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徐 국방 'SLBM 망언'은 직무유기罪

기자 입력 2021. 10. 25. 11:50 수정 2021. 10. 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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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국방부 장관은 무장(武將)이었다.

군의 최고 수뇌부가 청와대 행정관의 지휘를 받는다는 자괴감이 확산됐으니 소신을 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니 마침내 홍길동 국방부 장관이 됐다.

일구이언과 감언이설이 주특기인 정치인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군의 최고 수뇌부조차 북한의 엄중한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면 막대한 국방비를 부담하는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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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전통적으로 국방부 장관은 무장(武將)이었다. 그런데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나 평화 무드가 확산되면서, 핵무기를 안고 사는데도 군의 문민화·정치화 탓인지 무인의 기개를 찾아보기 어렵다. 군의 최고 수뇌부가 청와대 행정관의 지휘를 받는다는 자괴감이 확산됐으니 소신을 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니 마침내 홍길동 국방부 장관이 됐다.

서욱 국방장관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고 했다. “도발은 영공, 영토, 영해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용어를 구분해 사용하는데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언제부터 군 수뇌부가 북의 군사행동에 대해 친절하게 정의를 내려왔는지 아연실색이다. 1000만 시민이 사는 서울이 반드시 불바다가 돼야 도발이라고 단정하겠다는 논리다. 미국의 유엔대사는 안보리 직전 “북은 추가 도발(provocations)을 자제하라”고 했고, 서울을 방문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사 역시 잇단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했다. 국방 책임자의 비(非)국방적인 언변은 두 가지가 원인이다.

우선, 극심한 북한 눈치 보기의 결과다. 지난달 25일 김여정이 핵·미사일 도발을 ‘도발이라 하지 말라’고 하자 문재인 정부에선 ‘도발’이란 말이 사라졌다. SLBM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이라고만 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15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연속된 미사일 도발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10일 만에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대북전단법 제정처럼 일사불란하게 안보 책임자들의 메시지가 달라졌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SLBM이 ‘전략적 도발은 아니다’고 했다. 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북이 장거리미사일과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아마 ICBM과 핵실험을 하면 서울에다 발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다음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는 무리한 국내 정치공학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에 올인하다 보니 김정은 남매가 원하면 안보 책임자들의 표현마저 김여정의 검열을 받는 처지가 됐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북한의 대미 위협 수준을 ‘높음’으로 평가하고 ‘한국은 현재 SLBM에 대한 방어망이 없다’고 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는 120도 시야로 제한돼 동해·서해로부터 날아오는 SLBM을 방어할 수 없고, 한국 구축함에 배치된 SM-2 대공미사일은 대함미사일만 방어할 수 있다. 북한이 쏜 SLBM은 요격 회피 기능을 갖추고 590㎞를 날아갔으며, 소형화한 핵탄두를 SLBM에 탑재하면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도 가능해진다. SLBM은 핵·ICBM과 함께 대표적 ‘전략 무기’로 안보 상식이다.

김여정 한마디에 국방·외교 장관이 말장난으로 국민을 기만하려 한다. 숱한 대북 실언으로 논란을 빚은 정치인의 향북(向北) 장단에 발을 맞추는 외교·안보 수장들의 발언은 직무유기다. 일구이언과 감언이설이 주특기인 정치인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군의 최고 수뇌부조차 북한의 엄중한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면 막대한 국방비를 부담하는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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