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오승환 선배님, 새삼.." 삼성 1위 탈환의 '윤활유' 전천후 투수의 솔직한 고백[SC핫플레이어]

정현석 2021. 10. 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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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함이요? 전혀 없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가야할 자리였어요."

배짱과 제구력, 구종 다양성까지 갖춘 투수.

삼성 허삼영 감독은 24일 "제구가 좋아 포수가 달라는 데로 줄 수 있는 커맨드를 갖춘 리스크가 적은 유형의 투수"라며 "정현욱 투수코치가 좋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좋은 역할을 해줄 거라 믿고 있다. 앞으로도 중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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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SSG전에 앞서 인터뷰 하는 최채흥.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서운함이요? 전혀 없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가야할 자리였어요."

누군가는 맡아줘야 할 자리.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 최채흥(26)이 불펜으로 연착륙해 맹활약 하고 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시즌 중 보직전환. 쉽지 않은 임무를 제대로 해주고 있다.

선발에 비해 짧지만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역할. 승패가 직결되는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 올라 리드를 오승환에게 바통터치해 준다. 그가 무너지면 팀 승리는 없다. 그야말로 승리의 윤활유 같은 중요한 임무다.

6년 만의 정상 도전은 최채흥의 성공적 불펜 전환이 있어 가능했다.

최채흥은 1위 탈환의 분수령이었던 22,23일 대구 KT와의 2연전에서 이틀 연속 등판, 4연속 탈삼진의 완벽투로 연속 홀드를 따내며 승리를 지켰다.

22일 경기에서는 4-2로 앞선 1사 1루 강백호 타석에 원태인을 구원해 강백호를 빠른 공으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마운드 위 최채흥보다 덕아웃의 원태인이 더 크게 환호했던 짜릿한 순간.

23일에는 3-0으로 앞선 8회초 세번째 투수로 등판, 심우준 황재균 배정대 세타자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8회말 오재일의 쐐기포가 터지면서 삼성은 여유 있는 4대0 승리를 지켰다.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과 KT의 경기가 열렸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삼성 최채흥이 무실점을 투구하고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0.23/

최채흥의 성공변신. 우연이 아니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걸 넘어 즐기고 있다. 불펜 전환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올해 성적이 상위권에 있다 보니까 가을야구 쯤 되면 5선발인 제가 불펜으로 가겠구나 싶었어요. 미리 캐치볼할 때 몸을 빨리 풀도록 시도도 해보곤 했죠."

배짱과 제구력, 구종 다양성까지 갖춘 투수. 전천후 카드로 승부처에서 믿고 맡기기 딱 좋은 카드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24일 "제구가 좋아 포수가 달라는 데로 줄 수 있는 커맨드를 갖춘 리스크가 적은 유형의 투수"라며 "정현욱 투수코치가 좋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좋은 역할을 해줄 거라 믿고 있다. 앞으로도 중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높게 평가했다.

공 하나에 결과가 바뀔 수 있는 불펜 투수로의 전환. 매 순간 찾아올 긴장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불펜에서 준비할 때부터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갔을 때도 설레는 마음이었어요. 사실 이런 상황에서 나갈 일이 몇번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홈런을 맞을 수도 있지만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던지니까 더 잘되던데요(웃음)."

부정적 생각을 미리 하지 않는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 고스란히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팀이 가장 중요한 순간 불펜 경험은 투수 최채흥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스스로도 불펜 생활을 통해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신기한게요. 불펜 투수들은 그냥 앉아서 이야기 하다가도 전화가 오면 자기가 나갈 순서라는 걸 그냥 알아요. 벨이 울리자마자 자연스레 점퍼를 벗고 준비하는 게 저는 처음이라 신기했어요. 그리고 오승환 선배님이요. 정말 멋있어요. 8,9회 1점 차에 많이 나가시는 데 그 중압감을 어떻게 견디시는지 불펜을 하면서 새삼 더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변화를 긍정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삼성의 현재이자 미래.

그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 한 뼘 성장하고 있다. 삼성의 내일을 위해, 더 나아가 한국야구의 내일을 위한 자산이 영글어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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