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지 1년..내가 기억하는 이건희 회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입력 2021. 10. 25. 16:38 수정 2021. 10. 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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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2011년 9월 27일 김포공항 출국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

근 30년의 경제 기자생활 중 행운이라면 당대 경제계 거물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명예회장이나 구본무 LG 회장과도 더러 행사장이나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과의 만남의 기회는 더 많았다.

그래서 그가 가진 생각이나 세상을 보는 눈을 가까이서 듣고 볼 수 있었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자체가 기자로서는 행운이었다. 그를 밀접취재하는 과정에서 2014년 5월 그가 쓰러졌을 때나 꼭 1년 전 그의 마지막을 먼저 접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이 회장을 자주 만났던 시점은 2010년 경영에 복귀한 후부터 2014년 5월 쓰러질 때까지 약 5년으로 기억된다.

이 회장을 만나면 그는 항상 '멀리, 깊이' 세상을 보는 눈을 강조했다. 2010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길에 만난 기자들이 "요즘 회의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항상 새롭게 보고, 크게 보고, 앞을 보고, 깊이 보고, 이것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사물을 분석해 들어가는 버릇이 돼야 된다는 것을 맨날 회의 때마다 떠듭니다"라고 말했었다.

'업의 본질'을 꿰뚫는 생각과 '입체적 사고'는 혁신가 이건희를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는 않는다. 업의 본질을 알게 되면 할 일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사물을 단편적으로만 보지 말고,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보면 그 본질을 꿰뚫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디테일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질중시 경영이나 디자인경영, 인재육성 등만 얘기하면 여기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은 CEO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다.

디테일을 설명하지 않다보니 간혹 현장에서의 그의 말은 거칠 때도 있다. 모든 과정을 빼고 핵심적인 단어 몇개만을 나열하는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2011년 1월 신년 하례식 참석을 위해 서울 신라호텔로 들어서는 이건희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당시 그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보니 비서진들은 이 회장을 언론과 멀리 두려했지만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기자들과 얘기하기를 유독 좋아했다. 수행비서들이 이 회장을 기자들과 떨어트려놓으려고 해도 그의 걸음은 자연스럽게 기자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고, 귀에 손을 대고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하는지를 애써 들으려고 노력했다.

기자들 앞에서 쉽게 이해하도록 사물이나 상황을 단순화해 표현하는 그의 언어습관이 그래서 '설화'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는 4류라는 베이징 발언도 그랬고, MB 정부의 경제 성적에 대해 '낙제는 면했다'는 표현도 정치권을 자극해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는 늘 해외 여러 현장을 다니며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경영자였다. 그런 그의 현장경영이 30여년 후 삼성을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린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1986년 12월 1일 취임식에서 선대 회장의 타계로 인한 황망함과 그가 짊어질 무게에 대한 중압감과 책임감에 눈시울을 붉히며 취임사를 읽어내려갔었다. 그러면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당시 취임사에서 이 회장은 "개인의 독선보다는 다수의 의견과 조직을 우선하고 책임경영과 공존 공영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 등 경영이념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었다.

또 "학연, 지연, 혈연을 철저히 배제하고 인재를 더욱 아끼고 키우는데 모든 힘을 기울이고, 개성과 창의를 존중해 초일류 기업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33년간 삼성을 이끌면서 이를 실천했다.

이제 그의 짐은 그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넘겨졌다. 그는 현재 그룹 총수로서의 지위에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회장에 취임하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도 이제 눈물로 취임사를 읽었던 선친의 길을 가야할 시간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이 부회장의 입을 통해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궁금하다.

2013년 해외출장 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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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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