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창단 첫 9위, 무엇이 문제였나? [오!쎈 이슈]
[OSEN=광주, 이선호 기자] KIA 타이거즈가 창단 첫 9위의 수모를 당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KIA는 지난 24일 NC 다이노스와의 창원 경기에서 1-4로 패해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9위를 확정지었다. 1982년 해태 타이거즈 출범 이후 최저 순위였다. KIA 시절인 2004년과 2007년 8구단 체제에서 두 번의 꼴찌를 했고, 10구단 출범 이후 최저 순위이다.
10월 승률 1위에 올랐으나 워낙 이전 성적이 부진했다. 결국 2017년 우승 이후 4년 만에 최약체 전력이 되었다. 메이저리그 '올해의 감독' 경력의 맷 윌리엄스 감독도 커리어에 큰 흠집이 났다. 3년 계약 가운데 1년 남겨 놓았다. 마지막 해에도 지휘봉을 이어갈 것인지도 관심이다.
마운드의 핵심 전력 유출 혹은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매년 170이닝을 넘게 소화했던 FA 에이스 양현종이 남을 듯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면서 이탈한 것이 컸다. 외인 에이스 애런 브룩스는 팔 굴곡근 부상으로 한달 쉬었고, 후반기를 앞두고 대마초 성분이 함유된 전자담배를 구입한 이유로 퇴출됐다. 새 외인 투수 다니엘 멩덴도 전반기 두 달동안 자리를 비었다.
괴물루키 이의리가 등장했지만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선발싸움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마무리 후보 전상현, 필승조의 기둥 박준표도 부상이 겹쳤다. 필승맨 장현식과 마무리 정해영이 마당쇠로 분전했으나 선발과 불펜에서 마운드 누수 현상이 극심했다. 결국 전반기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진 이유가 됐다.
타선에서는 가장 믿었던 최형우가 망막질환과 허벅지 부상으로 제몫을 못했다. 나지완은 옆구리 부상이 계속 겹쳐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프레스턴 터커는 부상도 아닌데 장타력과 출루율이 뚝 떨어졌다. 2020 구단 역대 최고의 외인타자 성적을 내고도 1년 만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류지혁과 김태진 등 주전급 선수들도 부상으로 풀가동을 못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용인술도 도마위에 올랐다. 없는 살림에 장현식과 정해영은 필승카드였다. 득점력이 떨어진 가운데 이기려다 보니 후반 두 투수에게 의지했고, 기용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장현식은 초유의 '3일 4연투'를 했고 혹사 논란을 자초했다. 아울러 작년 시즌을 마치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외야수 터커의 1루수 변신도 무위에 그쳤고, 개막 초반 브룩스와 멩덴의 '4일 간격 등판'도 조기에 철회했다.
메이저리그식 특유의 윈나우(승리 우선) 운영으로 엔트리를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고졸 포수 권혁경은 9월14일 1군에 올라와 한 달 넘게 벤치만 지켰다. 대타로도 나서지 못하다 10월 17일 두산전에야 선발 마스크를 썼다. 가을야구 진출 실패후 젊은 토종 거포를 키워야 하는 현실에서도 부진한 터커를 기용하느라 이우성, 김석환 등에 많은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도 끝까지 경기를 뛰느라 체력적으로 부담이 컸다.
오프 시즌의 훈련 방침도 주목을 받았지만 빛을 발하지 않았다. 작년 시즌을 마치자 가을 마무리 훈련을 1주일만 실시했다. 대신 체력 위주로 새롭게 개인별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스프링캠프 훈련량과 실전도 예년에 비해 대폭 줄였다. 이런 가운데 처음으로 진행한 국내 캠프는 궂은 날씨 탓에 훈련 스케줄이 더 꼬였다. 결과적으로 예년보다 훈련량이 크게 줄었고, 타자들의 역대급 타격 부진으로 나타났다.
제자리 걸음을 걷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안방살림을 맡은 김민식, 한승택 등 포수들은 수비와 타격에서 수년 째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불펜의 핵심 박준표, 선발의 희망이었던 이민우, 타격상승을 기대했던 이창진, 김호령, 박찬호 등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보다 가열찬 자기 개발이 아쉬운 대목이다.
구단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주전타자 안치홍과 에이스 양현종이 빠지며 2년째 전력이 크게 누수됐다. 그런데도 FA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적절한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KIA는 전력강화를 위해 이번 오프시즌 양현종과 거포 FA 영입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새 선발투수 윤중현의 발굴과 임기영의 성장, 장현식의 화려한 재기와 최연소 30세이브 주인공 정해영의 마무리 발탁, 첫 풀타임 리드오프를 수행한 최원준의 성장, 젊은 거포 황대인의 등장, 이정훈의 깜짝 활약 등 긍정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오프시즌에서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구성원 전체가 뼈를 깎는 각오로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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