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실핏줄 터졌다'.. "KT 장애 탓 카드 가맹점 피해보상 오래 걸릴 듯"

유진우 기자 2021. 10. 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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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11시 30분부터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장애가 발생하면서 KT망을 사용하는 전국의 중소형 가맹점들은 ‘결제 대란’을 겪었다.

이날 오전 직장인이 몰려드는 점심시간에 맞춰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 광화문 인근 가게 곳곳에는 현금 결제나 계좌 이체를 부탁하는 안내문이 붙었다. 가맹점에서 카드를 긁으면 결제 정보가 대행업체(VAN·밴 사업자)를 거쳐 카드사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날 판매정보 관리시스템(POS)에서 밴 사업자로 이어지는 통신망이 끊기면서 결제 정보가 카드사로 전달되지 않기 시작했다. KT망을 사용하는 음식점과 편의점에서는 계속해서 ‘본부 통신 관련 에러’라는 단어만 결제 단말기에 송출됐다. 현금으로 결제를 해도 단말기 통신이 되지 않아 현금 영수증을 받을 수 없었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밴 사업자는 국내 결제 인프라에서 ‘모세 혈관’ 같은 존재다. 식당이나 편의점, 까페 같은 오프라인 가맹점이 카드 결제 서비스를 하려면 무조건 밴 사업자를 통해야 한다.

신용카드 가맹점 대부분이 일일이 카드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밴 사업자를 통해 일괄적으로 계약을 한다. 카드 결제를 위해 필요한 결제 단말기도 밴 사업자가 제공한다. 현금 사용 후 발급하는 현금영수증 발행 업무 역시 밴 사업자가 구축한 단말기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거래 외에도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 페이코 같은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도 처리하고 있다.

KT 인터넷망 장애로 25일 오전 경남 창원시 한 카페에 '네트워크 연결 상태 확인 요망'이라는 알림 메시지가 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밴 사업자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일반 통신사 통신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처럼 통신에 장애가 생기면 속수무책이다. 국내 최대 통신사인 KT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매출·재고관리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경영 지원 시스템을 올인원(All in one)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통합 서비스는 가격이 개별 서비스를 각각 이용할 때보다 저렴하고, 일원화가 잘 돼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번 사태처럼 한 부분에서 오류가 나면 모든 시스템이 마비된다. 이 때문에 이날 일선 식당들은 현장 결제뿐 아니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같은 배달 플랫폼에서도 접속 장애나 결제 장애를 겪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가맹점들은 예상치 못한 통신 장애에 대비해 입점 단계부터 여러 통신사를 이용한 결제 자동전환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중소형 가맹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한 통신사만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배달 중심 업장이 많아지면서 무선 카드 단말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지만, 이번처럼 유·무선에서 한꺼번에 장애가 터지면 사실상 피해를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카드 가맹점이 겪은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KT망을 사용하는 가맹점 수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밴 사업자는 가맹점이 어떤 통신사를 사용하는지 파악하고 있지 않고, KT 역시 개인 회선과 자영업자 회선을 구분해 인터넷 회선을 공급하지 않고 있어 가맹점 피해 집계와 보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번처럼 통신 회선에 문제가 생기면 결제 정보가 카드사로 넘어가지 않고, 아예 통신사 단계에서 차단당한다”며 “현금 영수증 같은 기록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정상 영업일보다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KT는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로 서울 한강 이북 서부 지역에서 유선전화와 인터넷, 휴대전화 등이 최대 몇 주 동안 끊기는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피해지역 가맹점 수는 약 2만개로 추정됐고, KT는 소상공인을 포함한 KT 통신망 이용자에게 총 366억원을 보상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자영업자 매출 감소와 관련한 간접 피해 보상 규정이 없어서, 개별 가맹점들이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카드 결제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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