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국책은행장의 위험한 설화

임대환 기자 2021. 10. 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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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舌禍)는 '연설이나 강연 따위의 내용이 법률에 저촉되거나 타인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난'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의돼 있다.

말 그대로 말을 잘못해 화를 당한다는 뜻이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치명타를 입은 사례는 많다.

올해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종 설화에 휩싸이며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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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부 차장

설화(舌禍)는 ‘연설이나 강연 따위의 내용이 법률에 저촉되거나 타인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난’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의돼 있다. 말 그대로 말을 잘못해 화를 당한다는 뜻이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치명타를 입은 사례는 많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발언했다가 이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정동영 후보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종 설화에 휩싸이며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치 능력 옹호’ 발언은 캠프 내에서조차 되돌릴 수 없는 치명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주 막을 내린 국정감사에서도 설화에 휩싸인 사람이 있다. 바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건’을 금융산업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당시 녹화 장면을 옮겨 보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회장에게 “대장동 사건에 대해 어떤 소회나 제도 개선에 대한 생각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 회장은 “결과적으로 어이없어 보이고 저걸 어떻게 환수해야 하나 개탄을 하지만, 금융산업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소수의 개발업자가 천문학적인 개발이익금을 독식한 희대의 사건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취지로 들릴 수 있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민형배 의원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폭발적 불로소득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금융기관 속성만 강조하면 그렇게 (말하게) 된다”며 발언 정정을 요구했다. 국감을 주재하던 윤재옥 정무위원장까지 나섰다. 윤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돼 있기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정확히 사실관계를 정리해 달라”고 이 회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이 회장은 “이론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에 따라 수익이 천문학적으로 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은 리스크와 수익의 트레이드오프(교환)라는 관점에서 말한 것이지, 현실 세계에서 빈도가 자주 발생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해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대표가 주장해 온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연상시키는 건배사를 공개 제안하면서 홍역을 치렀다. ‘정치적 편향’이 금기시되는 국책은행 수장이 여당의 장기집권 희망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밝히는, 금융업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실수였다는 해명에도, 야당 의원들은 이 회장의 해임까지 요구했다. 윤재옥 위원장의 말대로 대장동과 관련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메가톤급 폭탄이 될 수 있는 때다. 이 회장의 이번 ‘대장동 발언’도 건배사와 함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흑역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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