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저체온 치료? 체온 낮춰 환자 뇌손상 줄인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 입력 2021. 10. 25. 13:47 수정 2021. 10. 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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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

환자 치료의 목표는 생명을 살리고 더 나아가서는 환자가 이전의 건강한 삶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결국 치료 후 환자 상태나 예후가 관건으로 의료기술 발전 방향도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안타까운 경우가 바로 치료 골든 타임을 놓쳐 건강한 삶을 영영 잃어버리는 경우인데 특히나 뇌손상에 의한 신경학적 예후는 그 좋고 나쁨으로 치료 이후 환자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게 된다. 

흔히 저체온치료라 불리는 목표체온 유지치료(Targeted Temperature Management, TTM)는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로 응급의학과에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심정지 환자 뿐 아니라 뇌졸중 환자, 급성 뇌손상 환자의 신경 및 뇌손상을 최소화하여 신경학적 예후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몸의 체온을 조절함으로써, 신진대사와 산소 소비량을 감소시켜 뇌세포 파괴와 재관류 손상을 완화시키는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뇌 혈관이 막혀 생기는 1차 손상, 초기 처치 후 혈액이 다시 유입돼 발생하는 2차 손상 모두에 효과가 있다. 최대한 빠르게 환자의 체온을 33~36°C 목표수준까지 낮추었다가 일정시간 동안 그 온도를 유지, 이후 다시 환자의 몸을 정상 체온까지 서서히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친다. 뇌는 온도가 1도 낮아질 때마다 뇌 신진대사율을 6~1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적은 양의 산소나 영양분 필요에 따른 에너지 감소 효과로 2차 뇌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혈관수축 효과가 있어 뇌손상 환자의 신경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뇌압을 낮추고 부종을 감소시킨다. 

뇌손상을 겪는 환자들은 뇌가 부으면서 발열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발열로 신경학적 2차 손상이 유발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과거 미국 뇌졸중협회(American Stroke Association, ASA)에 보고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발열이 뇌졸중 및 기타 뇌손상을 입은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 1만44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열을 보인 환자에서 입원기간, 사망률, 합병증, 의료비 등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막하 출혈,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뇌종양 수술 및 모든 뇌수술 후 뇌압이 상승하거나 부종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목표체온 유지치료가 부종 및 뇌압 조절을 위한 치료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경계 중환자 특히 뇌출혈 및 외상성 뇌손상의 환자들 70% 이상이 고열을 경험하므로 목표체온 유지치료로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 역시 환자의 악화를 막는데 중요하다. 뇌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질환과 뇌수술 이후의 중환자 관리에 있어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크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 목표체온 유지 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어서 목표체온 유지치료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신경학적 예후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폭넓은 인식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목표체온 유지치료 방식으로는 피부 표면에 젤 패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감염의 위험을 낮춘 비침습적 방식이 권장되고 있으며 바드코리아 '아틱선(Arctic Sun)'이 대표제품으로 꼽힌다. 2019년 7월 1일부터 보험급여에 적용되어 치료비 부담이 크게 개선되면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에게 접근성을 넓혀 나가고 있다. 뇌혈관 질환 및 중증 외상 환자는 중증질환 산정 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본인부담률은 더 낮아지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준 상황이다.

한편, 목표체온 유지치료가 심정지 환자에 있어 뇌손상을 감소시켜 장애나 후유증을 크게 줄일 수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면서 심정지 시 심폐소생술로 심장기능을 회복시키고 나면 곧바로 저체온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저체온치료캠페인(대한응급의학회 주관)이 지난 9월부터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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