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들, 일상회복에 "회식 극혐.. 다시 저녁 없는 삶 되나"

김소정 기자 2021. 10. 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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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정부가 ‘위드코로나’를 통한 단계적 일상 복귀를 발표했을 때, 대기업 입사 4년차 김모(32)씨는 카카오톡 회사 동기 방에 바로 욕설을 초성으로 쳐넣었다. 한 동기가 이유를 물으니, 그는 “이제 재택 근무도 끝나고, 퇴근 후에도 다시 부장 따라 새벽까지 2차, 3차 끌려다니며 술마실 생각을 하니 욕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2020년 2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그토록 고대하던 일상이 성큼 다가왔건만, 2030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마음이 심란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그동안 밤 10시까지로 제한됐던 회식 시간이 새벽까지 늘어날 생각에 두려움이 앞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픽사베이

◇“다시 저녁 없는 삶”… 일상 회복 반가움보다 탄식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6)씨는 “그동안 회식해도 방역 수칙 때문에 밤 10시 끝나니 대중교통 타고 집에 가서 좋았는데 이제 2~3차 회식 후 새벽에 택시타고 집 갈 생각하니 벌써 피곤하다”며 “택시비를 쥐여주는 팀장이 고맙긴 하지만, 회식 안하고 돈 안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벌써부터 회식을 걱정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농협에 다니고 있다는 B씨는 “위드 코로나 진짜 싫다. 회식 이야기 나옴. 극혐”이라고 글을 쓰자, “마스크 쓸 때가 좋았다”, “회식 싫다. 그걸로 격려금이나 줘라”, “송년회 날짜 잡자고 하겠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코로나로 재택 근무를 하면서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규칙적인 생활 습관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은 이번 발표에 ‘저녁을 잃은 기분’을 한탄했다.

코로나가 발발했던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재택 근무를 해 왔던 외국계 은행원 송모(30)씨는 업무 시작 전 필라테스, 업무 종료 후 테니스 강습을 받는 등 개인 시간을 누렸다.

그러나 송씨는 이날 정부 발표와 동시에 출근하라는 공지를 받았다. 송씨는 “이제 위드 코로나로 출근하기 시작하면 운동은 꿈도 꿀 수 없다. 지옥철 타고 출퇴근만 해도 피곤해 집에 오면 뻗을 것 같다”고 했다.

재택에 익숙해졌다는 직장인 엄모(32)씨는 “재택하면서 점심도 내가 먹고 싶은 메뉴로 먹고 퇴근 후 재테크 공부도 하면서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었는데, 회사에 출근해 눈치보며 야근할 생각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관리자들 “협업 불편도, 메신저 소통 오해도 잘가라!”

반면 관리자들은 일상 회복을 반겼다. 한일(韓日) 합자 IT기업 정모(44) 부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정씨 회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인원 30%씩이 돌아가며 재택 근무를 했다. 정씨는 “재택 근무 탓에 타 부서와의 협업이 굉장히 불편했고, 사흘이면 끝날 일이 일주일 이상 지연된 적도 많다”며 “직원들은 싫겠지만, 전원 출근이 반갑다”고 했다.

다른 대기업 해외마케팅부 차장은 “재택 근무를 하면 아무래도 사무실 근무 때만큼 원활한 업무가 어렵다. 예컨대 국제 전화로 업무를 볼 때, 전화를 덜 하게 된다”고 했다. 한 대기업 영업부 소속 양모(53) 상무는 “아침에 출근해서 직원들에게 전날 상황 등을 보고받으려 해도, 절반이 재택 중이라 답답했는데 잘됐다”며 “직접 얼굴을 맞대면 쉽게 할 수 있는 말도, 사내 메신저 등을 이용해 의사 전달을 하다보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또 그걸 방지하려 ‘ㅋㅋ’ ‘ㅎㅎ’ 등을 억지로 쳐넣으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많았다”고 했다.

평직원 가운데도 직장 복귀와 회식을 반기는 이들은 있었다. 배우자나 연인이 없는 경우,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에 다니는 경우 등이 많았다. 중소기업 4년차 미혼 직장인 A씨는 “집에서 PC 화면을 들여다보며 일하다 때 되면 배달음식 시켜먹는 생활을 반년 넘게 하다보니 우울증이 올 정도였다”며 “사실 삼겹살·소주 회식이 그리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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