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최희서 "한·일 관계 의식 NO, 이색적인 작업이었어요" [인터뷰 종합]

[OSEN=연휘선 기자] 한국과 일본의 감독, 배우들이 만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중심에 있던 배우 최희서가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으로 일본 감독, 배우들과 협업한 소회를 밝혔다. 

최희서는 28일 개봉하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감독 이시이 유야, 제공제작 디오시네마 The Asian Angel Filmpartners, 이하 '당신은...')에서 솔 역을 맡아 출연한다. '당신은...'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미라클 드라마. 이시이 유야 감독이 각본 및 연출을 맡았으며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등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작품의 출연 계기에 대해 최희서는 "처음에 번역된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시이 유야라는 감독님을 작품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굉장히 좋은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었다. 시나리오 번역이 제가 느끼기에는 뉘앙스가 잘 안 산 것 같아서 원문으로 보고 싶다고 요청 드렸는데 원문으로 읽었을 때가 훨씬 시적으로 다가와서 출연을 결정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케마츠 소스케의 합류는 결정됐고 오다기리 죠가 합류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상태였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 분들이라 쉽게 출연을 결정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굉장히 이색적인 작업이었던 것은 맞다. 신기하게도 일본 분들은 5명 밖에 없다. 배우 3명, 아역배우 포함이다. 감독님 그리고 스틸 작가님. 이렇게 5명이 한국에 오셔서 찍었는데 감독님이 일본 분이라 감독님의 시선에서 본 강릉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여태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시점의 한국 영화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모니터를 안 보신다. 현장에 모니터가 없었다. 모니터 없는 현장은 처음이었다. 카메라가 있으면 그 밖에서 저를 보시더라. 바로 생 눈으로 제 연기를 확인하시는 느낌. 그 눈이 반짝거리시는 느낌이었다. 영혼까지 봐주시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그 눈에 힘을 얻었다. 그래서 모니터를 못한 채 26회 차 촬영을 모두 마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언제 또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모여서 하나의 가족을 그릴까 하는 생각, 일본 감독님의 눈으로 본 한국, 한국 친구들. 그런 점에서 개성이 굉장히 뚜렷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희서의 일본어 실력은 익히 알려진 바. 그는 번역까지 참여하며 이번 작품에 공을 들였다. 이어 "저는 일본어를 하기 때문에 감독님, 배우 분들과 소통이 됐다. 그런 면에서 도움도 드렸다. 디렉션을 주셔도 영어로 말씀을 하시고 그걸 영어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일본어로 편하게 말씀하시는 게 저한테는 긴밀한 작업이라는 느낌이라 좋았다. 그리고 디테일하게 코멘트를 서로서로 해주는 분위기라 모니터가 없었지만 눈 앞에 서 있는 배우들이 해주는 분위기였다. 초벌 번역은 제가 사서 고생한 케이스였다. 번역이 아쉬웠다. 감독님의 시적인 뉘앙스를 살릴 수 있을 텐데, 초벌번역이 된 게 있었는데 그걸 제가 다듬어서 시나리오로 다듬었다. 이런 작업은 '동주', '박열’에서 몇번 해서 이제는 안 할 줄 알았는데 또 하고 있더라"라며 웃었다. 

다만 그는 "제가 일본어를 해서 캐스팅을 하셨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일본어를 할 필요가 없는 캐릭터였다. 제게 정확히 '이래서 당신을 캐스팅 했어요’라고 해주시진 않았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박열’을 보신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일본 영화 업계에서 저를 추천해주셨고 저를 실제 미팅을 하시고 선택하신 거으로 안다. 감독님 실제 눈동자가 세다. 저를 보시고 '굉장히 좋은 에너지를 갖고 계시네요’라고 해주셨다. 실제 미팅에서 저를 보고 괜찮으셨나 보다라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최희서는 캐릭터 솔에 대해 "처음 접해보는 캐릭터였다. 첫 번째로 '전직 아이돌’이었다. 제가 '전직 아이돌’을 맡을 줄 몰랐다. 노래하는 장면이 있더라. 가요를 꽤 잘해야 하고,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이 많이 서본 느낌이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노래 연습도 많이 했다. 제가 솔직히 노래를 못 부른다. 제가 목소리는 좋은데 음정을 못 맞춘다. 그게 음치라고 하더라. 음치 탈출을 위해서 노래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저희가 후시 때 감독님이 계시는 것도 아니라 후시를 못했다. 그래서 촬영한 그대로 써야 한다고 하더라. 또 가장으로 형제들을 이끌어가다 보니까 장녀로서의 부담감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희 영화의 큰 소재이자 주제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말로 표현하지 않는 감정’이다. 극 중 제 싱글 CD가 나오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어’다. 그런 주제를 반복적으로 나타내는데 가족 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형제 간의 사랑, 아들과 아버지의 사랑일 수도 있고, 오빠와 동생 간의 사랑일 수도, 남녀의 사랑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말이 필요 없이 전달되는 게 있고 눈을 보면 알 수 있고 함께 공유되는 감정들이 소중하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저희가 전체리딩 하는 날이 아카데미 생중계 날이었다. 그때 '기생충' 봉준호 감독님이 '영화에는 국경이 없다’라고 할 때 일본 배우들과 대본 리딩을 해서 더욱 울컥했다. 저는 어쨌든 이 사람을 일본 사람이 아닌 한 명의 배우로 소통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만족스러웠다"라며 웃었다. 

또한 "저 또한 데뷔한 지 12년이 됐는데 주목받았을 때보다 주목받지 못한 나날이 더 길었다. 언제 또 무대에 설지, 기약이 없다. 저는 그 말을 쓰고 싶지 않은데 어떤 사람들은 배우가 선택받는 직업이라고 하는데 선택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다. 낮아져가는 자존감을 확인하는 매일매일의 모습들이라 제 이야기 같아서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솔의 이야기가 빨리 연기하고 싶은 제 모습과 많이 닮아있더라. 그런 면에서는 이해도가 높았다. 다만 노래를 부르는 기술적인 면들이 완전 새로웠다"라고 했다. 

이케마츠 소스케, 오다기리 죠와 함께 한 소감에 대해서도 최희서는 "너무너무 좋았다. 굉장히 올곧은 사람들이고 연기에 대한 태도가 굉장히 진중하고 조심스럽다. 그만큼 상대 배우에 대한 태도와 배려가 굉장히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마치 국가대표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서 기다릴 때 놀지 않고 상대 선수를 계속 보고 동료 선수들을 계속 보지 않나. 그런 느낌이었다. 제가 촬영할 때도 옆에서 그 자세 그대로 서 계시는 분들이었다. 화장실도 안 가시더라. 많이 본받았다. 저도 핸드폰도 안 하지만, 그런 분들은 처음 봤다. 감독님께도 '원래 일본 분들은 그대로 계시냐’고 물었다. '모든 배우가 그렇진 않지만 특히 제가 작업하는 두 분은 그런 분들이라 같이 작업하는 거다’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이케마츠 소스케, 오다기리 죠와 나눈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부분에 대해 "오다기리 죠는 본인만의 호흡이 여유로운 배우다. 무언가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려느 배우다. 본인이 그 순간 날것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실 애드리브도 많다. 추임새를 한국말로 넣으시는데 그건 애드리브다. 한국어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도 아닌데 저희 제작사 대표님이 '그 뭐냐’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그걸 물어보시더니 계속 하시더라. 씬 안에서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놀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배우다. 이케마츠 소스케 배우는 한땀 한땀 진지하게 임하는 배우다. 눈 얘기를 많이 했다. 저보다 어리지만 25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연기 경력을 가진 일본의 차세대 국민 배우다. 그 친구에게 많은 걸 배웠다"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의 미묘한 관계는 영화에 얼마나 담겼을까. 최희서는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 갖는 부정적인 감정이 몇 %?'라는 질문 같은 게 제가 처음 받은 시나리오엔 없던 질문이었다. 감독님이 한국에 체류하며 느낀 생각이라던지 이 갈등을 느끼고 영화를 찍어가며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다. 저희는 사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연기를 하고 언어를 통하지 않지만 눈을 봐가면서 감정의 교류를 하다 보니까 외교적인 건 그다지 얘기할 틈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지금 이 곳, 강릉에서 영화를 찍고 있고 하나의 목적이 있다 보니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전우애가 있었다. 그래서 양국 관계에 영향을 받거나 의식하진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부각되는 점에 대해 "굉장히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기생충’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그렇게 큰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들이 인터넷과 OTT의 활약으로 퍼져나가고. 그리고 꿈을 더더욱 크게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고 있다. 하다 보니 목표 대로 흘러가지는 않더라. 올해 미국 오디션 2개를 봤는데 다 떨어졌다. 그렇지만 저는 계속 이렇게 도전을 하고 있고 언젠가는 제가 그 쪽에서 촬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 이쪽에서 촬영한 제 콘텐츠가 그쪽에 먼저 선보여질 수 있다는 생각에 신기했다"라고 밝혔다. 

'당신은...' 외에도 최희서는 올 한해를 바쁘게 보냈다. SBS 새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특히 최희서는 "'지헤중’으로 올해를 거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큰 선물이었다. 같이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과 친해졌다. 노력을 해서 친해진 것도 당연히 있다. 같이 연기를 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고마워서 잘하려는 마음이 배가 됐다. 혜교 언니 뿐만 아니라 효주 언니, 기용이까지 가족이 됐다. 그런 관계가 방송에서도 분명히 빛을 발할 것 같다. 실제로 배우들끼리 얼마나 서로 사랑했는지 보일 것 같다. 제가 맡은 건 여태까지 맡은 적 없는 새로운 역할이다. 약간 민폐지만 의리는 있고, 한 회당 취한 장면이 1~2개는 꼭 들어간다.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자신했다. 

또한 연출로도 도전을 앞두고 있는 최희서는 "이시이 감독님이 저한테 '희서 씨는 도전자네요’라고 하더라. 그 말이 재미있었다. 저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욕심도 많은 사람이다. 호기심과 욕심이 동시에 발현됐을 때 무모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오디션은 계속 볼 거다. 연출작은 12월에 공개가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일주일에 4일을 연출하고 3일을 드라마 현장에 가야 했다. 하지만 연출이 얼마나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머리는 알았는데 제가 그 입장이 되다 보니 너무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이준익 감독님이 보고 싶더라. 감독님이 그리웠다. 감독님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주시니까 그런 모습이 대단하게 느꼈다"라고 했다. 

끝으로 최희서는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일본 배우, 감독님과 진심으로 소통했다. 저도 사실 일본어가 제 모국어는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전달하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영화를 하면서 전달하다 보니 그대로의 감정으로 부딪힌다. 그러다 보니 빨리 친해지고 서로를 알아가서 영화를 찍는 과정이 아름다운 여행, 합숙처럼 남을 것 같다. 바다를 보며 아침과 저녁을 보내고 그런 추억이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중에 또 일본 감독님이나 배우 분들과 촬영을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분들이 아니라 다른 외국 분들과 촬영을 해도 좋겠다는 자신감이 보물처럼 남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영화가 다양한 레이어를 갖고 있다. 무엇을 기대해도 그것과 기대치 못한 다양한 장면이 나온다. 로드무비였다가 로맨스였다가 가족영화로 가고 한 영화 안에서 다양한 장면과 관계가 나오다 보니 예기치 못한 장면과 반전에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원래 제목은 '아시아의 천사’인데, 그게 원제라는 걸 생각하고 보셔도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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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