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리'..이것 많거나 적게 먹으면 탈나

이승구 2021. 10. 25. 14: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FDA, 2024년까지 자국민 일일 나트륨 섭취 3.4g→3g↓ 계획
WHO 권장량은 2g..각국, 나트륨 섭취 저감 정책 적극 추진 중
韓도 한식·서구식 식습관 등 결합되면서 '소금 많이 먹는 나라'
나트륨 과다 섭취, 고혈압·심장병·비만·당뇨 등 발병률 높아져
적게 먹어도 뇌졸중·심장마비 등 사망 확률↑..적당히 먹어야
소금은 화학식이 NaCl(염화나트륨)으로 NA(나트륨)이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주 2024년까지 자국민이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을 현재보다 12%가량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일일 권장량보다 절반 이상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고 있어 이를 감축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FDA는 향후 2년 반 동안 미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을 3.4g에서 3g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FDA는 이 같은 지침을 식품 산업 종사자들과 소비자들이 이 지침에 따를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닌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만큼 나트륨으로 인한 고혈압․심장 질환․비만․당뇨병 등의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김치나 국․탕․찌개류 등 한식을 통해 나트륨 섭취량이 과도하게 많은 나라 중 하나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g 미만이다. 

소금 또는 나트륨 권장량을 따지는 데서 제대로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소금의 분자식은 ‘염화나트륨(NaCl)’인데 이 중에서 나트륨(Na)은 소금 중량의 40%에 해당한다. WHO의 나트륨 섭취 권장량 2g 미만을 소금 권장량으로 따지면 5g 미만이 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2005년 13.5g에서 2015년 9.8g으로 줄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장내과 허남주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8.1g이다. WHO 하루 권장량에 비해 1.5배나 많은 소금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김치나 국물류 요리, 불고기 등 한식에 소금을 과다하게 쓰는 데다 서구화된 식습관도 역시 나트륨 섭취량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국 못지않게 우리 보건복지부나 각 지방정부들도 나트륨 섭취량 저감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나트륨 섭취량 감소에 따른 심혈관계 질환 예방 및 경제적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한국인은 찌개류나 김치 등으로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나라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소금은 몸의 수분량을 조절해 평형성을 유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신경 자극을 전달해 근육을 잘 움직이게 하고 소화된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다. 이렇게 좋은 소금을 좀 더 먹은들 어떻길래 섭취량을 자꾸 줄이라고 하는 걸까. 

허 교수는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은 소금을 먹고 있기에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의 소금 양이 우리에게 많고 적은 지는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현대는 쉽게 소금을 구할 수 있지만 이는 대량생산과 운반 수단이 발달해서 가능해진 것”이라면서 “구석기 때는 바닷가가 아닌 이상 소금을 구할 수가 없어서 간 없이 원재료 그대로 먹었다. 그 구석기시대의 소금 섭취량이 1.5g(나트륨 양은 0.6g)”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는 소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 많이 먹을 수 있게 됐다”면서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보면 이 기간은 아직 짧아 우리 몸은 하루 1.5g 소금 섭취에 맞게 세팅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금은 적게 먹으면 좋은 걸까. 아예 안 먹는 건 어떨까. 

2011년 미국의학협회(AMA) 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는 소금을 너무 많이 먹은 사람뿐 아니라 저염식을 한 이들도 뇌졸중과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확률이 높음을 시사했다. 실험은 이미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3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추산하고 그 후 4~5년간 이들이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으로 입원 또는 사망했는지 추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실험에서 하루에 나트륨을 4~6g 섭취한 사람들의 입원이나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하루 8g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한 사람들은 4~6g 섭취자들에 비해 50~70% 더 입원이나 사망 위험이 높았고 하루 2~3g의 나트륨 섭취자들 역시 위험이 20% 높았다. 

이미 혈관병을 일으킨 고위험자 대상의 실험이라 일반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저염식도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