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갈리는 '지리산', 의구심을 지우려면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1. 10. 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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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사진제공=tvN

역대급이란 말이 나온 드라마였다. 작가, 감독, 배우 모든 면에서 최고라 일컫는 이들이 함께 했고, 제작비는 약 300억원이 투입돼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주 막을 올린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극본 김은희, 연출 이응복)의 이야기다. 제작 과정 때부터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작품인 만큼 첫주 시청률은 예상대로 쾌조였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많이 모인 탓일까. 많은 관심과 더불어 연출과 연기력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허나 '지리산'의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의 명성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늘  최고의 결과물을 완성하던 이들이다. 판단하기엔 아직 이른 이들의 대장정을 애정있게 지켜봐야할 이유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지리산'은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전지현)과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이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는 미스터리물이다. 23일 첫 방송이 9.1%, 24일 2회 방영분이 10.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작 '갯마을 차차차' 보다 더 파급력 있게 스타트를 끊었다. tvN 드라마 첫 방송 3위 성적이기도 하다. 휴먼 멜로물에 이어 미스터리물로 장르적 변주와 함께, 믿고 보는 '작감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대번에 이끌었다. tvN 토일드라마의 무패 행진, 이번에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지리산'은 제목 그대로 지리산에서 벌어지는 레인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직 대중들에게 생소한 레인저라는 직업은 국립공원을 보호, 유지, 관리하고 사람들에게 탐방 편의를 제공하는 국립공원 직원이다. 공원 순찰, 재난구조, 시설물 관리, 자연자원조사, 멸종위기종 복원, 교육 및 행정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첫화는 이 레인저들의 스펙터클한 업무를 따라가는 것으로 스토리를 풀어갔다. 서이강은 낙석이 떨어지는 절벽에서 동료를 위해 거침없이 몸을 던지는 모습으로 등장, 베테랑 레인저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강렬한 첫 장면을 선사했다. 이후 신입 레인저 강현조가 첫 출근을 하면서 서이강과 2인 1조로 팀이 됐고, 두 사람은 조난자 수색으로 파트너로서 첫 호흡을 맞췄다. 특히 현조는 사건 사고를 미리 볼 수 있는 예지력을 갖춘 인물. 덕분에 조난자를 구하기도 하지만 의뭉스러운 사건과 엮이면서 미스터리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또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간다. 두 시점의 가장 큰 차이는 이강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지 여부와 함께,  과거의 인물 현조와 현재 인물 다원(고민시)의 등장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드라마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단 하나의 사건을 이강의 시선으로 추적해가며 계속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리산'은 단 2회 만에 속도감 있게 여러 사건 사고를 보여준다. 일단 레인저라는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사연 있는 어린 조난자의 수색, 시체가 되어 돌아온 실종자 발견 등의 극박한 에피소드와,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며 등장인물들의 달라진 미묘한 태도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시점을 뛰어넘으며 최고의 레인저 전지현이 왜 휠체어를 타게 됐고, 주지훈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물음과 궁금증을 빈틈없이 그려넣었다. 물론 이 많은 것들을 2회차에 다 담아내려다보니  산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배우들의 감정선을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부족하다보니 연기력 논란도 나왔다. 허나 이게 앞으로 탄탄한 서사를 뻗기 위한 빠른 안내서 같은 전초전이었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3, 4회가 더욱 중요해졌다.

사진제공=tvN

산으로 간 '지리산', 속담처럼 안 되려면

'지리산'이 무엇보다 기대를 모은 건 김은희 작가의 필력 때문. tvN '시그널',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김 작가는 '세계관 장인'으로 거듭났다. 신선한 소재 쓰임은 물론이고, 등장인물의 촘촘한 서사로 늘 몇 수는 앞선 시선으로 대중을 감탄시켜왔다. '지리산' 역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지리산과 레인저라는 소재에 미스터리를 더해 장르물의 위력적인 변주를 선보였다고 평할 만하다. 허나 1,2회는 너무 급박하게 달린 감이 적지 않다. 이해보다는 설명을 위한 나열식의 장면들에 가까웠다. 등장인물의 서사를 중요시하는 김 작가 특유의 감정신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배우들도 장면에 완벽히게 녹아들지 못하고 다소 겉돈 느낌이다. 

tvN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도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한몫 했다. 그의 명성대로 지리산의 광활한 비경(祕境)은 꽤 웅장하게 담겼다. 드론과 핸드헬드를 비롯해 여러 시도로 담아낸  넓은 시야는 지리산의 절경을 담아내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자연광으로 인해 장면마다 일정하지 못한 색감이 몰입감을 떨어트렸다. 다소 러프하게 느껴진 카메라 움직임도 거친 산행을 담아내려던 의도인 것은 알겠으나, TV 드라마로 보기엔 살짝 번잡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산중에서 튀어나온 샌드위치, 콜라겐 등의  PPL 기습도 문제였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만큼 PPL 노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맥락 등장으로 흐름을 방해했다.

분명한 건 스토리 소재를 비롯해 카메라 연출 등에서 많은 시도를 엿볼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 '지리산'은 의미있는 작품이다. 허나 많은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차별과 특별함에 대한 강박이 화면 밖에서도 느껴져 살짝 불편한 느낌이 든다. 산으로 간 '지리산'이 옛 속담처럼 되지 않으려면 보다 정돈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시그널' 때처럼 인물 간 안정과 긴장감이 교차하던 김 작가의 촘촘한 집필력과, '미스터 선샤인'으로 드라마를 영화로 탈바꿈 시킨 이응복 감독의 능력 발휘 말이다. 그리 큰 걱정이 들지 않는 건, 이들이 아직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어서다.

사진제공=tvN

전지현-주지훈-오정세 등, 뒷심 확실한 배우들에게 거는 기대

실제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한다던 전지현은 레인저를 연기하기 위해 모든 전제조건을 완벽히 갖춘 듯 보였다. 가파른 등산이나 절벽을 타는 신에선 스펙터클한 액션신을 보는 듯 박진감이 느껴졌다. 산으로 내딛은 발은 가벼웠고, 수수한 화장에 등산복을 입은 태도 좋았다. 가볍지 않게 치고들어오는 대사도 무게감 있게 중심을 잘 잡아줬다. 특히 상황에 따라 희로애락을 오가는 그의 모습은 1인 2역으로 보여질 정도로 다채롭게 구현됐다. 주지훈도 신입 레인저의 어설픔과 열정, 그리고 트라우마를 지닌 이의 복잡한 심리를 짧지만 나름 이해력 있게 소화했다. 눈빛으로 큰 힘을 갖는 배우이기에, 여러 대사 없이 눈으로 보여주는 상황의 긴박감이 꽤 잘 그려졌다. 

성동일, 오정세, 조한철 등의 조연들도 들뜨지 않는 존재감으로 제 역할의 기본 몫은 해냈다. 허나 많은 시청자들이 출연배우들의 연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이들 모두 기본의 연기를 보여줬지만 기대치만큼의 깊이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허나 두 주연을 비롯해 조연들까지 연기력 하나만은 보장된 구심력 강한 배우들이다. 평가 기준에 근거할 등장인물의 서사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기에 섣부른 기우에 가깝다. 실망감보단 기대감으로 앞으로를 지켜봐도 좋다는 이야기다.

여러 말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건 한 회만에 시청률 1.6%가 상승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제 시작점에 선 '지리산', 기대하고 다음회를 기다려도 될 이유는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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