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강자 득실한 케어푸드 시장에 틈새시장 있나?" 소비자의 선택받으려면

권명관 2021. 10. 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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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X SBA] 라이프샐러드 (2)

라이프샐러드를 방문하기 전에 살펴본 이들의 사업계획서에는 분명 빅데이터 기반의 건강식 큐레이션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개인별 생체정보, 취향 정보, 활동 정보를 분석하여 최적의 원재료를 배합하여 음료, 분말, 캔디, 바(Bar) 등의 형태로 제공하는, 문자 그대로 푸드테크 비즈니스모델이었다.

출처: 라이프샐러드 사업계획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푸드테크 기업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필자의 기대와 달리 눈앞에 나타난 것은 ‘웰케어 쉐이크’라는 분말 제품이었다. 식사가 어려운 환자 또는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케어푸드의 일종이다.

“아, 이게 푸드테크 스타트업인가..”

이런 실망스러운 느낌은 사실 필자가 가진 기억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통합 플랫폼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이 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담아 3단계 로드맵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케어푸드 상품을 통해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맞춤형 케어푸드 제공 서비스로 확장하며 마지막으로 개인의 건강 및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그림이었다.

"아 이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3단계 성장 로드맵, 출처: 라이프샐러드 사업계획서

'케어 푸드', 틈새시장 선점?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서로 편하겠으나 필자를 유난히 신경 쓰게 만드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케어푸드 제품으로 성장기반 마련’이라는 첫 단계였다. 여기서 성장의 기반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 뒤의 단계를 고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결국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뜻이다.

라이프샐러드 제품 이미지, 사진: 필자 제공

모두가 인지하듯 케어푸드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0년 기준 2조 원에 달할 정도로 무시하기 힘든 규모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그 모든 식품회사가 다 뛰어든 시장이라는 점이다. 섭취를 간편하게 한 풀무원의 ‘풀스케어’, 맛은 유지하되 몸에 좋지 않은 염도나 당도를 낮춘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근육 손실 방지를 위한 단백질 제품을 출시한 매일유업의 ‘셀렉스’ 등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뽐내며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단순한 분말 형태의 제품으로는 원재료와 배합에서 경쟁 우위가 있다 하더라도 제조원가와 유통 및 마케팅에서 경쟁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필자가 체험한 이들의 제품 ‘웰케어 쉐이크’는 미숫가루와 같은 고소함과 곡식의 향이 느껴지는,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었고 광고 모델은 양희경 배우였다. 엄청 효녀 같은 이미지를 가진, 최적의 조합인 듯 보였다.

라이프샐러드 홈페이지 내 제품 이미지, 출처: 라이프샐러드 홈페이지

라이프샐러드 비즈니스모델 분석과 문제점

성장 로드맵의 첫 단계에서부터 걱정도 팔자인 필자의 우려는 첫째, 작은 스타트업이 이런 건강 쉐이크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에 집중하면 현실적으로 다른 일은 모두 소홀해진다는 점과 둘째, 대기업과 같은 비즈니스모델로 대결했을 때 결국 자본력이 강한 쪽이 이긴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류왕보 라이프샐러드 대표는 큐레이션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확보와 개인별 맞춤 처방을 위한 솔루션 레시피 그리고 제공되어야 할 솔루션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의 인력으로 그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가며 큰 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이에 본편에서는 라이프샐러드의 중장기적 비전보다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성장 로드맵의 첫 단계, 케어푸드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풀어볼까 한다.

라이프샐러드의 현재 비즈니스모델, 출처: 인사이터스

비즈니스모델에서 보이는 세 가지 문제

라이프샐러드의 현재 비즈니스모델은 여느 건강식품 회사의 비즈니스모델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광고와 영업을 통해 ‘우리는 다르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이미 다들 다르다고 외치기에 변별력은 없다. 아주 일부 흙 속의 진주를 알아보는(?) 스마트 컨슈머에 얼리어댑터의 성향이 있는 귀한 고객들의 수요만 기대할 수밖에 없어진다. 결국 수요 확대는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위 비즈니스모델에서의 구체적 문제를 요약하자면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고 이를 차례대로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케어푸드에 대한 수요를 가진 다양한 계층을 유입시키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자사의 제품 소개 또는 뉴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고객 유입이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작은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이 고객에게 특별함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고객 관계의 방식이 없다. 예쁜 패키지와 연구진의 화려한 이력만으로 특별함과 신뢰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셋째, 지속구매를 만드는 구조적 장치가 부재하다. 나의 현 상태를 진단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간편하고 신속하게 재구매 할 수 있는 등 반복매출(Recurring Revenue)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부재하다.

고객층 확대를 위한 비즈니스모델 제언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채널로의 확장

라이프샐러드의 경영진은 세브란스병원 환자식 개발연구를 주도했던 최은정 기술연구소장을 비롯해 병원,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네트워크를 가진 분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웰케어 쉐이크와 같은 환자식을 개발하고 이를 영업을 통해 일부 병원에 이미 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경영진의 능력을 더욱 폭넓게 활용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다양한 고객층에게 균형 잡힌 케어푸드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 즉 ‘쉐이크 바’라는 컨셉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쉐이크 바의 개념을 주저리주저리 설명하기보다는 실제 미국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모비타(Movita)라는 주스 바의 케이스를 살펴본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모비타(Movita) – Juice Bar모비타 주스 바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건강과 맛, 신선한 재료를 제공해 주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이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총 11개의 주스 바를 운영 중인데, ‘주스 바’란 네이밍을 보고 한국에 한때 유행했던 주스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매장 내부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시피 약국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모비타 주스 바가 건강식에 얼마나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선 주스만 판매하지 않는다. 모비타 주스 바가 판매하는 각종 단백질 파우더, 건강식 키트 등을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종합 건강식 매장인 셈이다.

모비타 주스 바 매장, 출처: 모비타 주스 바 홈페이지

의류브랜드는 백화점에, 라이프샐러드는 병원에

결론적으로, 라이프샐러드가 현재 운영 중인 온라인채널에 이같은 오프라인 채널을 병원, 대형빌딩 내 입점 매장으로 운영한다면 건강을 생각하는 다수의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고, 회사가 생각하는 건강에 대한 진지함, 원료의 차별성, 케어푸드에 대한 기술력을 체험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고객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프샐러드는 ‘듣보잡’ 제품에서 ‘아는 사람은 아는’ 전문제품으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질이 Right Target을 유입시킨다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 대부분은 먹거리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갖가지 정보가 난무하는 통에 정보의 양보다는 질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세상이 됐다. 당신의 가족 중에 당뇨 환자(혹은 다른 만성질환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당신은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 수많은 유튜버, 블로거가 정보를 쏟아 내고 있는 와중에 어떤 채널을 믿을 것인가?

필자는 이 케어푸드 비즈니스의 고객들이 겪고 있는 가장 광범위한 고충(Pain Points)은 정보의 선택이라고 본다. 결국 올바른 정보를 올바르게 제공하는 기업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고민이 있는 다양한 고객들에게 라이프샐러드의 블로그는 건강 관련 정보를 전달해 주고, 동시에 브랜드의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라이프샐러드 블로그는 별다른 의미도 역할도 없다.

출처: 라이프샐러드 블로그 페이지

라이프샐러드의 식품영양 전문성을 바탕으로 만성질환자(혹은 가족)를 위한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보자. 힘들게 동영상을 촬영할 필요도 없다. 자사 제품에 대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올바른 먹거리를 올바르게 먹는 방법을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게 전달해 보자. 현재 네이버 블로그의 운영 방향을 바꾸든, 아니면 고객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카페를 개설하든 어떤 방식이라도 좋다. 핵심은 콘텐츠의 양이 아닌 질(質)이다.

고객 구매 – 재구매의 선순환 구조

위에 나열한 라이프샐러드 비즈니스모델에서 보이는 세 가지 문제점 중 세 번째, 즉 Recurring Revenue의 관점은 사실 이들이 중장기적으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성장하면 풀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고객의 재구매를 촉진하는 재구매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보자.

출처: 인사이터스

고객은 건강식 칼럼이나 광고를 통해 유입되고 유입된 고객은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구매한다. 이후 이들과의 지속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앱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모바일앱을 통해 건강정보를 입력하고 입력된 정보 기반으로 제품을 추천하며 온라인 오프라인 등의 편의 기능과 가족과 친지를 위한 추천, 선물하기 기능까지 갖추게 된다면 단기적인 구매-재구매로 이어지는 기능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또 확보된 고객의 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재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을 제공하거나 혹은 라이프 샐러드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거나 공감을 누른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멤버십 초대권 등 고객이 재구매를 할 수 있는 정당성을 제공하는 보상 프로그램이라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높일 수 있다.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혜택 제공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어떤 보상을 어떻게 제공할지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일괄적으로 발송되는 할인 쿠폰 대신 고객 정보를 통한 연령대, 구매 행동을 파악하여 맞춤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화하면 할수록 고객은 이끌릴 수밖에 없다.

아파서 먹는 제품이 아닌 건강하기 위해 먹는 제품이 되길 바라며

라이프샐러드의 비전을 잘 살펴보면 단순히 노인용 케어푸드나 환자식을 팔겠다는 회사가 아니란 것쯤은 알 수 있다. 영양의 불균형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라이프샐러드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구매 의향을 가장 빨리 보인다는 이유로 환자식과 노인 케어푸드에 집중하게 되면 스스로 시장을 좁히고 성장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필자가 제언했던 비즈니스모델의 3가지 요소는 건강을 생각하는 누구나 라이프샐러드로 유입되어, 제품 구매를 통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결론적으로 아파서 먹는 제품이 아닌, 더욱 건강하기 위해 누구나 먹어야 하는 ‘라이프샐러드’가 되어 주길 바라며 이번 편을 마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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