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형문화유산으로 잇는 新실크로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 10. 25. 13:26 수정 2021. 10. 2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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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리빙 헤리티지 네트워크' 출범 기대 커
[파이낸셜뉴스]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유라시아 대륙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우리에게 만만하지 않다. 미·중, 미·러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연결망으로 횡단하려는 중국이 일대일로만이 아니라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 왜곡을 넘어, 한민족의 문화 원류까지도 독점하려는 침탈 현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나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이 유라시아를 장악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는 현실은 우리나라도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을 웅변한다.

우리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무형문화유산 연구를 통해 문화 원류와 실크로드 및 유라시아 투르크 국가와의 친연성과 연대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왜 무형문화유산인가? 안타깝게도 한민족의 근원과 문화 원류를 밝힐 수 있는 원형(prototype) 고대사 연구의 주요 대상 국가 대부분은 유목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역사 사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중국 쪽 자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중화사상에 치우쳐 왜곡된 부분이 적지 않으며,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여러 약소민족과 국가들이 폄하 혹은 삭제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무형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가 빛을 발한다.

투르크 민족들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및 실크로드 국가들은 '활자와 문자 기록'보다는 '구전'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와 세계관 등을 후손들에게 전승해왔다. 구비전승은 속도와 이동이 자유롭기를 원했던 유목민들의 삶의 방식 속에서 강력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었고, 지식전달 체계였다. 구비전승, 민속놀이, 세시풍속 등 무형문화유산은 역사 사료로 고증이 어려운 고대인들의 생활방식, 세계관, 정신문화를 오늘날 '현재 시제'로 보여주고 있다. 고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시대를 초월한 살아 움직이는 연결망이며, 화석화된 고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 숨쉬는' 현존하는 문화재(Living Heritage)이다.

한국은 한민족과 무형문화유산을 공유했던 다양한 국가들과의 연대와 소통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동체(Cultural Complex)를 형성할 수 있다. 한반도에 갇힌 우리의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 고대 선조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소통했고 교류했던 흔적을 발굴하고 복원하여 아직도 살아있는 역사와 삶의 무대를 확장하자는 것이다. 무형문화유산은 한국의 문화 원류 탐색임과 동시에 한국과 유라시아 문화의 연관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신(新)실크로드권 투르크 국가들과의 유대성과 친밀감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따라 유라시아 투르크 민족들이 목록 만들기와 이를 통한 국가 정체성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유네스코의 정신에 부합하는 세계평화와 화합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 코드를 발굴하고 연구함으로써 실크로드 국가들의 연대와 '문화 간 화해(Rapprochement of Cultures)'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실크로드의 루트를 한국, 특히 경주까지 확장할 수 있는 논거를 마련할 수 있으며, 문화적 연대와 친연성을 기반으로 유라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메타버스가 몰고 올 거대한 가상현실의 창조로 더 본격화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10월 28~29일 유네스코 아태무형문화센터, 국제중앙아시아연구소 그리고 KF 한·중앙아협력포럼이 중심이 되어 9개 회원국(아제르바이잔, 이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대한민국, 몽골, 타지키스탄,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의 전문가와 단체가 뜻을 모아 활동하게 될 '실크로드 리빙 헤리티지 네트워크(Silk Road Living Heritage Network)'의 출범과 학술 포럼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을 더하게 될 신북방경제협력의 인문학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보다 구체화되길 기대한다.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유라시아투르크 연구소장)·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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