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무덤'서 체급 올린 이재명..'대장동'도 넘어설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경기도지사직을 내려놓고 대권 행보에 전력을 다한다. '대선의 무덤'으로 불린 경기도에서 정책 성과와 위기관리 역량을 앞세워 대선주자로 체급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이 후보가 퇴임날 받아든 성적표다.
향후 당면 과제는 대장동 특혜사업 의혹 해소다. 전국 단위 관심을 집중시키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하나 이번에도 위기를 돌파하고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높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지사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저는 도민 여러분들께서 보여주신 민주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애정,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나 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2018년 7월1일 민선 7기 경기도지사로 도정을 수행한 지 1213일째 되는 날이다.
이 후보는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을 표방하고 오늘날 시대 정신으로 자리잡은 '공정' 가치를 선점했는데 힘썼다. 저성장 시대에 자산 및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분노와 설움을 호소하는 민심에 이 후보가 일찌감치 내놓은 답안지다.
그러면서 '성과'를 챙겼다. 말 뿐이 아닌 강한 추진력으로 시대 정신을 구현해낸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다. 이 후보가 경선 과정 내내 공약이행율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 후보는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지난 6월 기준 경기도 공약이행율 98%를 달성했다는 기쁜 소식을 경기도민 여러분께 자랑스럽게 보고 드린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폐쇄회로TV) 설치' 정책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던 해당 정책은 이 후보가 2018년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첫 도입해 한달간 시범운영하며 현실이 됐다.
이 기간 해당 병원의 수술건수 144건 중 환자의 촬영 동의 건수는 78건(동의율 5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로 수술실 CCTV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데이터로 반증했다는 평가다. 2019년 5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으로 확대됐고 지난 8월말 국회 본회의에서는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2019년 추진됐던 '청정계곡' 정책도 마찬가지다. 여름 휴가철 때마다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불법 점유 시설물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이날 "99.7% 자발적 동의로 완료한 도내 불법 계곡하천 정비 사업으로 청정계곡을 도민의 품으로 돌려 드렸다"고 밝혔다.
또 △체납자 실태 조사 강화 △골목상권 살리기 위한 지역화폐 확대 △도내 소상공인과 도민은 물론 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경기도 배달특급 △비정규직 공정수당과 취약노동자 병가소득손실 보상제 도입 등도 강조했다.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며 위기극복에도 성공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16일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후보가 일명 '대선 무덤'으로 꼽히는 경기도에서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순간이었다. 남경필·김문수·손학규·이인제 전 경기도지사 등은 국민 기대 속에 도정을 맡았으나 전국 단위 대선주자로 도약하는 데 실패했다. 경기도가 대선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후보의 위기극복 역량이 사법 리스크 해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2월 4만2000여명 신도 명단을 확보했던 '신천지교회 과천본부 강제조사', 같은해 4월 소멸성 지역화폐 형태의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 지급 등 이 후보가 국민 기대를 높이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를 넘어 대권주자로서 해결해야할 우선 당면 과제는 '대장동 의혹'이다. 전날 한 언론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015년 2월 유모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대화 도중 '사직서' 제출을 종용 당했다는 취지의 녹취 파일을 보도했다.
황 전 사장은 2014년 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을 맡았으나 이듬해 3월 사퇴했다. 이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를 맡아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는 이같은 의혹을 두고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전문가를 모시자고 해서 유 전 (개발사업) 본부장을 먼저 뽑고 그 다음에 개발사업을 해야해서 유 전 본부장 추천으로 공모를 통해 들어온 외부인사가 황 전 사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둘 때 퇴임인사를 저에게 하러 왔는데 그때도 '왜 그만두나' 생각했다. 잘 안 맞아서 그런가,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며 "그래서 다시 공직자 출신으로 사장을 뽑았다. (황 전 사장 퇴임과) 내가 관계가 있었으면 유동규 본부장을 뽑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이 후보는 또 "장담하건대 저는 아무리 뒤져도 없다. 그런 각오도 없이 여기까지 왔겠나"라며 "걱정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이어 구속 기소된 유 전 본부장과 관련 "즐거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주변에 수없이 얘기하는 것이 '사선에 올라온 표적들이다', '절대 절차 어기지 마라', '공정성 의심될 만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수사받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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