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긴가민가했던 쿠바 외인, 전설의 '철완' 넘고 새 역사 썼다 [MK人]

김지수 2021. 10. 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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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김태형(54)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3월 시범경기 기간 새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의 투구를 보면서 올 시즌 활약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했다.

올 시즌 미란다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면서 4, 5위 다툼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운데 가을야구에서도 미란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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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김태형(54)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3월 시범경기 기간 새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의 투구를 보면서 올 시즌 활약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했다.

미란다는 시범경기 한 차례 등판에서 ⅔이닝 3피안타 5볼넷 2탈삼진 7실점으로 부진했다. 188cm의 장신에서 뿌리는 150km대의 강속구와 낙차 큰 포크볼의 구위는 위력적이었지만 제구력에서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김태형(왼쪽) 두산 베어스 감독이 24일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한 아리엘 미란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다른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화려하지 않은 미란다의 커리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2018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감한 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지난해에는 대만 프로야구 중신 브라더스에서 뛰었다.

대만 시절 성적도 25경기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평범했다. 대만 리그를 평정하고 KBO로 넘어왔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미란다는 개막 후 첫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5의 특급 피칭을 선보이며 두산의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5월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4.94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6월부터 페이스를 되찾았다. 시즌 성적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탈삼진, 평균자책점 부문 타이틀 획득을 사실상 확정했다.

김 감독은 "미란다가 공 자체는 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가졌는데 초반에는 제구력이 왔다 갔다 해서 불안했다"며 "본인이 리그에 적응을 하면서 감을 잡았다. 우리 팀 에이스 역할을 잘 해줬는 초반에는 긴가민가했다"며 웃었다.

'감'을 잡은 미란다는 37년간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전설의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지난 24일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탈삼진 4개를 추가해 시즌 225탈삼진을 기록, KBO리그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1984년 故 최동원이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223 탈삼진 기록까지 넘어섰다.

미란다 스스로도 기록 달성 직후 "내 야구 인생 최고의 금메달을 땄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이런 값진 기록을 세울 수 있어 기쁘고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승리투수가 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늘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던 것과는 다르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김 감독 역시 대기록을 세운 미란다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해 축하하고 활짝 웃었다. 올 시즌 미란다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면서 4, 5위 다툼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운데 가을야구에서도 미란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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