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민·의원에 '功' 돌리고 '몸' 낮췄다.."부동산, 최고 민생문제"

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 2021. 10. 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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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정연설자로 나서.."'북핵·日규제·코로나' 위기 극복"
총 국회 연설 7번.."임기 말 당당히 나선 대통령, 이전과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마지막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모든 공(功)을 국민과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돌리고 몸을 낮췄다. 특히 최대 정책 실패로 꼽히는 부동산 부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면서 개혁과제"라며 다른 미완의 과제들과 함께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40여 분간 원고지 90매 분량의 시정연설문을 파워포인트(PPT)를 곁들여 읽었다.

연설문을 통해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Δ북핵 Δ일본 수출규제 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세 건의 위기'를 극복한 정부의 성과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위기극복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국가적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했다"며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국제 무역질서에 대응해야 했다. 지난해부터는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경제와 민생을 지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위기극복에 전념해 완전한 일상회복과 경제회복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일련의 위기극복을 비롯해 여러 성과를 정부의 공으로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 덕으로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문화가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도 자랑할 만하다. 대한민국은 경제력과 군사력뿐 아니라 민주주의, 보건의료, 문화, 외교 등 다방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만들어낸 대단한 국가적 성취이다. 위기 속에서 만들어낸 성취이기에 더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대한 국민 여러분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국회와 여야 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데 국회가 많은 힘을 모아주셨다. 매년 예산안을 원만히 처리하고 6번의 추경을 신속히 통과시켜 주셨다"며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민생법안들도 적잖이 통과됐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입법 성과에 대해 국회의원 여러분 모두에게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도 국민과 국회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이는 국회 시정연설에 있어 원론적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작년 연설에서는 '협치'와 '초당적 협력', '진정한 민생국회' 등의 단어로 국회를 향해 당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그동안의 협력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문장의 전반을 이뤘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며 의원들과 인사나누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장밋빛만은 아니다"라고 평하는가 하면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도 계속 채워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초고속 성장해온 이면에 그늘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나라이며 노인 빈곤율, 자살률, 산재 사망률은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며 부동산에 대해서도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면서 개혁과제"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더욱 강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역 불균형도 풀지 못한 숙제"라며 "불공정과 차별과 배제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미래 세대들이 희망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에 대해 "부동산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이 숙제'를 반드시 풀겠다는 의지를 보였었다. 문 대통령은 "주택공급 확대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복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했었다.

이번에는 과제를 해결한다기보다 임기 내 풀지 못한 일들을 인정하고 다음 정부에 이를 넘기겠다는 뜻이 강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마지막까지 미해결 과제들을 진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다음 정부로 노력이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설이 전례에 비해 '밋밋했다'는 평이 나오는 것 또한 새로운 안을 제시하기보다 그동안의 과제를 마무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주력했던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해 '한반도'라는 단어가 7번 언급될 정도로 할애됐다면 이번에는 1번으로 그쳤다. '평화' 또한 올해엔 4번, 작년에는 11번 언급됐다.

한편 임기 6개월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시정연설은 문 대통령에게 의미가 깊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1일 '2018년도 예산안 연설'을 시작으로 임기 5년 내내 시정연설에 나선 것으로 기록됐다. 같은 해 6월12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연설을 포함하면 예산안 관련 6번째 연설을 한 것이 된다.

또 2020년 7월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포함하면 취임 후 7번째 연설로, 이는 역대 대통령 중 최다 국회 연설 기록이다. 이번 시정연설 초안은 참모진들의 독회를 거쳐 지난 22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주말 사이 수정을 거쳐 최종 완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마지막 임기 때 국회에서 당당히 발언이 가능한 것은 가족을 비롯한 측근 비리에 몰려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대통령의 입지가 불안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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