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건축문화대상-민간부문 대상] 와이지-원 본사

변수연 기자 2021. 10. 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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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자연을 이은 아트리움
사무공간의 새 패러다임 열다
회사 아이덴티티 담은 금속재 사용
아트리움 내부엔 '박스' 업무시설
사무실 모든 층마다 테라스 만들어
와이지-원 본사 전경. 건물 외벽에 금속 및 세라믹 마감재를 활용해 절삭공구 세계 1위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해냈다.
[서울경제]

세계적인 절삭공구 기업인 와이지-원은 특히 ‘엔드밀’이라는 절삭 공구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와이지-원은 2035년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최고 기업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와이지-원은 사무와 연구 기능을 합친 글로벌 본사를 짓기 위해 2014년 12월에 송도국제신도시에 토지를 매입했다.

2018년 본격적으로 건축을 시작해 2020년 11월 말에 준공, 2020년 12월에 입주를 완료했다. 와이지-원 본사의 소재지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과학로 16번길 13-40이다. 대지면적 4,621.70㎡, 건축면적 2,699.05㎡위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졌다. 구조는 철근콘크리트조다.

설계를 맡은 오씨에이 건축사사무소의 임재용 건축가는 프로젝트 시작 당시 사무와 연구라는 두 가지 기능을 분리하되 어떻게 연결할지,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외관에서 어떻게 구현해 낼지를 두고 고민했다고 한다. 완성물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다.

먼저 와이지-원 본사의 외관 콘셉트에 회사의 아이덴티티인 절삭 공구의 금속 재질에 착안해 금속 및 세라믹 마감재가 사용됐다. 건물 전경을 살펴보면 유리로 된 외벽 중간중간에 금속 마감재가 적용됐다. 특히 절삭공구로 살짝 파낸 듯한 패턴을 가진 외장패널을 찾아내 적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큰 구조는 어떻게 짜여졌을까. 임 건축가는 “좋은 도시는 먼저 녹지체계가 도시의 틀을 만들고 건물은 그 사이 사이에 끼어들어 간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도 기존의 도시 속에 작은 도시를 만드는 방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아트리움 내부에 설치된 업무지원시설 박스들. 천장을 테라스로 활용해 테라피스(테라스+오피스) 공간을 구현해냈다.

임 건축가는 먼저 녹지를 사이에 두고 사무동과 연구동을 배치하고 지상 4층과 5층에 연결다리를 만들었다. 사무동과 연구동 내부에는 아트리움을 둬 외부 공간이 공간의 중심이 되도록 설계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아트리움은 로비에서 지붕 층까지 연결되는 수직공간이다.

아트리움 내부에는 다양한 업무지원시설 박스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박스들은 건물 외관에 드러나는 불규칙한 직사각형 모양의 구조물로 건물 외벽에 개성을 더한다. 아울러 친환경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한다. 각 박스의 지붕이 테라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임 건축가는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공간이 효율 일변도의 공간으로 진화되고 점점 고층화되면서 일터에서 땅을 밟고 자연을 느끼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다”며 “일터에서 땅을 밟고 자연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해법으로 와이지-원 본사에는 사무실의 모든 층에 테라스를 두는 새로운 유형의 사무실인 ‘테라피스(Terrafice·Terrace+Office)’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임 건축가는 로비에서 꼭대기 층까지 다양한 높이로 회의실과 회의실 윗 부분을 테라피스로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자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임 건축가는 테라피스에 대해 “도시 안의 작은 도시를 지향하며 현대인이 집보다도 더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자연, 도시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녹지를 사이에 두고 사무동(좌측)과 연구동을 배치해 자연과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아트리움엔 별도의 냉난방 장치가 없다. 그 대신 열교환 환기시스템이 외기에서 공기를 흡수하여 사무실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고 아트리움에 배출하여 1차적으로 냉난방 부하를 줄인다. 아트리움 최상층에는 전동창을 설치했다. 아트리움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면 전동창이 작동하며 이를통해 내부 온도와 공기의 질을 조정한다. 임 건축가는 “다양한 업무지원시설의 박스가 박혀있는 아트리움의 풍경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친환경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와이지-원은 건축물의 외적 디자인 뿐만 아니라 건물 구석구석까지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사무환경의 변화를 통해 실제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개선에 영향을 주도록 고민했다. 신현보 심사위원은 이에 대해 “깔끔함과 정갈함, 정확함 등 정밀한 절삭공구를 연구하고 제조하는 기업이 갖춰야 할 이미지를 건물의 외형 이상으로 내부 공간에 담아냈다”며 “이같은 공간은 기업의 이념이 직원들은 물론 본사가 자리잡은 도시에 대한 태도로 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했다”고 평했다.

와이지원 본사의 또다른 특징은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개방성, 언택트시대를 맞아 여러 형태의 사이버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고 확장성이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와이지원은 초기단계부터 외부전문가와 조직진단을 실시하는 등 회사 조직 문화에 맞는 공간설계를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직원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맞추기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TF는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협업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면밀한 검토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와이지-원 본사가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결국 건축가 뿐 아니라 건축주 차원에서도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와이지-원 본사는 목적과 활용을 고려한 공간 구획과 각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네이밍 작업까지 고려해 설계됐다. 강당 역할을 하는 ‘1981 비전 홀’, ‘아이디어 팩토리(도서관 및 창의회의실)’, 푸드 팩토리(사내식당)’ 등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신 심사위원은 “건축주로부터 요구받은 기본적인 덕목에 건축적 해석을 더해 발전시키고, 초기에 요구되지 않은 덕목들 또한 발견해내는 것이 설계자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좋은 작업은 이같은 건축사의 노력에 건축주의 적극적인 의지가 더해져 나온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작업이다”라고 평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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