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 감독 "고현정X신현빈 만남, 액션이라 생각하고 촬영"
[뉴스엔 이민지 기자]
'너를 닮은 사람' 임현욱 감독이 드라마 연출에 대해 직접 이야기 했다.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극본 유보라/연출 임현욱)은 매 회 새로운 미스터리와 서늘한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는 주인공 희주(고현정 분)와 우재(김재영 분)가 과거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들 호수를 키우면서 함께 살았으며, 희주가 우재 몰래 여권을 챙겨 호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4회 엔딩에서는 아일랜드에 남겨졌던 우재가 희주 앞에 극적으로 돌아왔다.
충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지는 동안, 희주와 우재가 서로 사랑했던 장소인 아일랜드의 풍광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임현욱 감독은 “아일랜드는 희주와 우재의 사랑이 가장 뜨거웠던 공간이며, 두 사람이 파국으로 치달았던 곳이기도 하다”며 “머나먼 유럽 어딘가에 있는, 낯설고 황량한 이미지의 나라 ‘아일랜드’라는 공간이 너무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아일랜드를 화면에 구현하는 것은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이 힘들어진 상황에 쉽지 않았다. 임 감독은 “아일랜드가 아닌 다른 나라로 설정을 바꿔야 할지, 국내로 바꿔야 할지를 고민했지만, 역시 아일랜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이미지, 정서를 화면 속으로 가져오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 작업을 주로 하는 아일랜드 현지 프로덕션과 함께 아일랜드 전역을 돌며 촬영했다”고 밝혔다.
모든 것을 가진 듯하지만 사실은 불안한 여자 희주(고현정 분)와, 우재와 약혼한 사이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껍데기만 남은 여자 해원(신현빈 분)가 마주할 때마다 “긴장된다”, “숨막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임 감독은 “실제로 촬영할 때도 주인공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은 ‘몸이 부딪히지 않더라도 이건 액션 신’이라고 생각하며 찍었다”며 “두 주인공 사이의 텐션이 드라마가 진행되면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음은 임현욱 감독 일문일답이다.
1. 서늘한 미스터리 속에서도 따뜻한 느낌의 연출로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출에서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무엇인가요?
A: ‘너를 닮은 사람’은 외롭고 서늘한 이야기. 그 이유 때문에 드라마의 배경이 겨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따뜻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 설렘, 배신, 후회, 용서, 복수와 같은 감정을 미쟝센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회화 같은 느낌이 드는 화면 구도와 색감, 인물들의 의상, 액세서리, 등장인물 뒤에 걸려있는 그림, 탁자 위 소품 등 화면 안의 모든 요소들을 활용해 표현했다. 가장 대표적인 시도가 있다면, 희주와 해원의 갈등과 현재 상황을 잘 보여주기 위해 두 사람이 마주하는 장면에선 빨강과 초록으로 옷 색깔의 대비를 이루게 했다.
2. 주인공들을 단순히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로 경계짓기 힘들어 보입니다. 각 캐릭터들이 어떤 느낌으로 표현되는 것을 목표로 하셨나요?
A: 모든 것을 가진 희주는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내면이 항상 불안하다. 희주가 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공간에 따라 연기의 톤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은 그 때문. 태림병원이나 태림재단, 시어머니 영선의 집 등에서는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깔고 캐릭터를 표현했다.
해원은 가난조차 빛나던 사람이었지만 사랑했던 사람이 갑작스레 사라진 후 껍데기로 살아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바짝 건조하게 말라버린 자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발성부터 눈빛, 걸음걸이, 손 동작. 의상이나 헤어, 세세한 메이크업까지 모든 것을 해원 캐릭터에 맞추어 세팅하고 표현했다.
작가님과 대본 회의를 할 때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은 사랑일까요, 증오일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작품 속 캐릭터들에게는 100% 명확한 감정이 없다. 실제로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은 복합적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었다. 어려운 감정들을 배우들이 훌륭하게 표현해줬다.
3. 3부 엔딩에 등장한 희주와 우재의 이국적인 공간이 관심을 모았습니다, 아일랜드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해외 분량을 촬영했는지 궁금합니다.
A: 아일랜드는 희주와 우재의 사랑이 가장 뜨거웠던 공간이기도 하고, 둘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달았던 곳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주는, 머나먼 유럽 어딘가에 있는 낯설고 황량한 이미지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중요했다. 희주와 우재의 사랑의 도피처였던 아일랜드를 구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현지에서 촬영을 해야 했다. 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이미지, 정서를 화면 속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였다.
할리우드 영화 작업을 주로 하는 아일랜드 현지 프로덕션과 함께 아일랜드 전역을 돌며 촬영을 했다. 동시에 한국에서 진행할 수 있는 분량의 촬영을 위해 한국에서 가장 아일랜드와 비슷한 지형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 역시 아일랜드 현지 촬영 못지 않게 어려운 작업이었다. 드라마 중반부로 가면 갈수록 희주와 우재의 아일랜드 시절 장면이 본격적으로 많이 나오고, 아일랜드 현지에서 촬영한 장면도 많이 나올 예정이다. 아일랜드의 슬라이고, 모허 절벽 등에서 촬영한 영화 같은 장면들은 기대하셔도 좋다.
4. 지금까지 방송된 4회 모두 시청자를 빨아들이는 명품 엔딩을 선보였습니다. 매 회 이러한 호흡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또 여주인공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에선 제목과 함께 매 회 펼칠 이야기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은데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16회까지 모든 회의 엔딩을 가장 신경썼다. 또 가장 자신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촬영할 때도 그 어떤 장면보다도 연기자들과 리허설을 많이 했다. 콘티를 꼼꼼히 만들었고 음악에 많이 신경썼다. 드라마틱한 엔딩을 위해 음악감독과도 치밀하게 의논했다.
매 회 오프닝에선 그 회의 주요 장면이나 소리 등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매 회의 제목들이 너무 훌륭해서 그것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일반적인 방식은 아닌데, 일종의 ‘주장미’(주요 장면 미리보기)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선 그날의 하이라이트를 짧게 만들어 방송 초반에 내보내기도 하는데 그걸 이 작품에서 시도해보고 싶었다. 우리 드라마의 특성상 반전, 비밀이 많기 때문에 화면을 변형하고 거꾸로 플레이하거나 사운드 효과를 넣었다. 그 회의 느낌, 분위기를 15초짜리 짧은 클립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사실 이건 내부적으로 찬반이 많이 갈렸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
5. 제작진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계신지, 그리고 방송 시작 뒤 시청자 반응 중 인상적인 것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희주와 해원이 마주하는 장면들에 대해 ‘긴장된다’, ‘숨막힌다’ 같은 반응이 많더라. 그만큼 드라마에 몰입해서 보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촬영할 때도 주인공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은 ‘몸이 부딪히지 않더라도 이건 액션 신이다’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두 주인공 사이의 텐션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더 강력해질 것이다. 또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누굴 응원하게 될지 더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6. 앞으로 시청자들이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작품을 봐야 할지 시청포인트 답변 부탁드립니다.
A: 4회 마지막에서 아일랜드 병원에 누워있었던 우재가 극적으로 돌아왔다. 과거 사랑의 도피를 했던 희주는 우재가 돌아오면서부터 혼란에 휩싸이며 괴로워한다. 여기에 희주와 해원과의 갈등은 점점 더 복잡하고 깊어진다. 드라마 초반에는 주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소개됐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인공 네 사람 사이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진=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JTBC스튜디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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