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건축문화대상-공동주거부문 대상]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

김흥록 기자 2021. 10. 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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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골목길..입체 보행로
성냥갑 임대주택 편견 깨트려
메인동 저층부에 필로티 만들어
공연장·플리마켓 등 교류 장소로
발코니 쪽 문 닫아도 공기 순환
[서울경제]
(메인사진)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은 주동 저층을 필로티 형태의 열린공간으로 구성해 지역 주민들에게 교류의 장을 제공한다.

임대아파트는 어느 지역이나 비슷한 보편적 모양으로 지어진다. 특징 없는 사각형 건물이 한 동으로 세워져 있고, 이 같은 개별 동이 나열되면서 단지를 구성한 형태다. 이 같은 모양의 기존 임대아파트들은 주거 복지를 위한 주택 공급이란 목적은 달성할 지 몰라도 지역사회와의 커뮤니티 형성이나 입주민 사이의 자연스러운 소통 등 집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기능을 담아내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도 연결된다. 그저 주거 복지를 위해 공급될 뿐 도시 내에서 별다른 구성 요소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은 이 같은 임대아파트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넘어서기 위한 도전의 결과물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개별 동 사이의 공간, 또는 개별 동을 잇는 출입로, 옥상, 도시 내에서의 기여 등 그동안 별다른 의식 없이 반복되던 임대아파트 설계를 개발 요소별로 뜯어보고 다시 재배치했다. 그 결과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이 지니는 사회적 문제를 건축적 상상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공동주거부문 대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건축주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존 임대아파트를 구성하는 건축적 습관을 깰 것을 요구했다. 주거공간에 대한 높아지는 눈높이를 방영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임대아파트를 목표로 했고, 설계자인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는 내부의 골목길과 열린 공간, 입체적인 보행로 등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은 총 14개동 1,640가구 규모다. 청년 및 대학생(40%), 신혼부부(40%), 고령?수급자(20%)에게 각각 공급된다. 임대주택 가운데 시범단지의 성격도 가진다. LH는 수요자들에게 다양한 타입의 구조를 제공하기 위해 보통 임대아파트에서 3~4개 정도의 타입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16~44㎡, 11개 평형, 타입을 57개까지 늘렸다. 이 가운데 44㎡ 등은 방 2개와 화장실 1개, 거실로 구성돼 수요자의 시각에서도 "어린 아이를 둔 신혼부부까지 거주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라는 긍적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부 발코니 쪽 문에는 문을 닫아도 공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환기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거민들이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

동 사이의 보행로는 새로운 형태의 골목길이다. 길은 단지내 곳곳에서 마당, 커뮤니티, 소호공간으로 이어진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는 주거 수요가 다양화하는 점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내부공간을 배치했다고 설명한다. 가족의 수나 선호 공간 등 임대주택 수요자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다양화된 데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는 더욱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유연한 주거유형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 공간이 아닌 외부 공간의 설계에 있다. 단지는 메인이 되는 동의 아랫부분 저층부를 필로티 공간으로 만들어 지역주민과 입주민의 교류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애초 기존의 가로(길)와 단지를 잇기 위한 공간이지만 공연장과 플리마켓, 영화상영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임대아파트가 도시내에서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대규모 열린 공간을 제공하는 지역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 공간은 특히 심사위원진이 높게 평가한 부분이기도 하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임대아파트는 경제 여건의 절대빈곤, 지역사회와의 커뮤니티 형성 미흡 등의 이유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물론 기피 대상이 된 것은 물론, 형태에서도 시대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라며 "임대주택이라는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도시와 상생하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새로운 개념의 복합생활공간을 제안하고자 했다"며 설계의 주안점을 설명했다.

아울러 필로티 공간은 다시 단지 내부의 골목길과 입체가로 곳곳과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2층의 입체공유가로는 전체동으로 연결돼 주거민들이 개별 주거 공간에서 공유공간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새로운 풍경의 골목길을 형성하도록 했다. 필로티와 입체가로 등 동선 자체가 정겨운 삶을 담은 커뮤니티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단지는 곳곳에서 길과 마당, 커뮤니티, 소호공간 등 다양한 공간으로 이어진다. 설계자 측은 이를 두고 "대규모 열린 공간과 다양한 가로공간, 함께 살아가는 공유형 생활공간을 통해 잠시 머물다 떠나고 싶은 집이 아닌 자랑하고 싶고 살고 싶은 집을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저층 필로티 공간은 각 주거공간과 브릿지로 연결돼 입체적인 동선을 형성하고 있다.

단지 주변과의 연계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지 동측 근린공원과 남측의 수변공원은 단지와 연계돼 있으며 순환형 공공가로를 단지와 연결해 외부와의 소통을 다시 한번 구현했다. 커뮤니티 시설도 민간 아파트에나 있을 법한 헬스케어 시설과 작은 도서관, 실내 놀이터, 어린이집,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추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조용범 대한건축사협회 이사 겸 범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은 장기임대 아파트의 사회적 문제와 획일화될 수 있는 건축계획상의 물리적인 한계를 새로운 개념으로 해결하고자 시도한 점에서 대부분의 공동주택 프로젝트와는 차별화된다"며 "입체적 동선, 다양한 유형의 평면계획 등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한 부분들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이 열린 공간으로서의 필로티를 마련하고, 입체적인 동선과 다양한 평면을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설계사의 역량에 앞서 기존 임대 아파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건축을 선보이겠다는 건축주의 의지가 전제됐기 때문이다.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이 일궈낸 성과가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바꾸는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도전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의 2021 건축문화대상 대상 수상이 건축주인 LH에 남긴 과제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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