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치기 분양에 생방송 추첨까지.. 지식산업센터로 몰리는 투자열기

최온정 기자 2021. 10.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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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출규제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지식산업센터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이 과열되면서 주거형 부동산 청약에 사용했던 초치기 분양도 나타났고, 생방송으로 당첨자를 추첨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총 2회(오전 10시, 오후 1시)에 걸쳐 진행된 지축 현대프리미어 지식산업센터 상가·창고 분양은 무순위 선착순 입금(초치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1차로 진행된 상가(50호실)·운동시설(9호실)·홈오피스(57호실) 분양과 2차로 진행된 창고(200개) 분양에 각각 1000명, 23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고, 당일 완판됐다.

지난 9월 준공된 경기도 고양시 한 지식산업센터 전경.

계약금을 지정된 시각에 선착순으로 입금해 분양권을 따내는 무순위 선착순 입금(초치기) 분양은 아파트 등 주거형 부동산에서 흔히 이뤄지던 방식이다. 그런데 지식산업센터로도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곳곳에서 초치기 입금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은 미계약분을 기다렸다가 들어오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많이 신청할 줄 몰랐다”고 언급했다.

애초에 이곳은 전 물량을 초치기 입금 방식으로 분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분양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고양시 측에서 절반은 추첨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초기 계획과 달리 섹션오피스 등 일부 물량에 대해서는 생방송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했다. 지식산업센터 당첨자 선정 과정에 생방송 추첨을 진행한 것은 드문 일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분양한 별내 현대그리너리캠퍼스와 구리갈매 현대테라타워, 고양 향동 현대테라타워DMC 등도 초치기 입금 방식으로 분양이 진행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 당일에 모두 완판됐고 현재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된다”면서 “입지가 괜찮은 곳은 빨리 마감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지산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주택자들의 투자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당국이 전세대출 취급마저 죄는 고강도 대책을 취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번 주에 발표될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과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 등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지식산업센터로 유입되는 것은 여러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직접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분양 시 ▲주택수 미포함 ▲전매제한 없음 ▲잔금대출 80%까지 가능 등의 장점이 있다.

특히 최초 입주 시에는 입주업종이 ▲제조업 ▲지식기반산업 ▲정보통신업 ▲벤처기업육성시설 ▲입주업체 지원시설 등으로 제한되지만, 입주 후에는 업종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허점이 있다. 이를 활용해 임대로 전환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최초 등록시 임대가 불가능한 업체들이 임대로 전환한 사례는 4403건으로, 전체의 62.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의 전매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막차를 타려는 수요도 몰리고 있다. 앞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개인이나 기업에게 분양계약이 체결된 시점부터 사업승인(준공) 후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전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도율곡 부동산팀하이엔드 매니저는 “과거에도 위치와 수익성이 좋은 지산은 초치기 분양이 있었는데, 최근 1~2년새 더 일반화되고 있고 완판도 잦다”면서 “전매 제한 관련 소식이 들려오면서 투자자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차인이 중소기업인 만큼 공실의 위험이 있고,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과 달리 사업자로만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식산업센터에는 중소 스타트업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임차기업이 망해서 공실이 될 위험도 있다”면서 “신중하게 고민해서 매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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