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포즈도 상세하게 디렉팅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가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스타일을 사전에 준비해도 표현이 어려운 ‘날것의 멋’이 있다”며 “대부분 출연하신 분들 본인이 준비하신 의상”이라고 말했다.

화환을 실은 오토바이가 낙원상가를 지나는 모습은 단연 ‘한국적’이다. 이 감독은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에 착안해 ‘가장 한국적인 배달’이 뭘지 고민하다 화환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2편은 가로 세로 비율도 나머지 영상들과 다르다. 이 감독은 “‘옛날 비율’인 4:3 비율로 만들었다”며 “레트로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컬러를 더 살렸다”고 했다.

1편에 등장하는 의상들의 멋도 눈길을 끈다. 섭외된 모델 에이전시의 스타일리스트가 제작진과의 회의 끝에 솜씨를 부린 결과물이다. 이 감독은 “갓, 비녀, 색동 신발, 가방 등 각각의 모델마다 의상 포인트를 하나씩 줬다”며 “성수동 장면에서는 모델이 빨간 과일이 든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게 특히 한국적”이라며 웃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서울 1편 영상의 한 장면. 갓을 쓴 모델이 경복궁역 승강장을 걷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서울 1편 영상에 나오는 서울식물원의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서울 1편 영상의 한 장면. 모델이 광화문 앞 거리를 런웨이삼아 걷는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정용준 감독도 같은 철학으로 ‘진짜 한국’을 보여주고자 했다. 대구와 순천편 영상이 대표적이다. 대구편에서는 ‘EMET 사운드’라는 댄스크루가 대구의 뒷골목을 누비며 흥겨운 춤사위를 보인다. 대구편의 문은 머리에 쟁반을 인 ‘백반 배달’ 장면으로 열린다. 이어 북성로 공구골목, 약전골목, 구제골목 등에서 사람들의 삶이 영상에 비친다. 순천편의 콘셉트는 마을에 사는 ‘100세 어르신의 생일잔칫날’이다. 종이컵에 탄 믹스커피로 아침잠을 쫓는 시골 어르신, 호미를 들고 밭일 나가는 모습, 인삼주, 시골개 같은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정 감독은 “한국이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뒷골목 모습도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어울리는 장소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순천편에서는 가장 “‘시골 클리셰’를 갖춘 집”을 수소문했다. 정 감독은 “낙안읍성 민속촌도 로케이션 단계에서 제안됐지만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을 찾을 수 없어 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순천편을 보노라면 관광홍보영상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착각이 인다. 정 감독은 “호미, 몸빼바지, 믹스커피를 봉지로 젓는 모습은 리얼리티가 있지만 ‘한국이 너무 가난해보이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며 “마을 어르신의 100세 생일잔치라는 흐름 아래 ‘진짜 한국 시골’ 모습을 보여주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전남 순천편 영상의 한 장면.한국인에게 친숙한 믹스커피가 등장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전남 순천편 영상의 한 장면. 마을의 100세 어르신 생일잔칫날 콘셉트로 제작됐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전남 순천편 영상의 한 장면. 마을의 100세 어르신 생일잔칫날 콘셉트로 제작됐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충남 서산편 영상의 한 장면. 영화 <매드맥스>의 장면을 ‘머드맥스’로 패러디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화 <매드맥스>를 갯벌을 무대로 패러디한 서산편 ‘머드맥스’ 영상도 인기다. 갯벌 장면에 <매드맥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입힌 한 네티즌의 아이디어에 착안했다. 박진감 넘치는 갯벌 위 경운기 레이싱 끝에 조개를 캐는 어르신의 “엊그제가 청춘인데 호호백발이 웬말인가” 노랫말이 정겹다.

이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살았는데, 한국에 느끼는 ‘국뽕’이란 게 없잖아 있었다”며 “언젠가 영상 일을 하며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운좋게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오랫동안 광고계에 있었지만 만들고 나서 이렇게 반응이 바로 온 작업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을 작업한 이현행 감독. 본인 제공
한국관광공사와 ‘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 제작에 참여한 정용준 감독. 본인 제공


두 감독은 ‘K-콘텐츠’의 상한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 감독은 “시청자의 눈이 굉장히 높아졌고, 웬만해서는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영상 센스와 퀄리티가 향상됐고, 한국이 하면 ‘뭔가 새롭다’는 반응이 있는데 그 트렌드에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고, 이걸 어떻게 카메라에 담을지 고민하다 보면 더 많은 것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정 감독은 “10여년 전만 해도 콘텐츠를 만들 때 해외의 것을 많이 참고했고 ‘저렇게 만들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생각했다”며 “이제는 레퍼런스가 한국에 충분하고, 촬영감독·조명·음향 등 스태프들의 역량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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