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스크 벗는데"..15개국 수출 전자식 마스크, 정부 규제로 내년부터 국내 판매길 열려

세종=박성우 기자 2021. 10. 25.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제품 출시 1년3개월 만에 '예비 인증'
규제 없는 베트남·스페인·러시아 등 15개국 수출
규제 샌드박스 통해 내년부터 국내 시판
"크리스마스부터 마스크 벗겠다는 데.."

#지난 7월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국·대만 대표단은 LG전자가 개발한 ‘2세대 퓨리케어 전자식 마스크’를 쓰고 올림픽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 제품은 작년 7월 출시한 이전 세대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졌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내장해, 대화가 수월해졌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출정식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퓨리케어 전자식 마스크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의료 종사자들이 LG의 전자식 마스크를 사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줄을 섰다”라며, 제품에 대해 극찬했다. 하지만 한국선수단은 이 제품을 착용할 수 없어 논란이 있었다. 신기술 제품에 대한 안전규정이 없어, 인증 자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현재 해외 15개국에 판매 중인 전자식 마스크의 국내 판매가 내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LG전자가 국내 판매를 위해 지난 5월에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 적용 여부에 대한 결론이 이제야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판매할 수 있도록 예비 안전기준 등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태국 선수단 120명이 LG 전자식 마스크를 쓰고 2020 도쿄올림픽 출정식을 진행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하지만 오는 11월부터 위드코로나 방역완화 단계가 시작되고, 빠르면 크리스마스 전후부터는 마스크를 벗겠다는 정부 계획이 나온 마당에, 전자식 마스크에 대한 규제 예외 결정 나온 것은 ‘뒷북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규제가 새로운 시장 개척을 막았다는 얘기다.

◇규제에 신제품 효과 놓친 LG... 출시 15개월 만에 ‘예비인증’ 답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전자식 마스크 제품 예비 안전기준’을 제정해 이달 26일 공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전자식 마스크는 전자식 여과장치(필터, 전동팬)를 부착해 미세입자를 차단하고 편하게 호흡할 수 있는 기기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산업융합제품인 까닭에 안전기준이 없어 제품을 출시할 수 없었다.

앞서 LG전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통해 산업에 전자식 마스크 제품 ‘LG 퓨리케어 웨어러블 공기청정기’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예측 불가능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신 제품에 대해 업계가 신청하면 관계부처 검토 후 규제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 등을 부여하는 제도다. LG전자가 제품을 개발해 당국에 판매허가를 신청한지 1년 3개월만에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전자식 마스크 ‘LG 퓨리케어 웨어러블 공기청정기’를 처음 공개했다. 마스크 앞면에는 교체가 가능한 헤파 필터를 장착했고 초소형 팬이 호흡 시 발생하는 압력을 감지해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전자식 마스크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초 LG전자는 지난해 7월 식약처에 ‘의약외품’으로 전자식 마스크인 ‘퓨리케어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6개월 넘게 승인하지 않아 철회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판매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허가시청을 자진철회했다. 대신 신속하게 출시가 가능한 일반전자기기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해외에선 전자제품(공산품)으로 출시했지만, 국내에선 ‘의약외품(질병의 치료 및 예방과 관련된 제품)’으로 인정 받기 위해 애를 썼다. 이 마스크를 의약외품이 아닌 전자제품으로 출시할 경우 제품명에 ‘마스크’를 넣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또 ‘황사나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물질 및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한다’는 효능·효과를 제대로 입증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LG전자는 지난 5월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조선DB

국표원은 업계의 전자식 마스크 안전기준 제정 요구에 관계부처를 포함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 예비 안전기준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정식 안전기준 제정에는 통상 1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극행정으로 제품의 빠른 출시를 지원코자 예비 안전기준을 우선 제정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정한 예비 안전기준은 전자식 마스크의 안전요건, 시험방법, 표시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자식 마스크를 통과하는 흡입 공기와 배출 공기는 반드시 전자식 여과장치의 필터를 통과해야 한다. 필터의 재질은 식약처가 고시한 의약외품 원료규격인 교체용 폴리프로필렌 필터의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마스크 본체는 유해물질 14종과 휘발성유기화합물 함유량 기준치, 내충격성, 방염성, 방수성능, 배터리 안전기준 등의 안전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전자식 마스크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 정하는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 제품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전자식 마스크 제조·수입업자는 출고·통관 전에 제품시험을 실시.의뢰하여 안전성을 확인한 뒤, 안전인증(KC) 마크를 부착해 제품을 유통해야 한다. 이번에 제정·공고된 전자식 마스크 예비 안전기준에 따라 업계가 원활히 제품출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12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노마스크’ 위드코로나인데, 늦장 대처... 값 2배 주고 ‘역직구’

문제는 예비 안전기준 시행한다 해도, 법령 개정 등 정식 안전기준 마련 등을 감안하면 실제 출시는 2022년에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위드코로나를 움직임을 보이면서 마스크를 벗는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사실상 신시장의 개척이 규제로 인해 늦어진 셈이다. 정부가 오는 29일 발표할 예정인 위드코로나 대책에는 ‘실외 마스크 착용’ 제도폐지가 담길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영국의 경우,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벗은 위드코로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는 이러한 규제를 지적하는 항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기준 마련과 관련해 한 커뮤니티에서는 “LG전자가 작년 7월에 판매허가 신청하고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는데, 신속히 처리했다는 게 말이되나”, “식약처 반성하라”, ”국내 기업이 해외로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또 관련 뉴스의 댓글에는 “우리 공직자들은 규제를 하는것이 공직자의 특권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공무원 손에 업무를 맡기면 눈치 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려요”, “정말 규제가 현실을 못 따라 가는 것이 국민이 지켜 보기에 너무 답답합니다. 해외 직구해야 하나요?”라는 의견이 달렸다.

네이버 쇼핑에 등록된 퓨어케어 마스크 판매점. 모든 판매점이 해외에서 직접 배송한다는 의미의 '해외' 표시를 부착했다. /네이버 캡처

실제 이 제품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베트남, 스페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15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해외 쇼핑몰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기업 제품을 해외에서 구매하는 ‘역직구’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판매처 304곳 가운데, 대부분이 해외였다. 해외에서 구입할 경우, AS 문제를 비롯해 배송대행, 운송비 등 여러가지 비용이 발생하면서 소비자의 후생은 떨어질 수 있다. 실제 해외 직구 가격은 관세·배송비 등이 더해지면 30만원대로, 17만~18만원대인 현지 판매가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 신기술들이 쏟아지고 있는 한국은 규제에 그늘에 막혀있는 상황이다. 신기술에 대해선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규제에 대한 문제는 후속으로 처리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LG전자라는 대기업도 규제 문턱을 넘기는데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는데, 중소·중견기업들은 규제 개혁에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규제샌드박스 제도 자체도 옥상옥 정책이 될 수 있다. 누가 빨리 시장을 개척하고 점령하느냐가 중요한 세상에서 이번 사례를 통해 정부가 규제를 대하는 자세를 피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